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보, 사랑해! - 치매행致梅行 · 129 여보, 사랑해! - 치매행致梅行 · 129 洪 海 里 아내는 어쩌다 나일 꺼꾸로 먹어 정신줄을 놓아버렸습니다 대신 잡아 줄 수도 없어 답답한 마음 얼마큼 가야 길이 보일지 하루라도 제정신으로 돌아온다면 하고 싶은 말 한마디 있습니다 '여보, 사랑해!' 바로 이 말 나는 그조차 인색한 사내..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7.12
<시> 고욤 -치매행致梅行 · 128 고욤 - 치매행致梅行 · 128 洪 海 里 산천에 단풍 들고 서리 내리면 밤고개 마루턱 밭머리 고욤나무 이파리마다 물이 들고 고욤이 조롱조롱 달렸습니다 학교 파하고 집에 가는 길 맨발로 나무에 기어올라가면 살보다 씨가 더 많은 고욤이 떫고 달았습니다 한평생 살아온 인생도 단풍 들고..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7.12
<시> 먹물 - 치매행致梅行 · 127 먹물 - 치매행致梅行 · 127 洪 海 里 먹물은 오징어 속에나 있는 줄 알았지 내게도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들리는 것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내 속도 모르는 사내가, 어찌 아내 속을 볼 수가 있겠습니까 아내의 나라를 알 수 있겠습니까 나는 몸속..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7.12
<시> 쥐코밥상 - 치매행致梅行 · 126 쥐코밥상 - 치매행致梅行 · 126 洪 海 里 잡곡밥 반 공기 국 반 대접 김치 한 보시기 아내와 마주앉은 한여름날 다 저녁때 장두전 한 푼 없이 떠나온 나그네 뉘엿뉘엿 지고 있는 뉘우쁜 여행길. * 뉘우쁘다 : 뉘우치는 생각이 들다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7.09
<시> 백야 - 치매행致梅行 · 125 백야 - 치매행致梅行 · 125 洪 海 里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길 너무 멉니다 마음에서 몸으로 가는 길도 너무 힘듭니다 걱정에 젖어 잠이 오지 않고 근심으로 꿈이 산산 달아납니다 잠을 자는 건지 꿈을 꾸는 건지 당신이 내게 무엇이었는가 나는 당신에게 누구였는가 생각하면 눈물부터..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6.27
<시> 무제 - 치매행致梅行 · 124 무제 - 치매행致梅行 · 124 洪 海 里 봄에 피는 꽃이 꽃다지 한 가지라면 제비꽃 하나라면 민들레뿐이라면 복수초가 전부라면 개나리 일색이라면 진달래 산천이라면 조팝나무나 산수유나 매화만이라면, 꽃은 피어 있는데 나비가 날아오지 않는다면 벌들 잉잉대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6.25
<시> 제비붓꽃 -치매행致梅行 · 123 제비붓꽃 - 치매행致梅行 · 123 洪 海 里 밥도둑 한 놈 잡아오면 달아난 아내의 입맛이 돌아와 꽃이 필까 단무지도 없는 단순 밥상머리 애멀무지로 떠넣는 맛없는 마른밥 보릿고개보다 넘기기 힘드네 한평생 애바르지 못하고 발밭게 살지 못한 아내여, 아내여 아무래도 못난 사내인 내가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6.18
<시> 감옥 - 치매행致梅行 · 122 감옥 - 치매행致梅行 · 122 洪 海 里 1. 감옥은 춥고 어둡다 한여름에도 춥고 대낮에도 어둡다 감옥은 괴롭고 답답하다 꽃을 봐도 괴롭고 문을 열어도 답답하다 출옥을 해도 괴롭고 답답하고 탈옥을 해도 세상은 춥고 어둡다 2.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세상, 감옥입니다 속마음 한번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31
<시> 고집불통 - 치매행致梅行 · 121 고집불통 - 치매행致梅行 · 121 洪 海 里 남편이나 자식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송두리째 잊어버리는 사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내가, 너무 속이 상해서 속이 다 타서 뭉그러진 마음으로 생각, 생각에 젖다 여보! 하고 부를 수 있고 함께 있는 것만도 복이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을 접으려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31
<시> 시인 - 치매행致梅行 · 120 시인 - 치매행致梅行 · 120 洪 海 里 아파 봤니, 아파 봤어 아내는 아픈 것도 모르고 순진한 얼굴 가득 무구한 웃음을 피우는데 그걸 보고 시 쓴답시고 끼적대고 끼적거리다니 죽일 놈 제가 시를 쓴다고 시인이라고 시가 약이냐 시가 아픈 것 낫게 해 주냐 병 고쳐 주냐 죽일 놈!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