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의 꿈 겨울밤의 꿈 긴긴 겨울밤 깊디 깊은 잠 깰 줄 모르는 죽음 속에서 칠흑으로 칠흑으로 빠져드는 꿈 가슴속 시냇물 꽝꽝 얼어 유리창에 성에꽃 칼로 피워도 입김에 지는 눈물 흘러내리듯 단단한 겨울밤은 지새는가 부리 얼까 죽지에 고개 묻은, 새.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겨울을 찾아서 겨울을 찾아서 - 소설小雪 洪 海 里 다시 서른한 번의 가을이 가고 나의 곳간은 여전히 텅 비어 있다 귀밑머리 허옇게 날리는 억새밭 삽상한 바람소리 잔잔해지고 산에도 들에도 적막이 잦아들면 나 이제 돌아가리 고향 찾아서 하얗게 눈이 내린 휴식의 계절 고요가 울고 있는 암흑 속으로..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5월은 오고 5월은 오고 비 개고 5월, 너 온다는 기별 온 세상이 환히 열리는데 내 눈이 감기고 목도 잠기네 하늘 아래 눈부신 슬픔이 기쁨일까 기다림은 풀잎에 걸고 눈물은 하늘에 띄우네 숨이 막혀, 숨이 차 마음만, 마음만 하던 숨탄것들, 푸새, 나무들 봇물 터지듯 귀청 아프게 초록빛 뿜어내니 홀맺은 한 가락가..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종이 있는 풍경 종鐘이 있는 풍경 洪 海 里 1 종은 혼자서 울지 않는다 종은 스스로 울지 않고 맞을수록 맑고 고운 소리를 짓는다 종鐘은 소리가 부리는 종 울림의 몸, 소리의 자궁 소리는 떨며 가명가명 길을 지우고 금빛으로 퍼지는 울림을 낳는다 2 종은 맞을수록 뜨거운 몸으로 운다 나의 귀는 종 소리..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남한강에 가서 남한강에 가서 가는 곳이 어딘지 몰라 잠 속에서도 깨어 흐르고 흐르면서 잠에 빠지네 흐름이 가벼워 잠이 깰까 얼음 얼려 몸을 누르고 숨구멍은 마져 얼지 않고 깨어 자는 흐름으로 가네 눈발은 흩날리며 반짝이고 몸을 가벼이 재끼면서 내려 언 강물에 몸을 누이네 카랑한 물소리---, 자즐자즐 흘러가..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그믐달 그믐달 洪 海 里 팔월 그믐께 동쪽 하늘 앞가슴 풀어헤친 푸른 바다 위 목선 한 척 떠 있다 어둠 가득 싣고 있다 모두 부리고 쓸쓸함만 싣고 있다 모두 내리고 빈 배가 가고 있다 별 몇 개 거느리고 넉넉한, 빈 배가 더 무거워 하늘이 기우뚱, 중심을 잡고 있는 우주가 있는 듯 없는 듯 이제 ..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천지간에 절대 사랑 어디 있으랴 천지간에 절대 사랑 어디 있으랴 洪 海 里 흙으로 빚어 천삼백 도 열로 구은 천지간에 하나뿐인 도공의 혼백! 티 없는 그릇도 금이 가고 깨어져 다시 대지로 돌아가 흙이 되느니!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사랑이여 가을에는 사랑이여 가을에는 - 향부자香附子 洪 海 里 사랑이여 가을에는 네 몸에 불을 질러라 다 태워버려라 한여름 피어오르던 짙은 젊음 이제 마른 풀잎으로 남아 시든 허상뿐 겉불을 질러 겉으로 무성한 허무의 껍질 다 태우고 나면 허망한 잿더미 바람에 풀풀 날리고 다 쓸려가고 나면 남을 것..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
이슬 이슬 이슬은 신의 눈물 그 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 투명한 무덤 속에 사내인 순간과 계집인 영원이 묻혀 있다 물빛으로 이승을 밝히는 적멸의 암자마다 '영원은 순간 속의 순간 순간은 영원의 아들!' 하며 경을 외고 있다 낭랑한 울림 따라 순수의 결정, 이슬방울이 구르고 있다 그 속에서는 곤비한 우리.. 시집『푸른 느낌표!』2006 2006.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