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깊은 계절 깊은 계절 홍해리(洪海里) 가을이면 누구나 다 시인이 됩니다 손가락으로 하늘에 시를 쓰면 하늘이 자락자락 내려와 가슴 깊이 스미고 한 해의 가장 따스한 햇살이 단물을 모아 가지 끝마다 고운 빛깔의 열매로 계절의 끝을 밝혀 줍니다 길은 멀리 눈썹 위로 트이고 깊은 잠 속으로 들면 누구나 그 속..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1
<시> 난바다 난바다 홍해리(洪海里) 바다는 하나에서 열까지 무작정이다 수천 마리의 바다가 치달리고 있다 이빨 사이에 빛나는 식욕을 물고 있다 비늘마다 태양을 담고 있다 하늘을 물어뜯는 놈은 바다뿐이다 질기디질긴 바다의 혀와 단단한 이빨 바다는 독수공방의 상상력이다 진통으로 일그러진 여자의 얼굴..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0
<시> 여가수에게 여가수에게 洪 海 里 한 곡조 잘 뽑기 위하여 수십 번, 아니 수천 수만 번 피를 토해야 하리 그렇게 거르고 거른 마지막 가락, 그 가락이 환상의 나라 착각의 시민을 잡는다 안개 짙은 거리에서 우리는 마약중독자가 되고 몽유병자가 되고, 그대는 세기의 최면술사 원격조종에도 문을 열고 내장을 드러내는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자동판매기 안개는 다시 는개로 내리고 사내들은 사타구니에 문신을 뜬다 검은 장미 봉우리를 하나하나 깊이깊이 박아넣는다.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0
<시> 밤바다 밤바다 홍해리(洪海里) 별들은 밤마다 몸을 씻는다 바다에 내려와 몸을 씻는다 물때 썰때 따로 없는 바다에서 올데 갈데 없는 사내들이 별 하나 입에 물고 투정을 한다 한 움큼의 별들을 가슴에 품고 여자들이 바다에 누워 있다.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0
<시> 바다에서는 바다에서는 홍해리(洪海里) 바다에서는 시인이 따로 없다 어부에게는 바다가 시요 갈매기는 하늘의 시요 선장에게는 파도가 시니 시인은 이미 시인이 아니다 바다에서는.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0
우이령 보존회 10년사 우이령보존회 10년사 최중기(회장) 북한산 국립공원내 우이령 도로 확포장 저지 활동 ***우이령보존협의회 결성*** 일명 소귀고개로 알려진 우이령 길은 6.25 이전에는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교현리와 서울의 우이동 일대를 연결하는 소로로 있었으나 6.25중 미국 공병대가 작전도로로 개설하여 차량통행.. 牛耳洞 이야기 2005.11.19
<시> 가을 연가 가을 연가 洪海里 이런 저녁녘에 홀로 서서 그대여 내 그대에게서 숨 막히게 끝없는 바다를 보노니, 그 바다를 가로지르는 맑은 바람 속에서 물소리에 씻겨 막막하던 푸르름 애타던 일 모두 잔잔해지고, 맑은 넋의 살 속 흘러가는 세월의 기슭에 그리움이란 말 한마디 새기고 새기노니, ..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19
<시> 가을 꿈 한 자락 가을꿈 한 자락 홍해리(洪海里) 가슴 속에 소가 한 마리 살고 있다 들길을 가고 있는 등 누런 암소 피리소리가 그의 등에서 풀려 나온다 먼 마을 굴뚝마다 연기가 모락모락 추억처럼 피어오르는 저녁 밥상머리 들판에 펼쳐지는 꿈자락 한 마당 아무것도 못 보고 헤매는 사람아 하늘에 뜬 ..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19
<시> 사치시奢侈詩 사치시奢侈詩 홍해리(洪海里) 밥이 되나 술이 되나 시를 써 뭘 해 밤낮없는 음풍명월 세월은 가고 끼룩 끼이룩 기러기 하늘 돈 나오나 떡 나오나 시는 써 뭘해 꽃놀음 새타령에 나이는 들고 꺼억 꺼억꺽 벙어리 울음 천년 울면 눈 트일까 목 타는 길을 푸른 가약 하나 없이 홀로 가는 비바..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