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꽃은 왜 피었다 지는가 - 치매행致梅行 · 139 꽃은 왜 피었다 지는가 - 치매행致梅行 · 139 洪 海 里 공기가 없는 동굴 속 불도 없이 더듬더듬 기어갑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턱, 턱, 막힙니다 오늘 아침 아내는 어른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방에 들어가 고냥 누워 버렸습니다 대책이 없어 어르고 달래자 언덕배기 오르는 달팽이걸..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9.24
<시> 바위보다 깊은 잠 - 치매행致梅行 · 138 바위보다 깊은 잠 - 치매행致梅行 · 138 洪 海 里 나의 잠은 늘 얇고 얕아서 개울을 건너가는 징검다리 하나 둘 세다 깨고 다시 잠들다 또 깨고 누에는 몇 잠만 자면 곱고 질긴 실을 내는데 나는 수천수만의 잠을 자도 날개 하나 돋지 않는다 오늘 밤은 푹 자다 꿈도 꾸지 말고 죽고 싶다고 꽃 속에 집 한 채, 물 위에 집 한 채 저 달에도 또 한 채, 내일 아침에도 깨지 말자고 젖어 있는 바위보다 깊은 잠을 위하여 물속으로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 수련睡蓮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9.05
<시> 1박 2일 - 치매행致梅行 · 137 1박 2일 - 치매행致梅行 · 137 洪 海 里 인당수로 떠나는 청이처럼 집안 청소를 하고 마당까지 깨끗이 쓸고 출렁이는 뱃전에서 막막한 바다를 바라보듯 아내를 집에 두고 문경聞慶 행사엘 오명가명 가슴속 돌멩이 하나 가라앉았다 떠올랐다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 * http://cafe.daum.net/ye..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8.29
<시> 웃음이 눈물이다 - 치매행致梅行 · 136 웃음이 눈물이다 - 치매행致梅行 · 136 洪 海 里 외동딸을 꽃딸이라 하든가요 우리 집에 딸바보 하나 있습니다 잠을 깨면 아내는 2층에 자고 있는 딸 걱정으로 "얘 어디 갔어?"로 하루를 엽니다 밥을 먹다가도 이 말이 튀어나오고 어른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얘 어디 갔어?"로 인사하며 웃습..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8.28
<시> 왜 그럴까 - 치매행致梅行 · 135 왜 그럴까 - 치매행致梅行 · 135 洪 海 里 내 부모라서 내 아내라서 더 잘 해 줘야 할 텐데 왜 함부로 하는 걸까 왜 마구 대하는 걸까 어째서 짜증내고 화내는 걸까 내 부모라서 그렇고 내 아내라서 그런 것인가 정말 그런 것인가 밥 먹다가도 짜증내고 설거지하면서도 화를 내고 화장실에..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8.17
<시> 어른아이 - 치매행致梅行 · 134 어른아이 - 치매행致梅行 · 134 洪 海 里 어린아이는 한번 가르쳐 주면 바로 배우고 익혀 제 것으로 만듭니다 어른아이는 열 번을 반복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백 번 반복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사십여 년 교단에 섰던 사내 그 세월만큼 아이들을 가르친 아내 남편이 아내를 가르칠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8.17
<시> 슬그머니 - 치매행致梅行 · 133 슬그머니 -치매행致梅行 · 133 洪 海 里 슬그머니 내 품으로 기어든 아내 팔베개를 하고 있다 잠시 후 썰물처럼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나이 든 아내의 야윈 몸도 잠시 안고 있으면 따뜻해집니다 아내의 온기로 스르르 잠이 듭니다 젊음이 다 빠져나간 두 개의 몸뚱어리 꿈속에서도 물 위에..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8.16
<시> 가족사진 - 치매행致梅行 · 132 가족사진 - 치매행致梅行 · 132 洪 海 里 애들이 돌아가고 난 뒤 뒤가 허전한지 지나온 길이 언뜻 떠오르는지 아내는 가족사진 앞에 한참을 서 있습니다. "얘는 누구야?"는 물음에 "누군지 몰라?" 하면 웃습니다 아들을 가리키고 며느리를 가리킵니다 가리산지리산하는 아내에게 "아들도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8.10
<시> 응 - 치매행致梅行 · 131 응 - 치매행致梅行 · 131 洪 海 里 해름에 돌아온 아내의 첫마디 "얘 어디 갔어?", 딸애부터 찾습니다 "친구 만나러 나갔어." "몇 신데?" "몇 시야?", 하고 물으면 아내는 시곌 쳐다보며 그냥 웃습니다 "배고파?" 고갤 젓습니다 "밥 먹을까?" "응" 또 하루가 이렇게 저뭅니다. 제자리를 뱅뱅 도는..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8.08
<시> 양파를 까며 - 치매행致梅行 · 130 양파를 까며 - 치매행致梅行 · 130 洪 海 里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전혀 속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껍질을 벗기고 또 벗겨내도 양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듯 양파의 속을 일절 알 수 없습니다 아내는 양파의 여린 속살만 같아 뽀얀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