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람의 짓 바람의 짓 洪 海 里 세 치 혀끝에 부는 바람 바다도 잠 재우고 벌판도 압도하여 수미산의 구름도 걷우운다. 밝은 가을밭에 끝없이 돌아오는 영원한 기연이여. 이승의 아름다운 노래란 노래는 모두 담아서 날려라 풍선처럼 푸른 벌판에 다시 돌아올 모든 젖은 발들을 위하여 푸른 목소리를..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詩> 詩를 쓰는 이유 詩를 쓰는 이유 洪 海 里 십리 밖 여자가 자꾸 알찐대고 있다. 달 지나는지 하루살이처럼 앓고 있다. 돌과 바람 새 능구렝이가 울고 있다. 내 안을 기웃대는 눈이 빛나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시> 낮잠 낮잠 洪 海 里 대낮 내 나른한 창문을 넘나드는 간간한 잠의 물결은 느슨한 은빛 수면에 햇살은 풀잎처럼 스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물결따라 반사한다 밝음 속에서도 스러지는 나의 잠 우리는 때때로 낮에도 절망한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시> 아지랑이 3 아지랑이 · 3 洪 海 里 죽은 풀이파리 하나 어깨에 메고 이슬 속에서 일어서고 있는 지구 위엔, 기침소리만 살아남은 허기진 사내들의 싸움도 죽은 벌판에서 돌아오고, 갑자기 일어서는 수 천의 아우성 떼로 몰려 싸움을 돋우는 갓 꽃피는 소녀들, 햇빛이 쓸고 간 풀잎마다 여자들이 손을..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시> 출청 출청出靑 洪 海 里 허이연 이빨을 들어낸 채 낮달은 산골짜기에 쳐박혀 있고 땅 속 깊숙이 들려오는 여자들의 발자욱 소리 뜬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산골물을 타고 내려온 풀씨들이 천릿길을 떠날 때 겨우내 감금 당했던 허무도 일어서고 문득 아침 식탁엔 벗은 햇살들이 모의에 열중이..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시> 늪 늪 洪 海 里 Ⅰ 노을빛 밴 물풀 속 마름이 지천으로 익고 있다. 마름을 익힌 물향기가 왕잠자리 날개를 물들이고 있다. Ⅱ 갈잎에 베어지는 수면 물결의 반란이다. 북새치는 하루살이 떼 곤두박질 끝없는 함몰이다. 꽃빛 노을의 집중 파랗게 깨어지는 하늘의 눈물이다. Ⅲ 무당개구리, 수..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시> 새벽의 꿈 새벽의 꿈 洪 海 里 모든 것을 이승의 잠 속에 접어두고 가벼이 날아가다 보면 시월 상달 산수유 열매를 적신 새벽 이슬도 빠알갛게 물이 들었다. 잠 속의 어둠을 털고 일어서면 이승의 모든 계약도 그대로 열나흘 달빛을 얼르던 강물소리도 그대로, 잠 속에 열려진 대문을 나섰더니 날새..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시> 아지랑이 아지랑이 洪海 里 싸움터에서 돌아오는 허기진 사내들의 기침소리 죽은 풀잎을 들고 이슬 속에서 일어서고 있다. 도시의 거리마다 눈썹이 무성한 여자들이 하루에도 십리를 몇 번씩 하품하며 자꾸만 침몰하는 지구를 두드리고 있다. 햇빛과 바람의 남쪽에서 동백은 터져 후피향을 나르..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9
<詩> 갯벌 갯벌 洪 海 里 노을이 타는 바닷속으로 소를 몰고 줄 지어 들어가는 저녁녘의 女人들 노을빛이 살에 오른 바닷여인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 이 시는 1964년 대학을 졸업하고 인천에 가 1년 머물고 있었을 때 쓴 글로 활자화된 내 최초의 작품임. * 홍해리 시인은 충북 청원에서 ..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200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