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반짝 - 치매행致梅行 · 119 반짝 - 치매행致梅行 · 119 洪 海 里 이게, 나야? 이게, 나야? 가족 사진 액자 속 자기를 가리키며 아내는 묻습니다 화장대 위 독사진을 들고 와 또 묻습니다 그래, 맞아! 당신이야! 그런데 그 여자 이름이 뭐지?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 아들 이름을 댑니다 그건 아들이고 당신 이름 말야 또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23
<시> 빈 배 - 치매행致梅行 · 118 빈 배 - 치매행致梅行 · 118 洪 海 里 눈을 감아야 하늘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귀먹고 나야 지상의 물소리 들을 수 있듯이 몸이 없어야 그대를 온전히 안을 수 있으리 가을 하늘은 물처럼 맑고 깊어서 길이 없다 길이 없는 곳으로 홀로 가고 있는 이 누군가 오늘도 빈 배 한 척이 바람에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23
<시> 독작獨酌 - 치매행致梅行· 117 독작獨酌 - 치매행致梅行 · 117 洪 海 里 네가 만든 잔에 내가 빚은 술을 따뤄 놓고, 네 잔에는 늘 내 중심인 깊고 서늘한 그리움을 첨잔添盞하고, 내 잔에는 늘 네 주변인 말없이 아득한 쓸쓸함을 첨배添杯하여, 어차피 생生이란 독작獨酌을 위하여 건배!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23
<시> 한유閑遊 - 치매행致梅行 · 116 한유閑遊 - 치매행致梅行 · 116 洪 海 里 먼지 알갱이 한 알 반짝반짝 늦은 가을날 해 하나 지고 달 하나 안고 미리내 곁으로 덜거덕덜거덕 달구지 가고 있다 눈물로 씻은 천년 우주 속으로. * 화살나무는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22
<시> 촐촐하다 - 치매행致梅行 · 115 촐촐하다 - 치매행致梅行 · 115 洪 海 里 깊은 겨울밤 잠 오지 않아 뒤척이는데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 누가 술상이라도 보는가 생각은 벌써 술잔에서 촐촐 넘치고 창밖엔 눈이 내리고 있는지 곁엔 잠에 빠진 아내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 http://cafe.daum.net/yesarts에서 옮김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13
<시> 이름을 불러 다오 - 치매행致梅行 · 114 이름을 불러 다오 - 치매행致梅行 · 114 洪 海 里 버젓이 제 이름을 두고도 당당하게 불리지 못하고 이름 없는 풀이라고 이름 없는 꽃이라고 무시당했던 양지꽃 얼레지 현호색 쇠별꽃 노루귀 괭이밥 바람꽃 히어리 까마중 부처꽃 벼룩자리 수크령 으아리 벌개미취 사위질빵 까치수염 범..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13
<시> 마음공부 - 치매행致梅行 · 113 마음공부 - 치매행致梅行 · 113 洪 海 里 화내지 말자, 말자, 하면서도 속에서 불이 치솟습니다 불을 끌 물도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긴 연휴라고 감기가 찾아왔습니다 목이 뜨끔거리고 기침이 폭발합니다 가래가 그르렁그르렁거립니다 병원에도 못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13
<시> 말 한마디 -치매행致梅行 112 말 한마디- 치매행致梅行 · 112 洪 海 里 숫하던 여자도 나이 들면억새처럼 억센 여자가 됩니다음기가 양기로 변해 입으로 오르고말이 많아진다는데집사람은 도통했는지,도통,말이 없습니다새색시 같고 어린아이 같기만 합니다어제는 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후고마운 생각이 들었는지 의사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선생님, 안녕히 계세요!"몇 번 재촉 끝에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한마디 인사가 얼마나 감사한지요내 마음이 환해졌습니다병원도 환해지는 듯했습니다"선생님, 안녕히 계세요!"잔소리를 퍼붓고바가지를 긁어 대던 아내가 그립습니다.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13
<시> 화두 - 치매행致梅行 · 111 화두話頭 - 치매행致梅行 · 111 洪 海 里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나 하루 종일 붙잡고 매달렸지만 머릿속은 뿌옇기만 합니다 갈 곳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갈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가 저물고 밤이 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길을 찾아봅니다 별 하나하나에 등불을 걸어 놉니다 반짝이..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13
<시> 피안彼岸 -치매행致梅行 · 110 피안彼岸 - 치매행致梅行 · 110 洪 海 里 한 잎의 적막이 떨어져 내려 나의 적막 위에 살포시 몸을 포갠다 휘어졌던 나뭇가지가 몸을 떨면서 하늘 향해 마른 웃음 던지고 있다 떨어지는 것이나 휘어지는 것이나 둥글어지지 않는 것 하나 없다 촉촉히 젖은 입술 하나 다가와 가만히 나에게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