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시인의 집 <세란헌洗蘭軒>

白視現象 - 도라지꽃 洪 海 里 찔레꽃과 흰 모란과 백도라지 꽃 속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치마 저고리가 하얗다 그네 시가 하얗다 그의 시가 하얗다 너의 시가 하얗다 나의 시가 하얗다 시는 하얗다 시집도 하얗다 그걸 보는 눈도 하얗다 그걸 읽는 소리도 하얗다 그걸 듣는 귀도 하얗다 시간도 하얗다 ..

꽃은 말이 없다 洪 海 里 꽃은 자체가 말이어서 색깔로 소리치다 한평생을 접는다 '말없음표'로 우주를 향해 열린 씨입일 뿐 꽃은 말이 없다.

찔레꽃은 왜 피는가 - 閑居日誌 洪 海 里 찔레꽃은 왜 피어서 슬프도록 하얀 향을 뿌리는가 수술실에서 나와 보니 입술이 속으로 하얗게 탔다 봄은 어쩌자고 또 다시 와 찔레꽃을 피우고 나는 왜 황토마루에 서서 찔레꽃 향기에 목을 놓는가.

玉梅園 洪 海 里 玉梅園에 가서 나는 보았네 白梅 紅梅 정답게 피어 있는 걸 그것도 남편은 단엽 雪中梅 아내는 연분홍 홑꽃 가슴 새빨간 緋梅로 타오르는 아이들 그 빛 하늘까지 그윽히 밝혀 아쉽게 돌아오는 서울길 따라 매콤하니 파고드는 짙은 暗香. * 옥매원은 충북 옥천군 이원면 강..

梅花夫婦 洪 海 里 남편은 파르라니 하이얀 다섯 개의 상아질 이빨로 웃고 아내는 붉고 고운 혓바닥 다섯 장으로 피어 있네. 선한 눈 마주보며 손잡은 채 뜨겁디뜨건 울음만 속으로 속으로 황홀하니 삼키더니, 얼어붙은 뼈마디 달그락거리는 한겨울의 곤비를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은빛 꿈 분홍빛 꿈으..

꽃 洪 海 里 눈이 네게 빨려든다 손이 네게 끌려가고 코가 네게 달려가고 내가 네게 무너진다.

밤꽃 洪 海 里 우이동 골짜기 축포 쏘는 소리 수천수만 사내들 천지를 진동시킨다 소리없이 터뜨리는 저 젖빛 불꽃놀이 비릿하니 혼절하는 저녁녘 안개.

찔레꽃 洪 海 里 목이 타는 愛蓮里 遠西軒 지나 옥양목 펼쳐놓은 찔레꽃더미 홀로 헤매다 길 잃은 牽牛. 은하 물가 푸른 풀밭 소 떼를 찾아 피리소리 하나 잡고 강을 건너서 젖어오는 그리움에 길 잃은 織女. * 원서헌 : 충북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198. 오탁번 시인의 원서문학관

九節草 洪 海 里 친구의 누이 이름이 호수였다. 눈에는 늘 하늘이 젖어 있었다, 그립고 쓸쓸한.

우체국 가는 길에 - 장미 洪 海 里 장미꽃 어질머리 누굴 홀리나 누굴 녹여 죽이려고 불을 지르나. 장미꽃 지스러기 땅에 떨어져 허핍한 몸뚱어리 덮어 주려나. 허리 아래 감춰 둔 저 붉은 음모 오, 미친 여자여 너의, 핏빛 그리움 詩를 쓰듯 너를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