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차水味茶 수미차水味茶 차茶 떨어지자 벗이 오시네 그대가 보내 주신 차 엊그제 동이 났네 그간 찻잔에 배인 향香 아직 즐길 만하이 석간수 한잔 끓여 울궈냈으니 한잔 드시게나 수미차라 여기고, 그냥 드셔도 좋겠네, 그간 이 손에도 향이 묵고 있으니, 올해에도 곡우穀雨 때 찻잎을 모아 하늘빛과 물소리, 그리..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시> 가을 엽서 가을 엽서 洪 海 里 시월 내내 피어오르는 난향이 천리를 달려 와 나의 창문을 두드립니다 천수관음처럼 서서 천의 손으로 향그런 말씀을 피우고 있는 새벽 세 시 지구는 고요한 한 덩이 과일 우주에 동그마니 떠 있는데 천의 눈으로 펼치는 묵언 정진이나 장바닥에서 골라! 골라! 를 외치..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연꽃바다 암자 한 채 연꽃바다 암자 한 채 1 꽃은 핀 적도 진 적도 없다 은은한 향기 먼 기억으로 번질 뿐 꽃은 피지도 지지도 않는다. 2 가벼운 목숨이 스치고 지나가는 암자의 하늘 조금은 쓸쓸한 물빛이 감돌아 동자승 눈썹 위에 연꽃이 피고 바람이 이슬방울 굴리고 있다. 3 풍경소리 또르르 또르르 울고 있다.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적요 속으로 적요 속으로 산비둘기 우는 저녁답 홀로 산에 들어 발자국 패인 길 따라 우렁우렁 쌓이는 적요 속으로 거대한 투망을 던져 지는 해가 지구를 잡아 올리다.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5
절정을 위하여 절정을 위하여 洪 海 里 조선낫 날빛 같은 사랑도 풀잎 끝의 이슬일 뿐 절정에 달하기 전 이미 내려가는 길 풀섶에 떨어진 붉은 꽃잎, 꽃잎들 하릴없이 떨어져 누운 그 위에 노랑나비 혼자 앉아 하마하마 기다리고 있다 절망이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시인이여 슬픔도 눈물로 씻고 씻으면 수..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4
봄눈 봄눈 봄눈이 청승떨며 내리는 저녁 사람이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사랑이 무언가를 그려봅니다 쓰레기통에도 눈발은 들락이고 비바람 헤치며 살아가는 이승길 자꾸만 비워지는 몸뚱어리로 몸달고 맘달아도 부질없어라 사랑이 봄눈 같은 것이겠느냐 텅 빈 가죽포대는 묻고 있지만 흔적 없이 사라지는 ..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4
수평선을 찾아서 수평선을 찾아서 ―울기등대에서 하늘과 바다가 붙어 있었다 끌고 당기는 끝없는 되풀이였다 생도 사도 없는 무한 존재의 팽팽한 긴장이, 때로는 흐느적이며 삶과 죽음의 노래를 연주하고 있었다 무시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의 적멸의 수궁과 천궁이 위도 아래도 없이 합일의 흰 꽃을 피워내고 있..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4
지독한 사랑 지독한 사랑 洪 海 里 나, 이제 그대와 헤어지려 하네 지난 60년 동안 나를 먹여 살린 조강지처 그대를 이제 보내주려 하네 그간 단단하던 우리 사이 서서히 금이 가고 틈이 벌어져 이제 그대와 갈라서려 하나 그대는 떠나려 하지 않네 남은 생을 빛내기 위해 금빛 처녀 하나 모셔올까 헤어..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4
소록도에서 소록도에서 눈이 멀게 쏟아지는 햇빛과 태울 듯 뜨거운 햇볕과 뚫고 들 듯 날카로운 햇살의 불볕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햇발은 점점 짧아지는데 하늘 보고 누워 있는 한하운 시비 하늘빛이 서러워 우렁우렁 울음으로 아프게 끓어오르고 매미들도 독이 올라 한낮을 울다 잠시 조용해진 틈새 조막손이 ..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4
자화상 자화상 나의 몸은 정사각형 몸 위에는 정삼각형의 머리 하늘을 향해 똑바로 붙어 있고 양쪽엔 두 개의 원으로 된 팔 세상을 상대로 제대로 달려 있고 밑에는 두 개로 된 하나의 삼각형 다리가 되어 우주를 딛고 있네. 하나의 삼각형은 개성을 사각형은 지성을 원은 사랑을 두 개로 된 삼각형은 섹스를 ..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