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 - 치매행 · 37 솜사탕 - 치매행致梅行 · 37 洪 海 里 바람에 금방 흔들리다 날아가고 마는 아주 가는 줄이나 작은 알갱이 사소한 구름 같은 것 그것이 사람을 잡고 놓지 않습니다 천둥이 멎고 비가 그치듯 소나무 둥치를 꺾던 눈발이 잠들 듯 사랑은 그렇게 끝나고 맙니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하게 되고 하..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7
눈 내리는 날 -치매행 · 36 눈 내리는 날 - 치매행致梅行 · 36 洪 海 里 나는 널 향해 가는 기차를 타고 너는 내게로 오는 열차를 타자 우리가 중간에서 만나지 못한다 해도 오명가명 지나치는 차창으로 보게 되리니 새벽이 오는 차창 밖으로 눈 내려라 내리퍼부어라 지나치는 네 얼굴 내 얼굴 보이지 않도록 마구 퍼..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7
초겨울 -치매행 35 초겨울 - 치매행致梅行 · 35 洪 海 里 풀잎 시들고 바람 잠들고 초로草露처럼 맑게 나이 들 수 있다면 할 일 다 했다고 맨발로 건너가는 찬 시냇물 천명天命의 흐름 좇아 그냥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일상의 형상과 빛깔들 제발 내버려 둬 달라고 사람이 하늘이란 말 되뇌면서 이슬 맑은 길..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7
잠시 -치매행 · 34 잠시 - 치매행致梅行 · 34 洪 海 里 푸르고 짙던 그늘 가을이 되자 많이 엷어지고 모든 길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내가 숨을 쉬고 심장이 뛰고 피가 도는 동안 등 떠밀지 말아 다오 잠시 네 곁에 머물다 가는 거야 아프다는 말 하지 말라고 한마디 하고 나서, 나도 한 마리 누에가 되..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7
노래 -치매행 · 33 노래 - 치매행致梅行 · 33 洪 海 里 눈물로 노래를 씻어 부르면 노래마다 구구절절 빛이 날까 눈썹 끝에 별을 달고 홀로 가는 길 별 내린 풀숲에서 실을 짜 엮고 있는 풀벌레들 계절은 가릉가릉 현악기로 울리고 달빛 타고 하늘 가득 날아가는 기러기 떼 허공중에 떠가는 수많은 섬이구나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7
빈집 -치매행致梅行 · 32 빈집 - 치매행致梅行 · 32 洪 海 里 이승 길 구비구비 돌아가는 길 꽃 피고 지면서 하늘까지 밝혀주는 산굽이 물굽이마다 이름 지우고 그림자 지우고 너에게 주는 아무것도 없는 노을 진 산머리 눈먼 천리 길 없는 길 벋어가고 물 마른 강 중심으로 귀먹은 천년 잠들어 가고 있는 빈집 한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7
나도 가면 안 돼? -치매행 · 31 나도 가면 안 돼? - 치매행致梅行 · 31 洪 海 里 나도 가면 안 돼? 가면 안 돼? 안 돼? 40년 전이었습니다 아내의 발목을 잡고 매달리며 우는 둘째 녀석을 말리는 큰애 두 놈을 떼어놓고 울면서 아내는 출근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아내, 이제는 내가 외출하려 들면 소맬 잡고 매달립니다 같이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6
문답연습 -치매행 · 30 문답연습 -치매행致梅行 · 30 洪 海 里 아내는 묻고 나는 대답하고, 짜증내고 후회하고. 또 묻고 대답하고, 화내고 반성하고. 하루 종일 묻고 하루 종일 대답하고, 짜증내고 화내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5
무현금無絃琴 - 치매행致梅行 · 29 무현금無絃琴 - 치매행致梅行 · 29 洪 海 里 오동이 천년을 서서 속을 비우니 줄이 없어도 바람이 와서 거문고를 뜯고 있습니다 금현琴絃이 울지 않는데도 귀가 향긋합니다 아내도 저 소리를 듣고 있을까요 아내도 귀가 향긋해 하고 있을까요 갈비뼈를 현금 삼아 한 곡조 뜯으면 봄바람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5
가을 하늘 - 치매행 · 28 가을 하늘 - 치매행致梅行 · 28 洪 海 里 아득하다는 거리는 차라리 없는 것 덧없다는 말은 오히려 애틋한 것 우리의 인연은 전생서 이생까지 아득한 거리는 이승서 저승까지 아내여, 지금 가는 길이 어디리요 하늘은 맑은데 오슬오슬 춥습니다.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