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길 -치매행 · 17 병원길 - 치매행致梅行 · 17 洪 海 里 아내랑 병원에 갑니다 어디 가느냐 열 번을 묻습니다 왜 가느냐고 또 묻고 묻습니다 그 물음을 나는 가슴에 묻습니다 병원에 간다 의사 만나러 간다 해도 아내는 묻고 또 묻고 그럴 때마다 나는 묻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늘대는 버들..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3
아낙군수 -치매행 · 16 아낙군수 - 치매행致梅行 · 16 洪 海 里 새벽에 일어나 쌀 씻어 안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 먹고 씻부시고, 문 닫고 들어앉아 아내랑 놉니다 할 말도 없어 그냥 바라보다 마는 것이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긴 하지만, 단물곤물 다 빠진 수수깡처럼 땅바닥에 뱉어버린 담배꽁초처럼 비워..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3
착각 - 치매행 · 15 착각 - 치매행致梅行 · 15 洪 海 里 내 눈은 늘 밝을 줄 알았습니다 내 귀는 늘 환할 줄 알았습니다 내 이빨은 언제나 튼튼하리라 믿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희미해진 눈 먹먹해진 귀 흔들리는 이빨 걷잡을 수 없이 나를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무릎 삭아내리고 허리뼈 또한 주저앉아 버렸..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2
아내 - 치매행致梅行 · 14 아내 - 치매행致梅行 · 14 洪 海 里 눈을 감아야 보입니다. 눈을 뜨면 보이지 않습니다. 한평생 살았다고 보이겠습니까? 눈 감아야, 비로소 아내가 보입니다.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2
<시인의 말> 시집『치매행致梅行』을 위하여 <시인의 말> 시집『치매행致梅行』을 내면서 치매는 치매癡呆가 아니라 치매致梅라 함이 마땅하다. 매화에 이르는 길이다. 무념무상의 세계, 순진하고 무구한 어린아이가 되는 병이 치매다. 이 시집『치매행致梅行』을 치매환자를 돌보고 있는 분들에게 바치고자 한다. 이름만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1
안개 - 치매행致梅行 · 13 안개 - 치매행致梅行 · 13 洪 海 里 안개가 짙어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앞이 안 보이니 길이 없습니다 너에게 내가 없고 내게 네가 없습니다 한평생 누구에게나 가지 못한 길이 있고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할 길이 있습니다 쉬운 길도 편한 길도 있었지만 먼 길을 돌아, 이제 자갈길 가..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1
낯선 길 위에서 - 치매행致梅行 · 12 낯선 길 위에서 - 致梅行 · 12 洪 海 里 온몸이 멍멍해집니다 온종일 막연한 불안감에 마음이 먹먹합니다 낯선 거리에 서 있는 한 사내 어디로 갈지 몰라, 홀로 답답하고 막막합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마취된 듯, 아니 만취한 듯 허둥대고 있습니다 폐금廢金도 금이라서 반짝이는데 나이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1
주소를 지우다 - 치매행致梅行 · 11 주소를 지우다 -치매행致梅行 · 11 洪 海 里 소식을 보내도 열리지 않는 주소 아내의 이메일을 지웁니다 첫눈은 언제나 신선했습니다 처음 주소를 만들 때도 그랬습니다 첫눈에 반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내 눈을 사로잡은 아내의 처녀 아직도 여운처럼 가슴에 애련哀憐합니다 이제는 사..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1
산책 -치매행 · 10 산책 - 치매행致梅行 · 10 洪 海 里 북한산국립공원 둘레길 제1구간 소나무숲길 왜 가는데? 어디 가는데? 저게 뭐야? 꿈을 묻은 아내는 자꾸 묻습니다 날마다 몇 바퀴씩 돌던 우이동솔밭공원 어쩌다 이름이 떠올랐는지 솔밭공원 가져왔어? 솔밭공원 가자는 말씀입니다 산길을 가다 '우측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17
궁합 - 치매행 · 9 궁합 - 치매행致梅行 · 9 洪 海 里 위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마중물 아래서 불을 붙이는 밑불 물과 불은 상극相剋이라지만 부부란 씨실과 날실이 되어 삶의 무늬를 엮는 사랑이란 이름의 깊은 품 해도 들고 달도 드는.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