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월은 가는데 5월은 가는데 홍해리(洪海里) 만나면 고스톱에 날이 샌다 하더니 만나는 이들마다 돈 꿔달라 하더니 어디서 남자하고 만나는 걸 봤다더니 이디서 나오다가 눈에 띄었다더니 알토란 같은 두 아들놈 어떡하라고 늙은 모친 불러다가 살림시키는 택시기사 남편은 또 어떡하라고 소문은 꼬리 ..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3
<시> 우이동 시인들 牛耳洞 詩人들 홍해리(洪海里) 시도때도없이 인수봉을 안고 노는 도둑놈들 집도절도없이 백운대 위에 잠을 자는 도둑놈들 죽도밥도없이 우이천 물소리만 퍼마시는 도둑놈들 풀잎에도 흔들리고 꽃잎에 혼절하는 천지간에 막막한 도둑놈들!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3
<시> 글 쓰는 일 글 쓰는 일 홍해리(洪海里)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다 보면 구석구석 채이는 삶의 쓰레기 한 몸에 마음 넣고 살다가 보니 가슴에 뜬 구름장 무게만 늘어 부질없는 꿈 한 자락 접지 못하고 허리 아래 이는 바람 허섭스레기 글쓰는 일 그러하여 졸작 태작 쌓이니 하찮은 잡동사니 옆머리만 허옇네.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3
<시> 모깃불을 피우며 모깃불을 피우며 洪 海 里 모깃불을 피우며 洪 海 里 길가 잘 자란 다북쑥을 잘라 모았다 보릿집 불을 피워 쑥으로 덮으면 하늘 가득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앵앵대며 무차별 폭격을 하던 저 무정한 모기 떼가 눈물을 찍는 한여름밤 모깃불 향기로워라 오늘은 허위허위 고개 넘고 물 건너 강원도 홍천 고을 산마을에 와서 매캐한 쑥 타는 냄새에 다시 어려 옥수숫대 넘겨다보는 고향을 가네.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3
<시> 북한산 북한산 홍해리(洪海里) 백운대와 인수봉이 마주앉아 고스톱을 치고 있다 화투장을 까들고 상대방을 노려보며 패를 던지고 있다 달이 환하다 허연 볼기살을 드러내 놓고 열이 오른 북한산은 천년 세월이 빚은 한 폭의 수채화 맑은 가을 볕 속에 투명하게 드러난.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3
<시> 5월 우이동 5월 우이동 홍해리(洪海里) 꽃들이 사태지듯 색깔을 풀어…… 혼자서 애운하여 창문을 여니 마른 목 꺾어 보는 먼 산 뻐꾸기 둥둥둥 북을 치는 찬란한 山河.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2
<시> 안숙선 安淑善안숙선 홍해리(洪海里) 저 남족 바다 짜디짠 물에 마음을 절여 바닷바람 파돗소리로 키운 목소리 겨울 눈 속에서 피우는 연보랏빛 갯쑥부쟁이 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쬐그만 몸뚱어리 천둥치는 하늘이여 온몸으로 우는 소리 불 지르며 우는 울음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어화 두둥 둥!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2
<시> 한강 한강 홍해리(洪海里) 천년을 흘러흘러 한강이 되는 천릿길 가고 가면 바다가 되는 달밤에 소복하고 살풀이 추는 은하수 하늘바다 눈먼 서러움.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2
<시> 북한산 우이동 북한산 牛耳洞 洪 海 里 새벽마다 비단길로 집 나서는 한 사내 그 사내 가는 곳은 꼭두서니 바람길 지천으로 널린 것이 이승의 미늘이나 어차피 사랑이란 상사화 같은 것을 종일토록 바윗덩이 먼지 속을 뒹굴다 찌든 때 잔뜩 지고 청산에 들면 꽃구름 피워 놓고 맞아 주는 다순 품.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2
<시> 꽃 지는 날 꽃 지는 날 홍해리(洪海里) 마음에 마음 하나 겹치는 것도 버거워라 누가 갔길래 그 자리 꽃이 지는지 그림자에 꽃잎 하나 내려앉아도 곡비 같은 여자 하나 흔들리고 있네.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