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갯벌 洪 海 里 노을이 타는 바닷속으로 소를 몰고 줄지어 들어가는 저녁녘의 여자들 노을빛이 살에 오른 바닷여인들. (『花史기』1975) 3인시집 1979~1981/『산상영음山上詠吟』(1979) 2006.03.04
詩 詩 洪 海 里 1 슬픔보다 순수한 언어로 말의 집을 이루고자 했었다 가장 아름답고 힘있는 살아 있는 말로 이리저리 엮고 얽어 놓으면 별이 보이고 새들도 날아와 우짖거니 했으나 단지 지붕을 인 벽일 뿐이었다 향그런 흙과 바람 시원한 내가 흐르고 햇빛이 찬란히 비춰 주기만 한다면 새.. 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2006.02.18
꽃을 보면 우리는 꺾고 싶어라 꽃을 보면 우리는 꺾고 싶어라 남문 꽃시장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 서면 천의 해가 솟고 천의 달이 사라지며 은하의 무수한 별 떼가 명멸하고 있었다 저마다 천의무봉인 바다의 함성과 함께 파란 심장들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버려라 버려라 버려라 순금의 시간도 경악하여 온 세상이 흔들리.. 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2006.02.18
눈보라 눈보라 이 세상엔 아무것도 없고 오직 눈보라빛이 부실 뿐 한평생 닦고 닦아 저승에까지 드디어 나타나는 無地의 눈뜬 장님들 이승의 마지막 진실로 꿈 속에 펼치는 나라 민주주의여 이 세상 끝에서 이 세상 끝이 이렇게 가까운 즐을 모르고 살아온 일 부끄럽구나 눈보라여. 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2006.02.18
목신들의 합창 木神들의 合唱 언제 해가 솟아 비치고 어디서 어둠이 몰려오는지 무엇이 바람의 행선지를 결정하는지 해가 떠서 비칠 때면 눈썹을 반짝이고 손바닥을 반짝이고 심장을 반짝이고 어둠이 어디선가 몰려오면 바늘 들고 별빛으로 반짝이고 천의 칼을 들고 칠흑빛으로 반짝이고 방패 들고 달빛으로 반짝.. 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2006.02.18
푸른 하늘 은하수 푸른 하늘 은하수 여학교 음악실 창을 넘어오는 청결한 음률 '이 몸이 새라면 이 몸이 새라면---' 청아한 빛깔로 가정법과거를 강의하고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 고통인가 즐거움인가 허무인가 실존인가 누런 벽으로 둘러싸인 사무실 없는 날개 퍼덕이며 퍼덕이며 날며 가까이 있다는 진실과 파랑새를 .. 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2006.02.18
쏜살이 되어 날아가는 혀 쏜살이 되어 날아가는 혀 洪 海 里 나무는 어떻게 말을 하는가 바위는 어떻게 말을 하는가 벽에 갇힌 말, 하늘에 날아가는 말, 땅 속에 묻힌 말, 물에 떠 가는 말, 바람에 부서지는 말, 말의 말의 말의 말, 오 말이여, 새끼를 밴 말이여! 너는 물이다가 칼이다가 불이다가 흙이다가 바람인가... 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2006.02.18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면 洪 海 里 망연자실! 눈이 내리면 봄 여름 가을을 지내며 그을음으로 까맣게 잊었던 영혼의 등피를 닦느니, 멀리서 들려오는 너의 잠언에 귀 기울이며 답하려 해도 입이 열리지 않는 내 말의 빈혈이여! 그것은 하나의 크낙한 위안, 향수의 허기, 뜨거운 구원. 드디어 고향으로 .. 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2006.02.18
눈 눈 하나의 잔을 본다. 같은 하나의 盞이라도 한 개의 盞이 아니다. 앞으로 보면 언제나 철철 넘치도록 가득 차 있지만 뒤로 볼 때면 텅 비어 있는 盞이 있을 뿐. 時間, 아니 歲月이란 것도 그렇다. 오고 가는데는 변함이 없으나 올 것과 간 것에는 차이가 더욱 크다. 웃음으로 맞은 너도 돌아서면 아득한 .. 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200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