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홍주와 꽃게 - 관매도에서 홍주와 꽃게 - 관매도에서 홍해리(洪海里) 지초 뿌리 넣어 달이고 달인 마지막 남은 순수의 진홍빛 눈물 한 잔. 바다를 깨물던 집게발 이제 빨갛게 익어 사기 쟁반 위에 누워 하늘을 문다.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19
<시> 유행가 유행가 洪 海 里 정치하는 사람들이 비운다 한다 정치적으로 시 쓰는 사람들도 비운다 한다 시적으로 종교하는 사람들이 비운다 한다 종교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도 비운다 한다 육체적으로 비울 것 없는 사람은 무얼 비우나 이런 하찮은 걱정이나 비우나 비울 것 다 비우고 나면 세상 ..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19
<시> 춘향 춘향 홍해리(洪海里) 남원골에 달 하나 떠서 천년을 흐르고 있다 달 뜨자 바람 일어 눈을 맞추고 바람 한 줌 질긴 살 누가 허무나 뒷산에 녹음방초 수퀑은 울고 밤꽃 내음 흐벅지게 고샅마다 흐르는데 누가 집을 짓고 있다 물 속에 바람의 집을 짓고 있다 천년 달빛 하나 바늘 구멍으로 들어서고 물에 ..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19
<시> 조화 조화 홍해리(洪海里) 물 속으로 흘러가는 불길이요 불 속에서 솟구치는 물길일지라 봄꽃도 한철 아아라이 물 속에서 불로 타오르고 불 속에서 물로 흐르는 핵탄두 같은 사랑, 그것은.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19
<시> 가을밤에 홀로 가을밤에 홀로 홍해리(洪海里) 손등에 어리던 그림자 사라지고 손바닥엔 강물소리 넘쳐 흐르네 순간과 영원이 만나 말씀을 잇자 공허와 충만이 서로 신명 지피네.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19
<시>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홍해리(洪海里) 가을이 오면 먼저 떠나간 시인들의 눈빛이 비취로 풀려 하늘에 찬다 하늘 가득 보석으로 반짝이다 지상으로 지상으로 내린다 그들이 남겨놓은 노래들이 노을처럼 그리움처럼 밤새도록 적막강산을 가득 채우고 사람들은 저녁이 와도 등불을 밝히지 못한다 가을이 오면 허..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19
<시> 지는 꽃 지는 꽃 홍해리(洪海里) 오늘은 나도 쓸쓸히 너도 쓸쓸하게 서로를 방생하고 있다 내 추억의 강으로 네 사랑의 바다로 안개그리움이 뿌옇게 뿌옇게 눈에 어리고 드디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가슴 가끔 낙뢰가 울어 한 생애를 일깨우지만 낭자한 꽃이파리 … 물 위에 뜨다.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19
<시> 입술피리 입술피리 홍해리(洪海里) 경상북도 안동골 김원길 시인 입술로 새를 접어 날리고 있네 포롱포롱 날더니 하늘가 앉아 반짝반짝 떠도는 별이 뜨누나 별 점점 선을 긋고 달빛 산산 깨어지고 술잔바다 파도 일어 찰랑이노니 그 새 떼 날아와 목 축이고 날개 씻고 혓바닥 입술마다 춤을 추는 피리소리.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