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化된 洪海里 48

시는 곡이다 / 여국현(시인)

시는 곡이다 - 홍해리, 「치매행致梅行」에 붙여 여 국 현 시는 곡曲이다 시는 곡哭이다 곡哭 같은 곡曲이요 곡曲 같은 곡哭이다 아름다워 그렇다 슬프기에 그렇다 마음이 춤을 추는 곡曲이요 온몸이 토혈吐血하는 곡哭이다 곡曲이 곡哭이 되면 울음이 솟고 곡哭이 곡曲이 되면 비가 내린다 곡哭이 된 곡曲을 듣는다 곡曲이 된 곡哭에 젖는다 가슴을 울리고 가슴을 울리는 시는 곡이다 - 월간《우리詩》(2020. 9월호.)

詩化된 洪海里 2020.08.23

매화 아래 선 시인 / 如然

매화 아래 선 시인 如然 장정순 시인은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사무실에 나가면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다 아무도 없는 날에는 누구든지 함께 먹고 마셔 줄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할 것만 같아서 술 한 잔 못하는 나는 오늘도 시인과 마주 앉아 가난한 시인의 밥을 축낸다 막걸리 반 잔 내 앞에 따라 놓고 시인이 막걸리 병을 다 비울 때까지 나는 야금야금 안주만 먹는다 침묵하는 시인의 속내가 두려워 이것저것 시답잖은 수다도 떤다 시 같지 않은 시를 들고 가서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괜스레 시인의 머리를 어지럽힌다 오늘만큼은 시름 모두 내리시고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시어 죽음처럼 달콤한 잠 주무시고 아침에 해 뜨면 눈 뜨시라고 매화 방긋 벙글 때 허허 웃으시라고...

詩化된 洪海里 2020.08.12

양 치는 시인 / 이동훈(시인)

양 치는 시인 이 동 훈 서울의 시수헌詩壽軒은 시를 오래 쓰겠다는 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곳인데 머물렀다 떠나는 사람 중에 홍해리 시인과 박흥순 화가는 살림을 낸 것도 아니면서 수십 년 동거하다시피 지내고 있다. 어느 해 우연찮게 그 집에 들렀다가 박흥순 화가의 그림 한 점*을 오래 보았다. 신작로 미루나무는 미루나무끼리 어깨를 잇고 양 떼는 저희들끼리 어깨맞춤하고 양치기는 양 한 마리라도 길 밖에 날까 봐 장대 잡고 뒤에서 따르는데 다들 저녁밥 짓는 마을로 걸음이 바삐 움직인다. 이웃 나라 천진에서 만났다는 양 떼 그림을 두고 이웃 동네 삼수에서 양치기로 지냈다는 백석 시인을 생각한 것은 이즈음의 일이다. 문단에 한 개의 포탄처럼 내린 백석이 정주, 서울, 도쿄, 통영, 함흥, 만주, 평양 다니며 종당엔..

詩化된 洪海里 2020.07.15

시 쓰는 남자들끼리

시 쓰는 남자들끼리 李 生 珍 결국 노상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홍해리 시인과 나는 띠동갑이다 해리는 자칭 독사라 했고 나는 자칭 꽃뱀이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서로 껴안고 길바닥에서 울었다 그럴 사정이 있었다 아내 때문인데 그의 아내는 지금 몇 년째 치매로 앓고 있고 나의 아내는 한두 해 앓다 갔다 그것 때문에 운 게 아니다 세상모르고 행복이 뭔지 모르고 아내가 뭔지 모르고 섬으로 섬으로 돌아다니며 해리 시인은 난초를 보고 나는 고독에 취해 섬으로 섬으로 떠돌다 아내를 잃은 것 같아 가다 말고 울어버린 것이다 둘이 껴안고 울다가 술집으로 들어가 막걸리를 권하며 흐느낀 것이다 말년에 무슨 날벼락이냐고 하지만 따뜻해지면 한 열흘쯤 섬으로 떠돌며 섬 타령이나 하자 했다 늦은 겨울밤 헤어지지 않고 손을 흔..

詩化된 洪海里 2019.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