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찾아서 시詩를 찾아서 세상이 다 시인데, 앞에서 춤을 추던 놈들 눈으로, 귀로 들어와 가슴속에서 반짝이다 둥지를 틀고 있다 바다에 그물을 친다 나의 그물은 코가 너무 커 신선한 시치 한 마리 걸리지 않는다 싱싱한 놈들 다 도망치고 겨우 눈먼 몇 마리 파닥이는 걸 시라고, 시라고 나는 우긴다 오늘밤엔 하..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커피를 타며 커피를 타며 하얀 사기잔 커피 알갱이 한 숟가락 설탕 한 숟가락 넣고 팔팔 끓인 물을 붓는다 설탕 알갱이들이 뜨거운 물에 서로 부딪치며 몸을 버리느라 야단이다 커피 알갱이도, 뜨겁게, 갈색 비명을 치며 스스로 죽는다 이럴 땐 죽는 일도 즐겁다 프림 한 숟가락을 넣자 사르르 사르르 사르르르 몸을..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가을의 무게 가을의 무게 洪 海 里 툭, 투욱, 투둑, 떨어지는 저 생명들 영원으로 가는 길의 발자국 소리 이 가을엔 죽음 같은 것 생각지 말자 훤한 대낮에도 별이 보이고 바람결마다 무늬 짓는데 모든 목숨들이 잠깐, 아주 잠깐, 투명한 소리로 울다 일순, 서쪽 하늘에 하얗게 묻히고 있다 기인 적멸의 ..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이 맑은 날에 이 맑은 날에 洪 海 里 절망도 빛이 돌고 슬픔도 약이 되는 이 지상에 머무는 며칠간 내 곁을 꽃자주빛 그리움으로 감싸주는 그대의 눈빛 아픔도 허기가 져 칼날로 번쩍이는 이 맑은 가을날 그리워라 아아, 한줌의 적립赤立! - 시집『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꿈 1 꿈 1 洪 海 里 삼악산三嶽山 아래 구공사究空寺 골방에서 몇 십 년을 묵었다 다시 한 살이 되니 허공중에서 헤엄치듯 하늘을 날게 되었다 엊저녁에도 허공세상에서 놀았다 『걸어다니는 물고기』의 등을 타고 『구름 위의 다락마을』에도 놀러가 은자隱者 만나 이슬 한 잔, 매화꽃에 취해..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오죽 오죽烏竹 동지섣달 깊은 밤 지은 소리로 석 달 열흘 내린 눈 잦힌 칠흑 빛 천 년을 울리고져 비우고 비운 동지섣달 긴긴 밤 숨죽인 가락.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오오, 너 여자여 오오, 너 여자여 - 누드 크로키 너를 직시하면서도 나는 딴 곳에 가 있다 능선을 구르다 골짜기로 빠지듯이 눈을 감으면 너는 손끝에서 피어나고 그 중심에서 나는 흔들린다 너는 대지, 그 흙이고 물이다 때로는 나비 소리 없이 우는 매미요 땅 속으로 부는 바람 타오르는 불길이다 이제 죽음 연습이나 ..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먼지의 무게 먼지의 무게 洪 海 里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도 아니다 천지가 먼지다, 먼지가 지천이다 보이지도 않는 것이 무게를 잡는다 그렇다 먼지는 있다, 무게다, 쌓인다 쌓이고 쌓여 하나의 존재를 이룬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역사다 그것이 먼지의 무게다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북한산 북한산 어머니에게 문이 없듯 산은 언제나 열려 있는 집 새벽에 기어나갔다 어둠 속 그 품에 다시 안기면 포근함에 젖는 무심 나이도 없고 세월도 없고 말도 필요없어 다 벗어놓고 다 풀어놓고 자궁 속 아기처럼 아늑한 평화, 고요한 휴식의 초록빛 마음의 중심을 잡네. 황홀한 헛된 꿈 다 버리는 이곳..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겨울밤의 꿈 겨울밤의 꿈 긴긴 겨울밤 깊디 깊은 잠 깰 줄 모르는 죽음 속에서 칠흑으로 칠흑으로 빠져드는 꿈 가슴속 시냇물 꽝꽝 얼어 유리창에 성에꽃 칼로 피워도 입김에 지는 눈물 흘러내리듯 단단한 겨울밤은 지새는가 부리 얼까 죽지에 고개 묻은, 새.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