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꽃밥 - 紫雲英 洪 海 里 땅에서 하늘까지 구름 피우는 저 아름다운 홍자색 꽃부리들, 무참히 갈아엎어 밥상을 차리다니! 자운자운 전신공양하는 가볍고 무거운 희생으로, 상 위에 오르는 자줏빛구름꽃부리밥!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푸서리의 찔레꽃 푸서리의 찔레꽃 洪 海 里 도시락 둘러멘 무명 보자기 계집애 하얀 얼굴 잘 익은 농주든가 아질한 향내 먼지 풀풀 황톳길 허기진 바람 가뿐 숨 단내 나는데 딸각딸각 빈 소리 타는 고갯길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장미, 폭발하다 장미, 폭발하다 洪 海 里 가시철망 초록 대문 위 천하에 까발려진 저, 낭자한 음순들 낭창낭창 흔들리는 저, 저, 호사바치.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찔레꽃 필 때 찔레꽃 필 때 洪 海 里 제 가슴속 하얀 그리움의 감옥 한 채 짓고 기인긴 봄날 홀로 시퍼렇게 앓고 있는 까치독사 내가 줄 게 뭐냐고 먼 산에서 우는 뻐꾸기 해배될 날만 기다리는 오동나무 속 새끼 딱따구리 까맣게 저무는 봄날---.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흰 모란이 피었다기 흰 모란이 피었다기 洪 海 里 모란이 피었다는 운수재 주인의 전화를 받고 한달음에 달려갔더니 금방 구름처럼 지고 말 마당가득흰구름꽃나무숲 저 영화를 어쩌나 함박만한 웃음을 달고 서 있는 저 여인 한세상이 다 네게 있구나 5월은 환하게 깊어가고 은빛으로 빛나는 저 소멸도 덧없..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나팔꽃과 안테나 나팔꽃과 안테나 洪 海 里 며칠 전 밑둥을 베어버린 나팔꽃 2층 옥상 안테나에 몸을 매달고 있다 말복 지나 처서 가까운 가을 아침 10시 못 되어 도르르 말리던 꽃송이들, 줄기와 잎에 남아 있는 피 한 톨까지 다 짜서 뜨겁게 마지막 항변을 하고 있는 것일까 꽃마다 귀가 되어 우주의 소리 불러 모으고 ..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가을 목련 가을 목련 - 紫木蓮 洪 海 里 9월이라 구진구진 내리는 비 할일 없는 오후 일곱 달쯤 된 수캐 좆만한 꽃봉오리를 자지빛으로 까고 있는 아파트 그늘의 목련나무 자주자주 내리는 자줏빛 가을비.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나팔꽃, 바르르 떨다 나팔꽃, 바르르 떨다 洪 海 里 꽃 속으로 들어가면 꿈의 집 한 채 영원으로 가는 길 눈썹 끝에 머무는 꿈결 같은 꽃자리 까막과부 하나. 『꽃香 詩香』(미간) 2009.02.01
밤늦이 늘어질 때 -밤꽃 밤늦이 늘어질 때 - 밤꽃 洪 海 里 몽환의 산그늘에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천근 고독의 사내가 자신을 해체하고 있다 구릿빛 비린내 느정느정 늘어져 꽃피고 있다. 벌거숭이 맨발로 달려가는 기적소리 들린다 푸른 천둥소리 은밀하니 진저리치는 산골짜기 허리끈 풀어진 잠들지 못하는 유월의 밤은 짧.. 『꽃香 詩香』(미간) 2009.01.31
나팔꽃 나팔꽃 - 견우牽牛의 詩 洪 海 里 마음이 물이라서 아니 불이라서 뛰는 심장으로 이왕에 내친걸음 갈 데까지 가는 거야 만날 기약 한 달 넘어 남았지만 검정소 한 마리 고삐 잡고 직녀織女 찾아 하늘 오를 때 아침 이슬에 젖어 그립다 그립다는 말 대신 터뜨리는 선홍빛 팡파르! 『꽃香 詩香』(미간) 2009.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