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바다로 비를 몰고 갔다 타는 바다로 비를 몰고 갔다 거금도 바다에 닿은 다음날 고문하듯 내리꽂히는 빗줄기 밤알만한 빗방울--- 해면에 닿자마자 물기둥을 세우고 은빛 왕관을 만들어 씌워 주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우리는 갈 길 잊고 서 있는 나무들처럼 뿌리까지 흔들리면서 무작정 막소주를 마셔댔다 이제껏 지고 온 ..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4
거금도 바다에서 거금도 바다에서 배를 타고 바다와 부딪칠 때 우리들은 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비록 치마끈을 풀고 있었으나 바다는, 속을 들어내지 않았다 우리는 겨우 바다를 읽는 척했지만 완강한 파도는 은빛으로 부서지며 끈질기게 일어서고 있었다 감성의 만족과 욕망의 충족이 쾌락이라지만 우리들의 쾌락..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4
여름은 가을을 위해 여름은 가을을 위해 천둥소리도 멎을 때가 있고 번개는 금방 울음을 그친다 비워야 채우지 않느냐며 혼자서 눈물짓는 그대여 소소히 내리는 비에 젖어 소양배양하지 마라 제방이 물을 막고 있지만 둑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이다 햇볕이 쨍쨍해 질긴 장마에 눅눅해진 육신을 푸른 하늘에 펼쳐 놓으니 우..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4
어둠이 되고 싶네 어둠이 되고 싶네 여름은 위대했던가 온 산의 초목들이 솟구치는 새벽녘 껍질을 벗기듯 찌든 때를 씻어 내리고 길을 닦아 너에게 갈 때 하늘이 터뜨린 562mm의 눈물 천지간 세력을 몰아 세상을 물의 감옥으로 만들더니, 이제 가을이 소매 속으로 스며 홀로 고개를 조아리고 있네 네 앞에 서면 질경이 씨..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4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 시집『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4
초여름에서 늦봄까지 초여름에서 늦봄까지 洪 海 里 1 그해 여름 혼자 빨갛게 소리치는 저 장미꽃더미 아래 나는 추웠네 한겨울이었네 속살 드러내고 속살대는 초여름 문턱에 서서 나무들은 옷을 껴입고 있었네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2 천둥과 번개 사이로 불볕더위가 느릿느릿 지나가고 흰 이슬 방울방울 ..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3
갈시詩 갈시詩 가을이 오자 탱글탱글 여무는 부사리의 불알 불알 속의 탱탱한 불꽃 불꽃이 담금질하는 창 끝 창 끝에 걸린 하늘 하늘의 쪽빛 쪽쪽쪽, 쪽쪽!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3
숲 속의 담론 숲 속의 담론 洪 海 里 '나는 풀이고 꽃이고 나무요 바위이다' '너는 물 속에 있고 흙 속에 있고 바람 속에 있고 불 속에 있다' '나는 우주요 나의 삶은 우주 경영이다' '네속에는먼조상들과또먼자식들이들어있다너는태고요먼먼미래,영원이다' <가을비 오는 숲 속에서 홍자색 보석으로 머..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3
난이여 그대는 난이여 그대는 보이지 않는 영혼의 춤인가 닿을 수 없는 정갈한 정신의 벼리인가 뼈를 저며 품어야 할 교훈의 말씀인가 별의, 하늘의, 우주의 투명한 선문답禪問答인가 새벽녘 푸르게 빛 발하는 화두話頭인가 빈혈의 일상을 밝히는 중용中庸의 도道인가 한밤에 홀로 깨어 고뇌해야 할 지고선至高善인..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3
날아라, 난아 날아라, 난아 본디 너의 고향은 하늘이었느니 어쩌다 지상으로 추락하여 잃어버린 날개로 늘 날아오르려는 너는 그리움으로 꽃을 피우느니 날개꽃을 피우느니 '해오라비난초 잠자리난초 나비난초 제비난초 갈매기난초 방울새란 병아리난초 나나벌이난초 닭의난초여!'* 날아라, 난아 나비처럼 제비처..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