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잠든 새까만 사내 길 위에 잠든 새까만 사내 洪 海 里 길바닥에 송장처럼 누워 있는 사내 가로등 밑에 신발 한 짝 벗어놓고 모자는 벗어 전신주에 걸어놓고 팔 모아 베개하고 떨어져 있는 새까만 사내 막차도 놓치고 터덜터덜 걷다 허물어진 사내 그리운 집은 그리운 만큼 멀고 그리운 집은 그리 가까웠던가..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19.04.15
단풍 단풍 洪 海 里 어질어질 어질머리 숨막힐 듯 짜릿한 고통 행복했어라. 죽고 못 살 죽고 못 살 초록빛 그리움 행복했어라. - '우이동 시인들' 22집『우리들의 대통령』(1997, 작가정신)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19.04.15
마음이 도둑이다 마음이 도둑이다 洪 海 里 비운다 비운다며 채우려 들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보려고 들고 들리지 않는 것도 들으려 들고 먹지 못할 것까지 먹으려 들고 해서 안 될 말까지 하려고 들고 요놈의 미운 마음, 도둑이구나! - 우이동 시인들 22집『우리들의 대통령』(1997, 작가정신)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19.04.15
슬픔도 사랑인 가닭에 슬픔도 사랑인 까닭에 洪 海 里 기다린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축복인가 기다림, 그 분홍빛 전율은 오지 않는 사람 기다리는 먼 봄날 바람도 잠든 저녁녘 문득 들려오는 빗소리 네가 내 생각을 하느냐 네가 너를 아느냐 슬픔도 사랑인 까닭에 기다리는 이 아픈, 먼 봄빗소리. - 우이동 ..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19.04.15
소만小滿 소만小滿 洪 海 里 머언 산에 흐드러진 흰꽃들이여눈썹 끝에 어리는 슬픔 같아라떨리는 입술을 햇살에 반짝이고연초록 웃음을 새실새실 날리면서온 세상을 채곡채곡 채우는구나사는 일 쓸쓸하다 돌아서 가면설움도 아픔도 다정한 듯 그리우랴마음도 소리도 없이 산꽃이 지네산그늘처럼 어리는 푸르스름한 이내눈시울 적시면서 아름다이 이우니어찌 혼자 등지고 떠날 수 있으랴하루의 삶의 곤비 고이 부려놓고돌아볼 여유 없이 울지도 못하는이 애운한 가슴에 춧불을 켜고부드러운 바람결에 밤을 밝혀서가슴 가득 고운 꿈 쌓을 일이네. - 우이동 시인들 22집『우리들의 대통령』(1997, 작가정신)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19.04.15
아우라지에 와서 아우라지에 와서 洪 海 里 물은 칼 같은 산 사이를 칼칼칼 흐르는데 어찌 저리 고웁고 부드럽기만 하냐 고추밭 매운 바람에 나부끼는, 풋풋한 저녁녘 아우라지 처녀의 치맛자락 사람 사는 일이 어우러지는 일 아니랴 거칠게 흐르는 수물인 구절천과 잔잔한 암물인 골지천이 합수하여 한 ..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19.02.22
오세요 우이동으로 오세요 우이동으로 洪 海 里 1봄날에 진달래꽃 불 밝혀 가슴 태울 때마음이 스산하면 오세요 우이동으로여름엔 초록나라 모두가 푸르러지고미움도 쇠잔하면 그리움 아니던가요 2가을엔 만산홍엽 언제나 넉넉한 마을사랑에 눙친 가슴 모두 다 펼쳐 보이고겨울엔 눈이 내려 온세상 별빛의 노래오세요 우이동에 님 찾아 비인 손으로 후렴오세요 우이동으로 마음이 스산하면모두 다 펼쳐 보세요 사랑에 눙친 가슴* 19집 『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1996, 작가정신)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18.12.22
우이동에 가면 / 권천학(시인) 우이동에 가면 권 천 학 우이동에, 우이동에 가면 시 짐승 네 마리쯤 똘똘 뭉쳐 사는데 사춘기 색정에 못 이겨 섬이란 섬 들쑤셔 놓고도 성에 차지 않아 소년티 못 벗더니 이제는 구레나룻 성긴 사잇길로 살살 기는 섬 찾아 다니는 이 아무개, 중 덜된 사미, 시율 맞출 때마다 목 축일 술병 ..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17.09.15
<시> 항아리 미학 항아리 미학 洪 海 里 홀로 있을 때나 함께 있을 때나 몸도 마음도 다 비워 당신께 드리나니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시든지 그냥 비어 있게 하시든지 푸른 하늘 흰 구름 솔바람소리 속살로 속살대는 속치마 하얀 빛깔 다만 그런 것들로 채우시든지 비록 별이 없는 밤이라도 별빛 받아 빛나..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14.10.23
<시> 가을꿈 한 자락 가을꿈 한 자락 洪 海 里 가슴속에 소가 한 마리 살고 있다 들길을 가고 있는 등 누런 암소 피리소리가 그 등에서 풀려 나온다 먼 마을 굴뚝마다 연기가 모락모락 추억처럼 피어오르는 저녁 밥상머리 들판에 펼쳐지는 꿈자락 한 마당 아무것도 못 보고 헤매는 사람아 하늘에 뜬 떼기러기 ..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1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