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우 13

월간《우리詩》신작소시집 /2023. 1월호.

2023. 신년호 〈신작소시집〉 세란헌洗蘭軒 외 4편 洪 海 里 물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난잎을 씻고 내 마음을 닦노니, 한 잎 한 잎 곧추서고 휘어져 내려 허공을 잡네. 바람이 오지 않아도 춤을 짓고, 푸른 독경으로 가득 차는 하루 또 하루 무등, 무등 좋은 날! * 세란헌 : 우이동에 사는 한 시인의 달팽이만 한 집. 푸른 하늘 무지개 늙바탕에 한무릎공부했다고 깔축없을 것이 어찌 없겠는가 세상 거충대충 살아도 파근하고 대근하기 마련 아닌가 나라진다 오련해진다고 징거매지 말거라 한평생 살다 보면 차탈피탈 톺아보게 되느니 더운 낮에 불 때고 추운 밤에 불 빼는 어리석은 짓거리 하지 마라 씨앗은 떨어져야 썩고 썩어야 사는 법 때 되면 싹 트고 열매 맺느니. 독거놀이 오늘도 혼자 앉아 물밥 한 병, 닭가..

시가 있는 솔밭공원 / 임채우(시인) / 「강북구소식」 제321호(2022.01.25.)

시가 있는 솔밭공원 임 채 우(시인) 우이경전철 종점 한 구간 전 솔밭공원역에서 내려 4·19묘지역 쪽으로 100여 미터 족히 내려가면 '우이동솔밭공원'이 있다. 100여 년 된 소나무 1천 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솔밭공원은 분명 도심을 부유하는 푸른 섬이다. 공원 부지는 약 1만5천 평, 올려다보면 소나무 가지 사이로 삼각산三角山이 우러러 보이는 북한산 자락에 평평하게 소나무 군락지를 골라 1997년에 공원의 형태를 갖추었고, 2008년에 새로이 단장했다. 인근 주민들이 소나무 숲에서 산책을 하고 운동도 하는 등 좋은 쉼터가 되고 있다. 우이동 솔밭공원에 가면 시詩가 있다. 소나무 숲 오솔길에 열다섯의 시목詩木과 한 개의 노래비가 있다. 시목에는 작고했거나 현재 활동 중인 우리나라 대표시인들의 시..

牛耳洞 이야기 2022.01.25

전설 - 북한산일기 · 31 / 임채우(시인)

전설 ― 북한산일기 · 31 임 채 우 북한산 해 뜨는 자락에 한 시인 부부가 살았답니다. 시인의 그 곱고 사랑스러운 부인은 시 쓰는 남편을 하늘로 알고 알토란 같은 자식들 품으며 평생 해로할 듯하더니, 이순을 갓 넘겨 그만 이른 치매에 걸렸답니다. 십년을 자리보전하는 부인을 시인은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손발이 되었답니다. 주위 사람들과 자식들이 가까운 요양병원으로 옮기자고 하였으나 시인은 부인께서 병마에 사로잡힌 것이 순전히 자기 탓이라고 한사코 짐을 덜지 않았답니다. 시인은 지아비의 못다 한 사랑을 시집 네 권에 묶어 세상에 내놓으며 자책하였답니다. 어떤 이는 이런 절창을 쏟기 위하여 부인께서 치매에 걸려야 했었다고, 또 어떤 이는 부인은 밖으로만 나돌던 지아비를 곁에 붙들고 온전한 사랑을 독차지한..

詩化된 洪海里 2021.09.16

남이 척산南二尺山

남이 척산南二尺山 洪 海 里 고조부님 고조모님과 산이 되어 계시고 증조부님 증조모님과 뫼가 되어 계시고 할아버님 할머님과 언덕이 되어 계시고 아버님 어머님이랑 오름이 되어 계신 곳 척산촌수尺山寸水라도 나도 산이 되고 내가 되고 싶어 산으로 올라가 내를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풍경이 되리 타향으로 떠돌다 돌아오면 포근히 감싸주는 어머니의 품 같은 고향이란 가슴속에 피어 있는 한 송이 꽃, 그 향기 같은 것 내 고향 남이 척산. * 내가 태어난 곳은 충청북도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 472번지인데 지금은 청주시로 되어 있다. - 월간 《우리詩》 2021. 4월호.(제394호). * 네 권의 『치매행』 연작시집 이후 시인의 불안한 일상이 지속되고 있다. 사랑하는 부인과의 사별 이후 또다시 혈육과의 영원한 이별도 있었..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발문 / 임채우(시인 · 문학평론가)

<발문>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촉도난蜀道難 임채우(시인·문학평론가) 치매행이 세 권에 이르도록 아직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세간에 이르기를 참으로 지독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여느 시인이라면 잘해야 시집 한 권으로 떨어질 고뿔 같은 것을 장장 세 권에 걸쳐 아직..

매화와 낙타의 이중창 - 洪海里 시집 『매화에 이르는 길』/ 임채우

<해설> 매화와 낙타의 이중창 - 洪海里 시집 『매화에 이르는 길』 임채우(시인) 아내에게 바치는 안타까운 사랑 고백인 시집『치매행致梅行』(황금마루, 2015)이 발간되자 우리 시단은 경악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 입장에서 150편 분량의 시집을 펴낸 것은 우리 시문학사상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