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1304

[스크랩] <시그림> 원단기행 / 홍해리

원단기행 홍해리 정월 초하룻날 눈이 내리면사람들은 서설이라 즐거워했다싸락눈이 이미 새벽을 덮고여전히 눈발이 날리는 고속도로젖빛 산하를 남으로 가며지난 한 해를 눈발 속에 날려보냈다자주 찾지 못한 고향을새해 첫날 처음으로 찾아가면서침침한 어둠과 메마름의 도시를 뒤로 하고윈도우 와이퍼는 삐그덕대며 눈을 밀어낸다금연석에 앉아 끽연하는 대머리청년이나옆자리의 보따리 많은 공단처녀의 가슴도그리운 고향 생각에 뒤채이던 섣달 그믐묵묵히 뿌연 성에가 낀 창밖을 바라볼 뿐눈발은 하염없이 고요한 아침을 뒤덮고원색 슬레이트 지붕 위로 연기가 오른다후회와 기대와 새로운 각오가 더욱 엉기는차창의 성에를 손가락으로 지우면서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세월처럼 달리고 있었다어차피 어딘가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고향에 닿기 전 잠시를 꿈 속에 ..

[스크랩] <시그림> 인연 / 洪海里

인연 / 홍해리 해질 녘 속리산으로 가는직행버스 차창으로아주 잠깐 내뵈인그의 가느다란 눈웃음다실 등나무 뒤에 숨어서간질이듯 나의 시장기를 허물고 있네누굴까등나무 뒤에 숨어서뵈일 듯 안 보이는 그는해질 녘 구름밭에서 혼자 거닐다서천에서 내렸는지 몰라엊그제 꿈 속으로 왔다가슴 쪽대문도 두드리지 않고돌아가버린 그림자빛의그 아주 가느란 눈웃음이가슴도 허물고 있네.  (『投網圖』1969 )     본명: 洪峰義충북 청원 출생 1964년 고려대학교 영문과 졸업 시집으로『투망도』,『화사기』,『무교동』,『우리들의 말』,『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홍해리 시선』,『대추꽃 초록빛』,『청별』,『은자의 북』,『난초밭 일궈 놓고』,『투명한 슬픔』,『애란』등 『산상영음』,『바다에 뜨는 해』,『원단기행』등 현재 월간 『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