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무교동 8 무교동 · 8 홍해리(洪海里) 허수아비들이 집을 짓고 있다 망치소리 요란하게 허무의 집을 짓고 있다 낮과 밤 사이 투명한 유리의 집을 짓고 있다 갇혀 있던 우주가 펼쳐지고 무의식의 변두리를 돌아 새벽이 오면 세계지도는 바뀌어져 있다 하얀 캔버스 위 찬란한 지도 텅텅 빈 가슴을 쓸..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7 무교동 · 7 홍해리(洪海里) 바람과 바람 사이에서 모래와 모래 사이에서 안개와 안개 사이에서 불길과 불길 사이에서 노을과 노을 사이에서 이슬과 이슬 사이에서 어둠과 어둠 사이에서 파도와 파도 사이에서 천둥과 천둥 사이에서 달빛과 달빛 사이에서 번개와 번개 사이에서 재와 재 ..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6 무교동 · 6 홍해리(洪海里) 하루의 해일에 밀린 사내들이 지쳐 시든 꽃밭으로 흘러들 때 갈길은 멀고 행선은 더뎌도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흐느낌으로 가득한 도시 허무하고 허무한 도시여 비어 있는 신부들은 그냥 비워두고 나팔꽃은 피고 나팔꽃은 벙글다 진다 뒤채이는 저문 골목의 ..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5 무교동 · 5 홍해리(洪海里) 장미꽃은 어디서 피고 있는가 푸른 하늘 은하수는 어디 있는가 밤이 깊으면 꿈은 어디 있는가 죽어버렸다 죽어버렸어 하고 우는 전신이 젖어 있는 서울여자여 불속에 타고 있는 사내들이여 뿌연 건물들 사이 기진한 낮과 밤 눈과 귀와 속살이 앓고 있다 한밤..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4 무교동 · 4 홍해리(洪海里) 저녁녘 무교동엘 나가 보면 불의 바다 모래의 바다 위 거대한 배가 한 척 둥둥 떠가며 SOS를 때리고 있다 어기어차 어기어차 비바람에 몰려 쫓기는 바다 곤한 자의 넋은 저녁놀로 피고 능구렁이들이 얽혀 있는 환상 너머 비껴 날으는 새 떼 푸드득 푸드득 푸드..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3 무교동 · 3 홍해리(洪海里) 허공에 스러지는 저녁놀처럼 우리는 스러지면서 돌아오는 길 위에 뿌연 안개만 젖어내리고 하루의 일에 굽은 어깨만 아프다. 사내들은 죽기 위하여, 포옹하기 위하여 저무는 저녁 숲 속에서 거지중천으로 달려가고 있다 내밀한 죽음은 진객, 순간의 착각을 위..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2 무교동 · 2 홍해리(洪海里) 안개가 내린다 녀릿녀릿 스물스물 내리는 한 떼의 어둠 짙어가는 어둠의 골목골목으로 가면을 쓴 수 천의 사내들 탈에 묻힌 숱한 여자들 빌딩과 빌딩 사이 끝없이 끝없이 내리는 줄기찬 우유빛 밤빗소리 어두운 대낮과 환한 밤을 이으며 춤추는 허무의 밤빗소..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1 무교동武橋洞 · 1 洪 海 里 빛나는 물, 빛인 물, 너 물이여 별인 물, 달인 물, 바람인 물, 불인 물, 무의미의 물이여 아득한 심장에 타는 불의 찬란한 불꽃이 잠들 때까지. 안개 속에서 누가 신방을 차리고 하염없음과 입맞추고 있다 바다에 익사한 30대 사내들 일어서는 손마다 별이 떨어지..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미스 김의 아뜰리에 미스 金의 아뜰리에 홍해리(洪海里) 해질녘 고전음악으로 흐르는 빛을 모아 짙은 미색이나 군청색으로 들락이는 눈이 큰 바람 봄밤의 꿈길 같은 엷은 살빛으로 테레빈에 이긴 물감을 자색 일몰의 무게로 문질러대는 여린 손가락 100호 화폭에 뛰노는 어둠의 눈빛이 숱한 직선과 곡선으로 .. 시집『우리들의 말』1977 2005.11.07
<시> 백지 백지 홍해리(洪海里) 하루의 일을 마치고 난蘭과 마주 앉으면 나는 한 장의 백지白紙 백지에 하얗게 배어오는 물소리 바람소리 반투명半透明한 뿌리를 뚫고 지나는 맑은 빛살 경주에서 온 왕사王砂나 한라의 붉은 속돌 사이 호젓한 휴게休憩. - 시집『우리들의 말』 시집『우리들의 말』1977 200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