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머리 파장머리 - 畵家 H의 日記 洪 海 里 벽마다 액자들이 내려지고 부산스레 짐을 꾸리면 하나 둘 뿔뿔이 사라져갈 전람회 마지막 날 불이 꺼지고 문이 닫히면 아아 가슴에 뚫리는 커다란 虛空. 다시 시작하는 거야 다짐하면서 따끈한 찻잔을 앞에 하면 조용히 가라앉는 섭섭한 앙금 다갈색으.. 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2013.07.15
개나리꽃 개나리꽃 洪 海 里 가을에 피는 개나리꽃을 보며 쳥량리 뒷골목에서 만났던 창백한 소녀를 생각는다 처음엔 해득 못할 손짓을 던지던 그녀 수없이 온몸으로 던져오는 금빛 감탄사 눈빛 젖은 가지마다 종소리가 터지고 열예닐곱 나이 속에 꽃을 피우던 그녀의 가슴으로 가을빛이 잦아들.. 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2013.07.15
투망도投網圖 投網圖 洪 海 里 無時로 木船을 타고 出港하는 나의 意識은 칠흑같은 밤바다 물결 따라 흔들리다가 滿船의 부푼 기대를 깨고 歸港하는 때가 많다. 投網은 언제나 첫새벽이 좋다 가장 신선한 고기 떼의 빛나는 옆구리 그 찬란한 純粹의 비늘 반짝반짝 재끼는 아아, 太陽의 눈부신 誘惑 千..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13.07.15
첫눈 첫눈 洪 海 里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부는지 그 소리가락 따라 앞뒷산이 무너지고 푸른빛 하늘까지 흔들면서 처음으로 처녀를 처리하고 있느니 캄캄한 목소리에 눌린 자들아 민주주의 같은 처녀의 하얀 눈물 그 설레이는 꽃이파리들이 모여 뼛속까지 하얀 꽃이 피었다 울음소리도 다 잠..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13.07.15
무교동武橋洞 무교동武橋洞 洪 海 里 빛나는 물, 빛인 물, 너 물이여 별인 물, 달인 물, 바람인 물, 불인 물, 무의미의 물이여 아득한 심장에 타는 불의 찬란한 불꽃이 잠들 때까지. 안개 속에서 누가 신방을 차리고 하염없음과 입맞추고 있다 바다에 익사한 30대 사내들 일어서는 손마다 별이 떨어지고 ..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13.07.15
화사기花史記 화사기花史記 洪 海 里 하나 처음 내 가슴의 꽃밭은 열여덟 살 시골처녀 그 환한 무명의 빛 살 비비는 비둘기 떼 미지의 아득한 꿈 흔들리는 순수의 密香 뿌연 새벽의 불빛 즐거운 아침의 연가 혼자서 피아프게 뒤채이던 늪 아침까지 출렁이며 울부짖는 꽃의 바람, 드디어의 開門. 둘 꽃밭..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13.07.15
시를 쓰는 이유 詩를 쓰는 이유 洪 海 里 십리 밖 여자가 자꾸 알찐대고 있다. 달 지나는지 하루살이처럼 앓고 있다. 돌과 바람 새 능구렝이가 울고 있다. 내 안을 기웃대는 눈이 빛나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13.07.15
아지랑이 아지랑이 洪海 里 싸움터에서 돌아오는 허기진 사내들의 기침소리 죽은 풀잎을 들고 이슬 속에서 일어서고 있다. 도시의 거리마다 눈썹이 무성한 여자들이 하루에도 십리를 몇 번씩 하품하며 자꾸만 침몰하는 지구를 두드리고 있다. 햇빛과 바람의 남쪽에서 동백은 터져 후피향을 나르..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13.07.15
다시 가을에 서서 다시 가을에 서서 洪 海 里 샐비아 활활 타는 길가 주막에 소주병이 빨갛게 타고 있다 불길 담담한 저녁 노을을 유리컵에 담고 있는 주모는 루비 영롱한 스칼릿 세이지빛 반짝이는 혀를 수없이 뱉고 있다 그미의 손톱이 튀어나와 어둠이 되고 파도가 되고 있다 살 속 가장 깊은 곳에서 석..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13.07.15
자귀나무꽃 자귀나무꽃 하느님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한 향을 뿌리며 서편 하늘에 펼치는 천사의 부채 가슴속 타는 불잉걸 홀로 사루며 부채질 하시는 하느님 한여름 진땀을 닦고 닦아 가을 오는 길목 선선한 바람 마련하시고 잠이나 주무시지요 하늘자락 펄럭이며 바람이 감기는데 하느님. - 3인시집『바다에 뜨.. 3인시집 1979~1981/『바다에 뜨는 해』(1980) 2010.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