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남 17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정일남(시인)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 정일남(시인) 위의 글은 홍해리 시인이 낸 시선집의 제목이다. 그의 시력 50여 년. 20여 권의 시집 중에서 선별한 시 109편이 수록되어 있다. 『치매행』『매화에 이르는 길』『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등은 선집에서 제외되었다. 독자가 선호했던 시들을 제외한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홍해리는 의 자서에서 시란 무엇인가 시인은 누구인가? 라는 글에서

정곡론正鵠論

* 솔개 : http://cafe.daum.net/howillust에서 옮김.    정곡론正鵠論  洪 海 里  보은 회인에서 칼을 가는 앞못보는 사내안 보이는데 어떻게 일을 하는지요귀로 보지요날이 서는 걸 손으로 보지요그렇다눈이 보고 귀로 듣는 게 전부가 아니다천천히 걸어가면보이지 않던 것언제부턴가 슬몃 보이기 시작하고못 듣던 것도 들린다눈 감고 있어도 귀로 보고귀 막고 있어도 손이 보는 것굳이 시론詩論을 들먹일 필요도 없는빼어난 시안詩眼이다잘 벼려진 칼날이 번쩍이고 있다.    - 월간《우리詩》2019. 12월호.  * 과녁의 한가운데를 일컫는 정곡(正鵠)이란 말은 활쏘기에서 나온 말이다. 과녁 전체를 적(的)이라 하고 정사각형의 과녁 바탕을 후(候)라고 한다. 그 과녁 바탕을 천으로 만들었다면 포후(..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홍해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洪 海 里  시詩의 나라우이도원牛耳桃源찔레꽃 속에 사는 그대의 가슴속해종일까막딱따구리와 노는바람과 물소리새벽마다 꿈이 생생生生한한 사내가 끝없이 가고 있는행行과 행行 사이눈 시린 푸른 매화,대나무 까맣게 웃고 있는솔밭 옆 마을꽃술이 술꽃으로 피는난정蘭丁의 누옥이 있는 말씀으로 서는 마을 그곳이 홍해리洪海里인가.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시인의 말 ■   첫 시집『투망도投網圖』를 낸 것이 1969년이었다. 그 후 50년이란 세월이 물같이 흘러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간 허섭스레기만 끼적대며 한 권씩 묶은 것이 20권을 넘어섰다. 적지 않은 양이지만 수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양에 차지 않아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이번 시선집에는 최근 들어 낸 세 권..

갯벌

갯벌  洪 海 里  노을이 타는바닷속으로소를 몰고줄지어 들어가는저녁녘의女人들노을빛이 살에 오른바닷여인들.-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문학사)   * 노을께 소를 몰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노을빛의 여인들은 하루해를 영글게 하고 고단하나 깊은 단잠 속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바다에 해가 뜰 무렵 햇살처럼 바닷속을 솟아오를 것임에 틀림없다. 여인네들이 몰고 가는 소는 더욱 노동과 힘의 줄기참이고 노을이 타고 있는 바닷속은 우리 삶의 터전인 저자 거리와 불빛 밝은 한 가정의 集積임이 분명하다면 이 단시 한편이 던져주는 삶의 감동은 저녁답의 갯벌과 노을빛이 가지는 함몰이나 스러짐이 아니라 힘찬 솟아오름의 한 前兆로서의 오히려 그 緊迫性과 생동감에 있을 것이다.  힘찬 소와 여인네의 살가운 손목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