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 지는 꽃 洪 海 里 오늘은 나도 쓸쓸히 너도 쓸쓸하게 서로를 방생하고 있다 내 추억의 강으로 네 사랑의 바다로 안개그리움이 뿌옇게 뿌옇게 눈에 어리고 드디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가슴 가끔 낙뢰가 울어 한 생애를 일깨우지만 낭자한 꽃이파리 … 물 위에 뜨다. (시집『은자의 북』1992) 『꽃香 詩香』(미간) 2009.02.02
풀꽃 한 채 풀꽃 한 채 洪 海 里 겨우내 설계하고 봄이 오자 지상에 집 한 채 세우는구나 꽃등 곱게 밝히고 '채근담'을 펼치다 담담하니 홀로 여는 손이 흙으로 바람으로 물로 빚은 빛을 내품고 있네 옆에서는 산새들이 지절대고 하늘엔 무심한 구름장 날다. (시집『은자의 북』1992) 『꽃香 詩香』(미간) 2009.02.02
대추꽃 대추꽃 洪 海 里 무어 잘났다고 드러낼 게 있어야지 잎인지 꽃인지 분간도 못해라 꽃이 피었는지 아는 이 없어도 숨어서 피는 이의 향기로움이여! (시집『淸別』1989) 『꽃香 詩香』(미간) 2009.02.02
한란寒蘭 한란寒蘭 洪 海 里 그녀는 혼자다 늘 호젓하다 소나무 아래서나 창가에서나 달밤엔 비수 그 푸른 가슴 창 안에 어리는 별빛 모두어 놓고 그녀는 호젓하다 늘 혼자다. (『淸別』1989) 『꽃香 詩香』(미간) 2009.02.02
희란 희란姬蘭 洪 海 里 계집이야 품는 맛 나긋나긋 고분고분 가냘프고 소슬하고 눈길 한번 던져 놓고 다시 안는 너 차라리 안쓰럽고 그윽하고. (『淸別』1989) 『꽃香 詩香』(미간) 2009.02.02
나도풍란 나도풍란 洪 海 里 전신을 들내놓고 애무를 한다 익을 대로 다 익어 터질까 말까 농염한 나신 흐르는 젖물 천지간에 못다한 막막한 그리움이 향기 하나로 천지를 혼절시키고. (『淸別』1989) 『꽃香 詩香』(미간) 2009.02.02
등꽃 등꽃 洪 海 里 상계동 골짜기 보랏빛 적멸보궁 익사한 사내처럼 하늘에 등을 대고 꽃덩이 주렁주렁 내려뜨리니 언뜻 수락산이 취해 물소리를 멈추네. 『꽃香 詩香』(미간) 2009.02.02
蘭 蘭 洪 海 里 이쁜 혓바닥 쏘옥 내밀고 돌아서는, 욕실을 나서는 기인 머리의 계집애. 도란도란 정답은 초가지붕 달빛 어리는 지창 안 연한 수묵빛 차마 풀지 못하는 포옹 말없이 가슴을 울리는 말씀 하나. 『꽃香 詩香』(미간) 2009.02.02
梅花 梅花 洪 海 里 7.8월 매화는 임신중 입덧을 하느라 잎이 말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눈빛도 말려 언 눈 속 이른 봄 잔치는 잔치 삼복에 부른 배 기미가 피어 말린 잎 흔들다 잠이 든 고요. 『꽃香 詩香』(미간) 2009.02.02
報春花 報春花 洪 海 里 송림 사이 바람 간다 햇빛 다사로운 남향 산기슭 잔잔한 호숫가 초가지붕 위 아침 연기 오르고, 가난해도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 몇 대 오손도손 늘 정다운 이야기 다숩은 모습 사랑홉다. 커가는 자식들 꽃 피면 보듬고 감싸 안는 하늘 땅 지순한 지아비 지어미 보인다. 걸친 것 없고 화.. 『꽃香 詩香』(미간) 2009.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