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27

돌과 난, 난과 돌 - 임보, 홍해리 고운 님에게

돌과 난, 난과 돌 -임보, 홍해리 고운 님에게 김준태(남녘땅해남인)) 바위는 천년을 살고 난은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죠 바위는 난 위에 오르지 못하지만 난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푸른 배꼽을 내놓고 저 하늘을 누리며 산다 오오 그러나 난은 바위가 없으면 자신의 뿌리를 내릴 수 없나니 그래요… 참말 그렇군요 난과 바위 바위와 난은 서로 부족함이 없이 천년을 만년을 살아오고 있음이여 난과 바위 바위와 난을 배우며 우리들도 사람을 벗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살고 노래함이여!!

詩化된 洪海里 2022.11.16

월간《우리詩》신작소시집 /2023. 1월호.

2023. 신년호 〈신작소시집〉 세란헌洗蘭軒 외 4편 洪 海 里 물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난잎을 씻고 내 마음을 닦노니, 한 잎 한 잎 곧추서고 휘어져 내려 허공을 잡네. 바람이 오지 않아도 춤을 짓고, 푸른 독경으로 가득 차는 하루 또 하루 무등, 무등 좋은 날! * 세란헌 : 우이동에 사는 한 시인의 달팽이만 한 집. 푸른 하늘 무지개 늙바탕에 한무릎공부했다고 깔축없을 것이 어찌 없겠는가 세상 거충대충 살아도 파근하고 대근하기 마련 아닌가 나라진다 오련해진다고 징거매지 말거라 한평생 살다 보면 차탈피탈 톺아보게 되느니 더운 낮에 불 때고 추운 밤에 불 빼는 어리석은 짓거리 하지 마라 씨앗은 떨어져야 썩고 썩어야 사는 법 때 되면 싹 트고 열매 맺느니. 독거놀이 오늘도 혼자 앉아 물밥 한 병, 닭가..

으악새 / 유시욱(문학평론가)

으악새 洪 海 里 바람에 일렁이는 은백의 머리칼 아름답게 늙은 사람 고운 사람아 저건 꽃이 아니라 차라리 울음이리 낮은 곳으로 펼치는 생명의 비단이여 구름으로 바람으로 굽이치는 만릿길 끊일 듯 들려오는 향기로운 단소 소리 가다가 돌아서서 넋을 잃고 바라보면 수천수만 새 떼의 비상이네 물보라 피우는 능선의 파도이다가 풀밭에 달려가는 양 떼이다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쓸쓸한 그리움이네 산기운 모아 뽑는 허이연 기침소리 저건 꽃이 아니라 차라리 울음이네. * 에서도 양 감각의 이미지는 자유자재로 구사되어 있다. 억새풀 같은 흔한 소재에서 참신한 상을 끌어내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생명의 비단에서 굽이치는 구름길이나 바람길, 새 떼의 비상, 물보라 이는 파도, 양 떼로 이어지는 시각적 표상과 단소소리와 기침소리,..

*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임보 시인과!

난蘭과 수석壽石 洪 海 里 한때 나는 난초에 미쳐 살았다 그때 임보 시인은 돌을 안고 놀았다 내가 난을 찾아 산으로 갈 때 그는 돌을 찾아 강으로 갔다 내가 산자락에 엎어져 넝쿨에 긁히고 있었을 때 그는 맑은 물소리로 마음을 씻고 깨끗이 닦았다 난초는 수명이 유한하지만 돌은 무한한 생명을 지닌다 난을 즐기던 나는 눈앞의 것밖에 보지 못했고 그는 돌을 가까이하여 멀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의 시는 찰나적인 것이 주류를 이루었고 그의 작품에는 영원의 향수가 향기롭게 배어 있다 한잔하면 나는 난초잎처럼 흔들리는데 그는 술자리에서도 바위처럼 끄떡없다 난과 수석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조화란 어떤 것인가, 차이는 또 무엇인가 눈 밝은 가을날 석란화 한 점 가만히 들여다보며 넷이서 마주앉아 매실주 한잔..

낮과 밤, 나의 이중생활 / 김영기(시인)

전라매일 2021.04.01. [문학칼럼-시인의눈] 낮과 밤, 나의 이중생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갑작스러운 인지장애로 본의 아니게 치매약을 복용하면서 졸지에 이중생활이 시작 되었다. 지금까지 가끔 꿈을 꾸는 경우 외엔 잠이 내게 간섭하는 일은 없었다. 그 짧은 꿈조차도 깨자마자 기억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잠이란 그저 몸과 뇌가 쉬는 시간이고, 잠시 자신과의 결별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꿈이 너무도 선명해졌다. 도무지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비현실의 현실 속에서 뇌가 잠들지 않는 것이다. 과거의 일이 편집되고 가공된 긴박하고 웅장한 영상이 밤새도록 감긴 눈꺼풀 안으로 영화처럼 펼쳐지고, 그 생생함에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격렬하게 반응한다. 아마도 기억의 활..

가을 들녘에 서서 / 부채詩 : 윤정구(시인)

노을빛 감성 황홀한, 순수의 대명사 ​ 홍해리 시인은 임보 시인과 더불어 우이시(牛耳詩)의 설립자요, 실질적인 운영자이다. 임보를 일러 ‘구름 위에 앉아 마술부채로 시를 빚는 시도사(詩道士)’라 부르고, 홍해리는 ‘애란가(愛蘭歌)를 부르며 불도저를 모는 난정법사(蘭丁法士)’라 한 어느 시인의 싯구와 ‘성미가 곧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초심을 지켜’ 간다는 주위의 말대로 어지러운 시대에도 홍해리 시인은 우이동을 청정지대로 지켜가고 있다. 평생 지우(知友)였던 이무원 시인은 홍해리 시인을 ‘그는 풀로 말하면 난이요, 나무로 말하면 매화다. …두루 뭉슬 굴러가야 편한 세상에 그는 낙낙장송이듯 초연하다’고 말하였다. ‘말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서 무엇하리/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다볼 일/ 산속에 숨어 사는 곧..

초겨울 엽서

초겨울 엽서 洪 海 里 토요일엔 하루 종일 기다리고 일요일은 혹시나 하지만 온종일 소식도 없고, 바람에 슬리는 낙엽, 낙엽, 나겹나겹 낮은 마당귀에서 울고 있다 내 마음 앞자락까지 엽서처럼 와서 그리움만 목젖까지 젖어 네가 눈가에 맴돌고 있지만 성긴 날개로는 네게 갈 수 없어 마음만, 마음만 저리고 아픈 날 솟대 하나 하늘 높이 세우자 뒤뚱대는 여린 날갯짓으로 네가 날아와 기러기 되어 앉는다 비인 가슴으로 나도 기러기 되어 네 곁에 앉는다. [출처] 초겨울 엽서-----홍해리|작성자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