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진의 시를 위하여 옥진玉塵의 시詩를 위하여 구름 위에 노는 몸과 파도 위를 걷는 마음으로 가슴에 별을 띄우는 사치의 삶이 아니기 위하여 이렇게 쉽게 사는 삶을 버리기 몸바다인 그대의 물비늘 하나와 옆구리에 뜨는 달 갈비뼈 사이마다 맑은 빛너울 같은 시를 위하여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시를 버리기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상사화 ▲ 진노랑상사화 상사화相思花 洪 海 里 내가 마음을 비워 네게로 가듯 너도 몸 버리고 마음만으로 내게로 오라 너는 내 자리를 비우고 나는 네 자리를 채우자 오명가명 만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 마음의 끝이 지고 산그늘 강물에 잠기우듯 그리움은 넘쳐 넘쳐 ..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洪 海 里 그들은 손끝에 눈을 달고 있다 손끝마다 반딧불이가 반짝반짝 빛을 낸다 그들은 손끝에 귓구멍이 뚫려 있다 모든 소리가 그 구멍으로 자궁자궁 모인다 그들은 손끝에 가슴이 열려 있다 미움도 사랑도 그곳에서 가슴가슴 일어난다 그들은 손끝에 혀가 달려 있..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백수의 백수의 꿈 백수白首의 백수白手의 꿈 洪 海 里 그녀의 머리칼에 햇살이 느럭느럭 그물 걸릴 때 그녀의 눈에 맑은 호수가 자란자란 안길 때 그녀의 눈썹마다 이슬방울 아슬아슬 아롱질 때 그녀의 입술이 모란꽃으로 지절지절 벌어질 때 그녀의 목덜미에 이몽가몽 적막이 감돌 때 그녀의 가슴에 꽃향..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등꽃 아래 한나절 등꽃 아래 한나절 숭어리숭어리 꽃숭어리 숭얼숭얼 늘어진, 환한 꽃그늘 속으로 바람 따라 날아들어 그리운 고향에 닿으면 흐드러진 잠으로 빠져들리 깔깔대며 미친 듯 홀라당 벗고 발광發光하며 춤추는 천사들의 청루靑樓에서 빚두루마기가 된 한나절 '너는 내 시의 고족高足, 아니 사부師傅' 하자 '..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봄꽃과 꽃봄 봄[春]꽃과 꽃봄[見] 1. 별것 아니네 지나고 나면 별것 있으랴 순간 견디지 못하고 피면서 지고 지면서 피는 부드러운 꽃을 위하여 내 너에게 잠깐 머물 때 하늘가 춤추는 금빛 아지랑이 참, 환장하것네 꽃은 피기 위하여 지는가 2. 지는 꽃을 보며 네가 내게 무슨 마음 먹겠느냐 온종일 꽃비..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우도에서 우도牛島에서 - 갯쑥부쟁이 洪 海 里 한 남지가 바다로 들어가고 또 한 남자가 따라 들어가고 그해 겨울 우도 바닷가에는 무덤마다 갯쑥부쟁이가 떼로 피어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남정네들 떠나간 자리마다 눈빛이 젖어 낮게 낮게 몸을 낮추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 시집..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청명 청명淸明 손가락만한 매화가지 뜰에 꽂은 지 몇 해가 지났던가 어느 날 밤늦게 돌아오니 마당 가득 눈이 내렸다 발자국 떼지 못하고 청맹과니 멍하니 서 있는데 길을 밝히는 소리 천지가 환하네.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가을 한때 가을 한때 남자는 늙어도 철이 들지 않는다 철이 다 빠져나가 푸석푸석한 뼈 내일 어찌 될 줄도 모르는 나이 치사랑 내리사랑 다 어설픈데 평생 지고 ���닌 집념을 풀어 놓으면 꿈속에서나마 생때같은 자식을 낳는 자궁을 품는지 봄이면 죽순도 죽죽 솟아오르고 차나무 이파리도 스르르 버는데 막..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처서 지나면 처서處暑 지나면 洪 海 里 처서 지나면 물빛도 물빛이지만 다가서는 산빛이나 햇빛은 또 어떤가 강가 고추밭은 독이 오를 대로 오르고 무논의 벼도 바람으로 꼿꼿이 섰다 이제는 고갤 숙이기 위하여 맨 정신으로 울기 위하여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는 강물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반짝반짝 ..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