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곡이다 / 여국현(시인) 시는 곡이다 - 홍해리, 「치매행致梅行」에 붙여 여 국 현 시는 곡曲이다 시는 곡哭이다 곡哭 같은 곡曲이요 곡曲 같은 곡哭이다 아름다워 그렇다 슬프기에 그렇다 마음이 춤을 추는 곡曲이요 온몸이 토혈吐血하는 곡哭이다 곡曲이 곡哭이 되면 울음이 솟고 곡哭이 곡曲이 되면 비가 내린다 곡哭이 된 곡曲을 듣는다 곡曲이 된 곡哭에 젖는다 가슴을 울리고 가슴을 울리는 시는 곡이다 - 월간《우리詩》(2020. 9월호.) 詩化된 洪海里 2020.08.23
매화 아래 선 시인 / 如然 매화 아래 선 시인 如然 장정순 시인은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사무실에 나가면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다 아무도 없는 날에는 누구든지 함께 먹고 마셔 줄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할 것만 같아서 술 한 잔 못하는 나는 오늘도 시인과 마주 앉아 가난한 시인의 밥을 축낸다 막걸리 반 잔 내 앞에 따라 놓고 시인이 막걸리 병을 다 비울 때까지 나는 야금야금 안주만 먹는다 침묵하는 시인의 속내가 두려워 이것저것 시답잖은 수다도 떤다 시 같지 않은 시를 들고 가서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괜스레 시인의 머리를 어지럽힌다 오늘만큼은 시름 모두 내리시고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시어 죽음처럼 달콤한 잠 주무시고 아침에 해 뜨면 눈 뜨시라고 매화 방긋 벙글 때 허허 웃으시라고... 詩化된 洪海里 2020.08.12
양 치는 시인 / 이동훈(시인) 양 치는 시인 이 동 훈 서울의 시수헌詩壽軒은 시를 오래 쓰겠다는 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곳인데 머물렀다 떠나는 사람 중에 홍해리 시인과 박흥순 화가는 살림을 낸 것도 아니면서 수십 년 동거하다시피 지내고 있다. 어느 해 우연찮게 그 집에 들렀다가 박흥순 화가의 그림 한 점*을 오래 보았다. 신작로 미루나무는 미루나무끼리 어깨를 잇고 양 떼는 저희들끼리 어깨맞춤하고 양치기는 양 한 마리라도 길 밖에 날까 봐 장대 잡고 뒤에서 따르는데 다들 저녁밥 짓는 마을로 걸음이 바삐 움직인다. 이웃 나라 천진에서 만났다는 양 떼 그림을 두고 이웃 동네 삼수에서 양치기로 지냈다는 백석 시인을 생각한 것은 이즈음의 일이다. 문단에 한 개의 포탄처럼 내린 백석이 정주, 서울, 도쿄, 통영, 함흥, 만주, 평양 다니며 종당엔.. 詩化된 洪海里 2020.07.15
사진 속 세 사람 / 이사랑(시인) * 좌로부터 李茂原, 林步, 洪海里 시인(牛耳桃源 2009 '三角山詩花祭'에서) 사진 속 세 사람 이 사 랑 우리 세 사람 오랜 친구입니다 오는 날은 순서가 있었지만 가는 날은 순서가 없습니다 셋 중 하나가 먼저 가고 이제 둘이 남았습니다 이승에 영생이란 없는 까닭에 우리는 날마다 죽음을 .. 詩化된 洪海里 2020.04.08
막걸리 - 洪海里 시인님의「마시는 밥」을 읽고 / 김세형(시인) 막걸리 - 洪海里 시인님의「마시는 밥」을 읽고 김세형 그 여자에겐 난 언제나 배고픈 아가에 불과했다. 내가 칭얼칭얼 보채면 여자는 내게 늘 자신의 젖을 짜 주었다. 뽀얀 '물밥'*, 여자는 내가 고프다 보채면 늘 자신의 그 물밥을 먹이곤 했다. 그때마다 난 배는 불렀으나 고프긴 늘 매.. 詩化된 洪海里 2020.04.06
시인 홍해리 / 김석규(시인) <詩> 시인 洪海里 - 제22시집『정곡론』을 받아 들고 김석규 천하의 시인 홍해리가 정곡을 향해 한 방 날렸다. - 월간《우리詩》2020. 4월호. * 정일남 시인의 블로그에서 옮김. http://blog.naver.com/PostView.nhn * 정곡正鵠 「활을 쏘는 사람은 어떻게 쏘며 어떻게 듣는가. 소리를 좇아서 발사하.. 詩化된 洪海里 2020.04.05
洪海里 시인 / 나병춘(시인) 洪海里 시인 나 병 춘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해와 별 더불어 배를 저어가는 사내 리별과 사랑의 노래 끝이 없어라 시인의 길 외로운 항해 인자하게 휘날리는 수염 맑고 곱게 빛나리라. 아직 여름이 한창인데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찾아왔네요. 무 더위와 장마가 한창인 와중에 시원한 가.. 詩化된 洪海里 2019.07.27
시 쓰는 남자들끼리 시 쓰는 남자들끼리 李 生 珍 결국 노상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홍해리 시인과 나는 띠동갑이다 해리는 자칭 독사라 했고 나는 자칭 꽃뱀이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서로 껴안고 길바닥에서 울었다 그럴 사정이 있었다 아내 때문인데 그의 아내는 지금 몇 년째 치매로 앓고 있고 나의 아내는 한두 해 앓다 갔다 그것 때문에 운 게 아니다 세상모르고 행복이 뭔지 모르고 아내가 뭔지 모르고 섬으로 섬으로 돌아다니며 해리 시인은 난초를 보고 나는 고독에 취해 섬으로 섬으로 떠돌다 아내를 잃은 것 같아 가다 말고 울어버린 것이다 둘이 껴안고 울다가 술집으로 들어가 막걸리를 권하며 흐느낀 것이다 말년에 무슨 날벼락이냐고 하지만 따뜻해지면 한 열흘쯤 섬으로 떠돌며 섬 타령이나 하자 했다 늦은 겨울밤 헤어지지 않고 손을 흔.. 詩化된 洪海里 2019.04.13
관매도觀梅圖 / 김석규 시인 관매도觀梅圖 - 洪海里 사백께 김 석 규 매화 흐드러지게 피어 빙설 속에 향기 날리누나 세상의 끝을 혼자 되어 가는 날의 북풍 속에서도 칠흑의 밤을 지새며 퍼붓는 진눈깨비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려 가히 별유천지이누나 귀밑머리 풀어 일생을 채우기도 예사 아니거늘 동반으.. 詩化된 洪海里 2019.02.11
꽃의 곁에서 · 10 꽃의 곁에서 · 10 - 洪海里 시인을 생각하면서 김 건 일 꽃의 곁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꽃의 곁에서 아득한 강 저편을 바라보면서 형언할 수 없는 처음의 꽃을 생각하였다 하늘빛 이슬을 먹음은 닿아도 닿지 않는 풀꽃의 형상으로 꽃은 저만큼의 거리에서 항상 웃는 표정 이었으리라 불러.. 詩化된 洪海里 2019.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