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덧없는 수박 덧없는 수박 洪 海 里 속살이 빨간 푸른 수박 팔딱팔딱 엉덩이를 흔들며 굴러가고 있다 이륜차 뒷자리 수박이 딱풀처럼 딱 붙어 있다 홀라당 벗은 수박이 또 홀딱 벗는다, 오늘 저녁 아니, 백주에도 누군가 포식할 것이다, 수박은 쩍 갈라지고, 잘 익은 까만 씨앗까지도 쪽쪽 빨며 포만의 ..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6.13
시는 써 무엇 하리 시는 써 무엇 하리 洪 海 里 가을은 왔는데 밥 한 그릇 못 되는시를 써 무엇 하랴 술 한잔 안 나오는천 편 詩 쓰면 뭘 해 하늘은 저리 높고 푸른데시 만 편 써서 뭣 하나 열매마다 고요가 깃들었는데 시는 써 무엇 하리. (2005)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6.13
<시> 살아 있음을 위하여 살아 있음을 위하여 洪 海 里 바다를 노래할 때 들뜬 가슴 어쩌지 못하는 것은 그리하여 마구 설레는 어린애가 되고 마는 것은 바다가 멈추어서 흘러가기 때문인가, 그런가, 세상사 제쳐두고 파도를 피우며 하늘과 놀기 때문인가 아니면, 덧없는 세월 부려두고 부지런을 피기 때문인가 뱃..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5.28
<시> 황사黃蛇 황사黃蛇 洪 海 里 연둣빛 푸르러지던 산 황사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내몽고에서 날아온 누런 뱀 아가리를 벌리고 백운 인수 만경을 삼켜 버렸다 아가리가 작다고 함부로 놀리지 마라 한반도를 삼키려 올해 몇 차례는 더 올 것이다 오늘도 북한산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5.18
<시> 내 몸에도 꼭지가 있다 내 몸에도 꼭지가 있다 洪 海 里 편안한 변기에 앉아 있어도 내 몸의 꼭지가 무르지 않을 때 끙끙거리다 수도꼭지를 틀면 쏴! 내리쏟는 물소리 얼마나 반가운가 내 몸도 꼭지가 돌아 시원스레 물이 쏟아지고 먼 길을 돌아온 황금빛 사상도 드디어 물속으로 텀벙! 가라앉는다 시원하다 내 ..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4.11
<시> 아귀 아귀 洪 海 里 왼아귀 오른아귀 내게는 아귀가 두 마리 있다 내 손안에 살고 있는 아귀가 때로는 아귀餓鬼가 되어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들을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아금받으려는 내 손아귀 무엇이든 덥썩 무는 것이 나도 무섭다. * 아금받다 : 무슨 기회든지 악착같이 이용하려는 성질이 있다.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3.18
<시> 봄 봄 - 박흥순의 '의자'에 붙여 洪 海 里 세상은 , 햇볕이 내려앉아 하늘하늘 놀고 있는, 그냥 파릇파릇 흔들리고 있는, 한 개의 의자. * 봄을 본다 그러니 봄이란 봄을 봄이다 보는 것이 무엇인가 안 보이던 것이 보이는 때까지가 봄이다 보이는 것이 있으니 보는 것이다 그때가 봄이다 스스..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3.12
잠자리 잠자리 편안한 잠자리 잠자리 잡을 자리 백척간두 흔들리는 장대 끝 낭낭 뛰어내릴 용기라도 있는 사람 뛰어내려 영웅이 되지만 용기 없어 뛰어내리지 못하는 이 사랑 저 사랑 다 지나서 방하착하는 낭떠러지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1.29
<시> 생각이 난다 생각이 난다 洪 海 里 생각이 난다 생각이 날아다닌다 생각은 늘 자유니까 날기도 하고 못 가는 곳이 없다 어디까지 생각이 미쳐야 하나 얼마나 미쳐야 생각이 나나 생각이 날아야 시는 태어난다 생각은 시의 어머니니까 미처 생각이 나지 않으면 끝까지 미쳐야 한다 생각이 날 때까지 날..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