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먼지의 꿈 먼지의 꿈 洪 海 里 먼지가 왕이다 바닥에 떨어져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민주주의는 암흑 속 세상 게릴라처럼 문틈으로 햇살이 침투하면 나는 모반을 꿈꾼다 먼지는 소리없이 세상을 지배한다 한 알 먼지인 나는 왕이다 침묵 속에 엎드린 백성을 다스리는 굴욕의 왕 * 寒蘭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1.18
<시> 드디어 눈이 내리네 드디어 눈이 내리네 洪 海 里 내가 쓰고 내가 읽는 詩 내가 고치고 내가 보는 詩로 금쪽 같은 한 해가 가고 꼴같잖은 것들 시끄러운 것들 다 지워버리라고 다 잊어버리라고 서두르지 말라고 느긋하게 살라고 싸늘한 경전처럼 다정한 눈빛처럼 드디어 눈이 내리네 눈이 퍼붓네. (2002) * 벌노..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12.30
<시> 섣달 그믐날 눈이 내린다 섣달 그믐날 눈이 내린다 洪 海 里 1 눈이 내린다 벗은 나뭇가지 꽃눈마다 눈꽃이 피었다 눈이 내리면 가을볕이 남겨준 힘으로 뿌리끝에서 봄빛이 일어서는 소리 푸르다 2 돈과 똥, 무엇이 다른가 하늘과 땅, 무엇이 다른가 올해와 새해, 무엇이 다른가 새것과 헌것, 무엇이 다른가 산것과 ..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12.30
<시> 워낭을 울리다 / 을해년이 저기 가네 워낭을 울리다 洪 海 里 섣달그믐에서 正月 초하루까지 한 해를 가며 乙酉의 닭은 울었다 신선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힘차게 홰를 치고 오는 한 해의 잣대를 丙戌의 개에게 넘겨주었다 컹컹대며 달려갈 미지의 세계 희망이란 늘 먼 곳에 있어 우리는 청맹과니처럼 귀머거리처럼 앞만 보고..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12.29
<시> 소소명명炤炤明明 소소명명炤炤明明 洪 海 里 서울의 밤이 눈으로 덮인 동짓달 스무사흘 새벽 세 시 기다리다 토라졌는지 서쪽으로 기운 하늘에 굶주린 사내가 냉큼 물어뜯은 수정으로 빚은 냉염한 달 차가운 계집처럼 언 강물 위를 홀로 가고 있다. * 어제 새벽에 밖에 나가 보니 온세상이 눈에 덮였다. 소..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12.29
<신년시> 2011년 辛卯 새해에 부쳐 <신년시> 2011년 辛卯 새해에 부쳐 洪 海 里 2011년 신묘의 새해가 밝았다 위대한 시간의 수레바퀴는 어김없이 돌아 묵은해는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리고 찬란한 빛으로 새해의 아침이 우릴 맞았다 새해의 첫 해오름을 보았는가 새로이 울리는 시간의 북소리 천지에 가득하고 맑고 시린 빛살이 고루고..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12.15
<시> 찻잔 찻잔 洪 海 里 부드러운 네 입술에 닿으면 너는 따스한 품을 열어 동그란 호수가 된다 호수 위로 피어오르는 저 남녘의 다디단 바람의 맛과 햇빛과 놀던 물소리 다 내 몸속으로 들어와 치우치지 마라 지나치지 마라 이르고 있다 너를 가슴에 보듬어 안으면 우주가 내 안에 있어 애잎이 피..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11.12
<시> 미평리발소 미평리발소 洪 海 里 자전거로 삼십 리 길 집에서 대처 청주까지 매일 아침저녁으로 달리던 길 자갈이 깔려 있던 길 팽팽한 자전거 타이어에 핑핑 튕겨나가는 돌멩이처럼 우리는 어딘가로 늘 떠나고 싶던 중학교 저학년 시절 함께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하던 정길이란 녀석 미평리 앞길..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11.11
<시> 덤 덤 洪 海 里 은하수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벌레 먹은 보름달 둥두럿하나 아침이나 밤이나 안개의 나라 가을은 그 속에서 익어가는지 사과나무 얼굴이 빨갛게 곱다 * 南天 열매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10.03
<시> 진범 * 위의 미나리아재비과의 '진범'은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진범 洪 海 里 이쁜 꽃 한 송이 눈에 띄기에 그 밑에 시 한 편 써 놓았더니 꽃만 보이고 글은 보이지 않는다 짜장, 그렇지 꽃 아래 시가 어찌 보이겠는가. 꽃은 자연의 시이고 시는 인조의 꽃이니, 백중 건너 한가위면 달도 꽃을 피우리니..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