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아래 서면 등나무 아래 서면 洪 海 里 밤에 잠 깨어 등나무 아래 서면 흐느끼듯 흔들리는 보랏빛 등불이 여름밤을 밝히고, 하얀 여인들이 일어나 한밤중 잠 못 드는 피를 삭히며 옷을 벗고 또 벗는다 깨물어도 바숴지지 않을 혓바닥에서 부는 바람 살 밖으로 튀어나는 모래알을 한 알씩 한 알씩 입술에 박아놓고 ..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자귀나무송 자귀나무송 洪 海 里 저녁 나절 몽롱히 취한 여자가 연분홍 실타래를 풀었다 말았다 동양을 꿈 속에 잠그고 있다. 등에 물을 끼얹으며 씻을 데 다 씻고 나서 한 사내의 넋을 불러내고 있다. 손마디 마디 녹아내린 밤 바람 어둠 속에서 달덩일 안고 죽어가듯이 풀과 하늘과 벌레를 수 놓으면서 정한 슬픔..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메밀꽃 메밀꽃 洪 海 里 친정과 시집 사이 아내의 눈물 한 쪽 수줍게 수줍게 하얀 밤바다 핀다 달빛 잠재운 늪이듯 식은땀 흘리는 서른셋의 꽃이파릴 싸고 돌면서 나의 바람을 잡는 아내의 女子 신음으로 신음으로 밤을 밝히는 시퍼런 살 밖으로 아내의 안달은 일어서다가 가슴에 와서 언뜻 눈이..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코스모스 코스모스 洪 海 里 아침마다 짙어가는 안개의 밀도 안개 속 아픔을 뚫고 터뜨리는 화사한 웃음 현란한 꽃의 맵시여 은하처럼 열지은 하얀 꽃 빨간 꽃 분홍의 군무 하늘로 향해서 열린 동경의 가슴마다 한낮맞이 단장에 부산한 새벽 사랑을 한다 손에 잡히지 않게 높아진 하늘 이 맑은 하늘의 푸르름 아..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타래난초 타래난초 洪 海 里 설악바다 앞산에서 천상을 향해 외줄을 기어오르고 있는 색동옷 고운, 귀여운 아가들을 만났다 엄마 아빠 어디 가고 저들끼리 한 계단씩 오르며 수직 등반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두렵고 외롭겠느냐 햇살도 몰려와 눈을 감고 손을 모았다 외줄타기로 꽃을 피우는 요요..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여름자목련 여름자목련 洪 海 里 애비도 모르는 여러 자식들 푸른 포대기에 싸 안고 미역국도 못 얻어먹은 채 땀 뻘뻘 흘리며 울고 있는 철부지 미혼모.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금빛 허기 금빛 허기 洪 海 里 꽃은 제가 피우는데 몸살은 왜 내가 앓는지 날 좀 봐! 내 향기 들리지? 날 좀 들어봐! 내 향기 보이지? 생면부지 소녀 속살을 드러낸 채 새뜩새뜩 웃으며 막무가내로 다가선다 푸른 세상에선 꿈도 금빛으로 꾸는지 어지러운 한낮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개나리 개나리꽃.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질경이의 꿈 질경이의 꿈 洪 海 里 가난하다고 꿈이 없으랴 밟히고 밟혀 으깨지고 문드러진 몸뚱어리 빛과 바람을 모아 꽃을 피우고 네 날개 울림 따라 열매를 짓는 맨몸으로 벌이는 고통의 축제 네가 보아 주지 않아도 외로운 염원 마디마디 펼치는 낯설고 끝없는 여행이여 슬퍼서 보이지 않는 눈물의 길 보잘것..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雲華 雲華 - 차나무꽃 洪 海 里 천리 먼 길 맨발로 천 밤 만 날 걸어오더니 홀연 터뜨린 차나무꽃 흰구름 위 금빛 구름 이마가 서늘토록 푸르른 하늘 아래 책장이 스르르 넘어가는 늦은 가을날 말없음표 하나 금빛으로 찍히는데 너에게 가는 길 여태 천리 강산이네. 『꽃香 詩香』(미간) 2009.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