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래꽃 - 치매행致梅行 · 148 모래꽃 - 치매행致梅行 · 148 洪 海 里 물새가 발가락으로 모래 위에 꽃을 그립니다 물새는 발이 손이라서 발로 꽃을 피웁니다 하릴없이 파도에 지고 마는 꽃이지마는 모래는 물새를 그려 꽃을 품고 하얗게 웁니다. 물새는 날아올라 지는 꽃을 노래합니다 꽃이 피었다 지는 간격이 한평생..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5.02.04
<시> 엽서 - 치매행致梅行 · 147 엽서 - 치매행致梅行 · 147 洪 海 里 비단처럼 보드라운 꽃잎에 입맞추었습니다 그것이 장미 가시인 줄도 미늘인지도 몰랐습니다 때늦은 후렴 같지만 그대에게 보내는 마지막 엽서 한 장에 이 말을 추신으로 덧붙입니다 너를 잡으면 나를 놓치고 너를 향하면 눈이 열리지만 마음은 닫히..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5.02.04
<시> 얘 어디 갔어? -치매행致梅行· 146 얘 어디 갔어? - 치매행致梅行 · 146 洪 海 里 "얘 어디 갔어?" 아침에 눈만 뜨면 묻고 밥을 먹다가도 또 물었습니다 2015년 1월 10일 딸애 결혼식 도로교통공단으로 가는 길에서도 "어디 가, 어디 가?" 하면서 "얘 어디 갔어?"를 되풀이했습니다 고운 한복으로 차려입고 예식 내내 딸애를 바라..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5.01.12
<시> 섣달 그믐밤 - 치매행致梅行 · 145 섣달 그믐밤 - 치매행致梅行 · 145 洪 海 里 바로 누웠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모로 누웠다 엎어졌다, 뒤척뒤척 잠이 오지 않는 긴긴 하룻밤 눈썹이 세어지는 섣달 그믐밤.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12.30
<시> 너는 가고 없는데 - 치매행致梅行 · 144 너는 가고 없는데 - 치매행致梅行 · 144 洪 海 里 꽃은 때도 없이 피어나고 새소리 변함없이 청량하구나. 강물은 그대로 흘러가고 청산은 여전히 푸르고 깊구나. 변하는 게 사람이라는데, 변하는 게 사랑이라는데, 너는 가고 없어도 지구는 돌고 세상은 여전하구나.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12.16
<시> 겨울 들녘 -치매행致梅行 · 143 겨울 들녘 -치매행致梅行 · 143 洪 海 里 가득 품고 있던 것들 다 내주고 텅 빈 채 누워 있는 저 들판을 보면, 한평생 끌어모아 애지중지하던 것들 얼마나 하찮은 허섭스레기인가. 비웠다고 가난해 보이겠는가 좀 부족하면 또 어떤가 성자의 얼굴 같은 저 들녘을 보라. 철새 떼 내려와 눈발..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12.12
<시> 쌍무지개 - 치매행致梅行 · 142 쌍무지개 - 치매행致梅行 · 142 洪 海 里 보남파초노주빨 색깔이 없다면 그것은 무지개가 아닙니다 색깔 없는 무지개 같은 사람 하늘다리 무지개가 서는 날 천지간에 꽃이 피어 향기로이 반짝일 수 있을까요 하늘의 꽃 무지개 피어나 빨주노초파남보 향기롭게 화살을 날릴 수 있을까요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11.12
<시> 황혼 - 치매행致梅行 · 141 황혼 - 치매행致梅行 · 141 洪 海 里 주름진 황혼 속으로 적막을 찾아서 날아가는 새 혼자서 날고 있는 새 지친 날갯짓 소리 가르릉가릉 가릉가르릉 방향도 없이 날아가고 있다 하염없이 날고 있다.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11.12
<시> 한숨 - 치매행 140 한숨 - 치매행致梅行 · 140 洪 海 里 한숨 자고 나면 한숨쉴 일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 한심하기 그지없는 꿈일 뿐입니다 약 먹으라면 전화기를 집어들고 세수하라 하면 칫솔을 가져옵니다 가방 메고 가라 하면 '이거 입어?' 하고 양말 꺼내 주고 신으라면 '이거 먹어?' 합니다 이거 먹느냐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10.18
<시> 꽃은 왜 피었다 지는가 - 치매행致梅行 · 139 꽃은 왜 피었다 지는가 - 치매행致梅行 · 139 洪 海 里 공기가 없는 동굴 속 불도 없이 더듬더듬 기어갑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턱, 턱, 막힙니다 오늘 아침 아내는 어른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방에 들어가 고냥 누워 버렸습니다 대책이 없어 어르고 달래자 언덕배기 오르는 달팽이걸..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