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천년 천년 洪 海 里 매화나무 아래 종일 소리에 취하자 매미 떼가 나를 떠메고 만리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한여름날 대낮의 꿈!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08.02
<시> 입술 입술 洪 海 里 웃고 말하는 두 닢의 꽃 피고 지고 지고 피면서 번개 치고 천둥 울다 벼락 때리는 앵두나무 우듬지 두 닢의 잎술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07.23
<시> 산딸기 산딸기 洪 海 里 대처에서 나고 자라 먼 시골 푸른 산달로 시집간 딸애 산달이 되자 젖꼭지 탱탱 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손자 보겠네, 나 할아버지 되겠네. * 위의 딸기는 http://blog.duam.net/jib17에서 옮김.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06.19
<시> 작두 타는 봄 작두 타는 봄 洪 海 里 할 말이 많으면 짐이 무거워 차라리 입을 열지 못하고, 폭발하듯 피어나는 꽃들은 가벼운 무게로 소리없이 터지지만, 물먹은 짐을 지고 말을 달려 미쳐야 네게 갈 수 있는 것은, 때 묻은 말도 때가 되면 시가 되기 위하여 꽃들이 작두 타고 춤춰야 하기 때문.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05.25
<시> 인사동의 달 인사동의 달 洪 海 里 서울살이 사십년 인사동의 달을 처음 보았다 '보리수'에서 시낭송회 끝나고 '지대방' 찻집에서 솔잎주 한잔 하고 종로로 나오던 경인년 여월如月 열나흘 저녁 보름달보다 조금 덜 익은 모습으로 '저게 여긴 왜 왔어!' 하는 눈빛으로 그녀는(그년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꽃피는..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03.29
병 병 洪 海 里 병든 사내가 병 든 사내를 본다 병은 똑바로 서 있지 않으면 굴러간다 누워 있는 병 병들면 누워 있어야 한다 물 위에 떠 있는 병처럼 흔들린다 몸을 배반/배신하면 몸속에 든 병 몸을 숭배하는 자는 병신病神/病身 결별을 선언하고 돌아선 자 몸은 나의 神이 깃든 성스런 신전..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03.03
<시> 소주 - 내 안의 불여자 소주 - 내 안의 불여자 洪 海 里 몸속에 불여자가 살고 있어 나를 불태우려고 든다 바람 불지 마라 나는 불이다 바람 잘 날 없는 세상 아차 하면 불바다 여차如此하여 나는 야차夜叉가 된다 이 여자 걸핏하면 밤새도록 내게 물을 먹이고 새벽이면 갈증의 바다에서 나를 불바다로 내몰고 있..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