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1303

금강초롱

금강초롱♤ 꽃을 보면 이따금 떠오르는 시가 있다. 꽃시를 읽으면 갑자기 꽃이 보고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 금강초롱꽃을 보니 홍해리 시 「금강초롱」이 생각난다. 꽃이 쓴 시일까, 시가 피운 꽃일까, 마치 금강경을 읽는 듯해 감히 시말을 쓸 수가 없다. 시를 읽고 꽃사진을 보며 곰곰히 생각하니 초롱초롱 내 속에도 꽃필까.  - 임교선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2024. 09. 22.)

산책 1 · 2

산책 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살아 있는 책이다발이 읽고눈으로 듣고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느릿느릿,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한 발 한 발.                    - 시집『독종』(2012, 북인)   산책  洪 海 里  한발 한발 걸어가면발로 읽는 책 가슴속에 비단길 펼치고눈으로 듣는 책 마음속에 꽃길을 여니줄 줄만 아는 산 책에 줄을 대고한없이 풀어 주는 고요를 돌아보라줄글도 좋고 귀글이면 또 어떤가싸목싸목 내리는 안개, 그리고 는개온몸이 촉촉이 젖어 천천히 걸어가면산 책 속에 묻히리니, 입으로 듣고 귀로 말하라인생은 짧고 산책은 길다.

인수봉을 보며

인수봉을 보며  洪 海 里 봄이 오면 풀잎이 돋아나듯이느글대는 피를 어쩔 수 없다문득 차를 타고4·19탑 근처를 서성거리다인수봉을 올려다보면그저 외연한 바위의 높이가슴속 숨어 있는 부끄러움이바람따라 똑똑히 되살아난다백운대를 감고 도는 흰 구름장벼랑에 버티고 선 작은 소나무어둔 밤이 와도 움쩍 않고서늘한 바람소리로가슴속 검은 피를 느글대게 한다부끄러운 나의 피를 돌게 한다저 바위 아래 그늘 속이름 모를 풀꽃도때가 되면 스스로 피어나는데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나의 피여.- 시집『우리들의 말』(1977)

빈들

*https://cafe.daum.net/bohemian-kms에서 옮김. 빈 들홍 해 리  가을걷이 끝나고눈 시린 하늘 아래 빈 들에 서면, 빈들빈들, 놀던 일 부끄러워라빈 들만큼, 빈 만큼 부끄러워라이삭이나 주우러 나갈까 하는마음 한 켠으로떼 지어 내려앉는 철새 떼조물조물 주물러 놓은 조물주의 수작秀作들!- 시집 『황금감옥』(2008, 우리글). * 위의 시화에도 본문과 다르게 된 부분이 보여 마음 아프다.4행의 '빈들만큼 빈들만큼'은 ' 빈 들만큼, 빈 만큼'의 잘못이다.- 隱山.

산책

산책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살아 있는 책이다발이 읽고눈으로 듣고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느릿느릿,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한 발 한 발.- 시집 『독종』(2012, 북인) - 월간《우리詩》(2012. 8월호)* https://hong1852.tistory.com 홍해리 시인의 집 * 각시붓꽃 : 북한산 우이도원에서 임계순 님 촬영(2012. 4. 29. '三角山詩花祭'에서)

치매 - 치매행致梅行 · 391

치매- 치매행致梅行 · 391 洪 海 里  이별은 연습을 해도 여전히 아프다 장애물 경주를 하듯 아내는 치매 계단을껑충껑충 건너뛰었다 "네가 치매를 알아?""네 아내가, 네 남편이, 네 어머니가, 네 아버지가너를 몰라본다면!" 의지가지없는 낙엽처럼조붓한 방에 홀로 누워만 있는 아내 문을 박차고 막무가내 나가려들 때는얼마나 막막했던가 울어서 될 일 하나 없는데왜 날마다 속울음을 울어야 하나 연습을 하는 이별도 여전히 아프다. * 감상  날린 생각 한 줌만큼 몸은 가벼워진다. 가벼워진 몸이 중심을 잃고 허둥대면누군가 달래 앉힌다. 그중에도 수많은 생각이 날아가고 그가 짓는 웃음의 기억도희미해진다. 점점 고요 … 고요해지면 속울음도 감출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이별하는 것 … 그 생각만으로 슬퍼진다. 슬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