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98

시를 찍는 기계 - 치매행致梅行 · 346

시를 찍는 기계 - 치매행致梅行 · 346 洪 海 里 "마누라 아픈 게 뭐 자랑이라고 벽돌 박듯 시를 찍어내냐?" 그래 이런 말 들어도 싸다 동정심이 사라진 시대 바랄 것 하나 없는 세상인데 삼백 편이 넘는 허섭스레기 시집『치매행致梅行』1, 2, 3집 아내 팔아 시 쓴다고 욕을 먹어도 싸다 싸 나는 기계다 인정도 없고 사정도 없는 눈도 없고 귀도 없는 무감동의 쇠붙이 싸늘한 쇳조각의 낡은 기계다 집사람 팔아 시를 찍어내는 냉혈, 아니 피가 없는 부끄러움도 창피한 것도 모르는 바보같이 시를 찍는 기계다, 나는! - 포켓프레스 2019. 12. 23. 게재. * 감상. 화사하던 시절에는 눈이 멀었지. 이제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부서질 것 같아 차라리 눈을 감네. 눈을 감으면, 말 없는 말이 당신 얼굴에 피어나..

호사로다 - 치매행致梅行 · 344

호사로다 - 치매행致梅行 · 344 洪 海 里 호사로다 호사로다 내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될까 몰라 울음도 사치 눈물도 사치 내게 이런 사치가 치사하지 않나 막막이 막막하게 꽃불처럼 피고 적적이 적적하게 불꽃으로 지는 적막의 세상인데 니가 치매를 알아? 앓아 봐, 한번! 쓸쓸한 밥이 홀로 울고 있는 세상 별것 아닌 환자로 쇼한다고? 시든 꽃밭이라고 불 지르지 마라 막차가 끊기면 너 또한 막막하리니. * 점심도 굶고 성치 않은 몸으로 빗속을 헤매는 아내가 안타까워선지 보스코가 덕대후문 마을버스 정류장까지 마중나와 나를 맞아준다. 비는 여전히 물동이처럼 쏟아붓는데도 미소 짓는 그를 보자 내 마음은 ‘맑음’으로 갰다. 낙성대까지 오가며 전철 안에서 읽은 홍해리 선생님의 시집 「이별은 연습도 슬프다」에서 치매 걸..

꽃은 아프다 하지 않는다 - 치매행 致梅行 · 343

꽃은 아프다 하지 않는다 - 치매행致梅行 · 343 洪 海 里 오래 전 꽃을 보고 "아프다는 말 하지 마라 그 말 들으면 나도 아파 눈물이 진다" 했는데, 무슨 인연인지 우연인지 그 해부터 아내는 아파 누워 있다 아픈지도 모른 채 누워만 있다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데 서 있는 내가,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