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선화공주 / 홍해리님 종일 피릴 불어도 노래 한 가락 살아나지 않는다. 천년 피먹은 가락 그리 쉽게야 울리야만 구름장만 날리는 해안선의 파돗소리. 물거품 말아 올려 구름 띄우고 바닷가운데 흔들리는 소금 한 말 가슴으로 속가슴으로 모가지를 매어달리..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07.06.07
메밀꽃 메밀꽃 홍 해 리 소복을 한 젊은 여자가 달빛과 달빛 사일 오가며 천상에서 바래인 옥양목 한 필을 산간에 펼쳐 널고 있다 겨드랑이 아래로 사태지는 그리움 저 서늘한 불빛으로 달래이며 천년을사루어도 다 못할 정을 하얀 꽃으로 피우고 있다 달이 이울면 산이 쓸리고 반쯤 젖어 흔들리는 고운 목소..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06.03.04
바람 한 점 바람 한 점 홍 해 리 입추가 지나면 송림 사잇길 은빛 고운 이슬이 내려 풀잎마다 지천으로 해가 돋는다. 열 길 맑은 살 속 한여름 불타오르던 온갖 욕망이 깊고 깊은 고독을 닦아 한가을 하늘 한복판 둥근 달을 띄우고, 하늘은 높이서 화장에 능하지만 인생은 가득한 공허 섭섭한 손저음이 새로운 재희..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06.03.04
안개꽃 안개꽃 홍 해 리 살빛 고운 아기들이 꿈속에서 젖투정을 하고 있다 배냇짓으로 익은 하늘빛 아기들의 마을에는 늘 안개꽃이 피어 있다 무릎이 퍼렇도록 기는 토끼풀꽃 목걸이로 젖어 있는 울음 하나 고사리 손을 흔들어 흰 구름장을 목에 걸고 종종종 기고 있다 안개꽃 핀다. (『우리들의 말』1979)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06.03.04
그리움을 위하여 그리움을 위하여 홍 해 리 서로 스쳐 지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너를 보고 불러도 들리지 않는 너를 허망한 이 거리에서 이 모래틈에서 창백한 이마를 날리고 섰는 너를 위하여, 그림자도 없이 흔들리며 돌아오는 오늘밤은 시를 쓸 것 만 같다 어두운 밤을 몇몇이 어우러져 막소주 몇 잔..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06.03.04
텅 빈 귀 텅 빈 귀 홍 해 리 밤낮없이 시장기가 드는 나의 귀 바람소리 폭포소리만 귓전을 친다 우리는 귀를 막고 우리는 들으려 한다 죽은 소리는 소리가 아니다 천 리 만 리 밖에서도 가득차오는 산 소리가 하늘빛 깨치면서 산빛으로 물빛으로 달려가고 있다 죽은 꽃이 떠가는 허공중으로 목금을 찍고 있는 까..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06.03.04
빛나는 계절 빛나는 계절 홍 해 리 예식장 가는 길목 조그만 꽃집 주인은 외출중 꽃이 피어 있다 비인 공간을 가득 채운 阡의 얼굴 파뿌리도 보인다 예식장 지하 신부 미용실 몇 송이 장미꽃의 분홍빛 친화 그들의 손과 손 사이 참숯으로 피일 저 서늘한 신부 호밀밭을 들락이던 바람을 타고 살찐 말의 갈기는 빛난..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06.03.04
노을 노을 홍 해 리 보내고 난 비인 자리 그냥 수직으로 떨어지는 심장 한 편 투명한 유리잔 거기 그대로 비치는 첫이슬 빨갛게 익은 능금나무 밭 잔잔한 저녁 강물 하늘에는 누가 술을 빚는지 가득히 고이는 담백한 액체 아아, 보내고 나서 혼자서 드는 한 잔의 술. (『花史記』1975)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06.03.04
너를 보내고 너를 보내고 홍 해 리 돌아서는 사내의 뒷모습 그의 어깨에 얹히는 어둠의 무게. 너는 내 혓바닥에 돋아나는 천 개의 바늘 나의 비인 얼굴에 깔리는 살구꽃빛 서름이다. 너를 보내고 혼자서 돌아서는 한밤의 달빛 발밑에 으스러져 수 천의 별이 떨어진다. 저마다 혼자서인 가로수 아래 바람 속에 잠깨..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06.03.04
귀뚜라미 귀뚜라미 홍 해 리 한밤 난로 위에 끓는 물소리 마루바닥을 기고 있는 허기진 벌레 한 마리 엉금엉금 기다 기인 촉수를 늘여 SOS를 치고 있다 별나라에 달나라에 그 곳엔 아직도 풀밭이 푸르른지 풀잎마다 이슬이 반짝이는지. 들어도 듣지 못하는 너의 부호를 이 아픈 시대에 태어난 나는 어쩔 수 없어 ..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0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