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化된 洪海里 50

이별 / 공은화(Elise M.)

이별공은화 (Elise. M)여린 햇살이 보석처럼비추던 늦은 가을 검게 타버린 상처를 안고힘 없이 늘어진 외로운 감 하나 마른 가지에 제 몸을 맡긴 채슬픈 눈만 깜빡이다가 지쳐버린 영혼 위로 환한 날개 달고소리없이 떨어져 내렸다 이슬 맺힌 앙상한 가지의오열하는 침묵이 아프기만 하다. * 어슬프고 서툰 위로의 말을 차마 전할 수가 없어서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힘들어 하시는 홍해리 선생님께 부족하지만 이 글을 바칩니다.부디 강건하시기를 ….

詩化된 洪海里 2020.11.23

시는 곡이다 / 여국현(시인)

시는 곡이다- 홍해리, 「치매행致梅行」에 붙여여 국 현  시는 곡曲이다시는 곡哭이다곡哭 같은 곡曲이요곡曲 같은 곡哭이다아름다워 그렇다슬프기에 그렇다마음이 춤을 추는 곡曲이요온몸이 토혈吐血하는 곡哭이다곡曲이 곡哭이 되면 울음이 솟고곡哭이 곡曲이 되면 비가 내린다곡哭이 된 곡曲을 듣는다곡曲이 된 곡哭에 젖는다가슴을 울리고가슴을 울리는시는곡이다 - 월간《우리詩》(2020. 9월호.)

詩化된 洪海里 2020.08.23

매화 아래 선 시인 / 如然

매화 아래 선 시인 如 然  시인은 혼자서 밥을 먹고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무척 싫어한다그래서 사무실에 나가면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다아무도 없는 날에는누구든지 함께먹고 마셔 줄 사람이곁에 있어야 할 것만 같아서술 한 잔 못하는 나는오늘도 시인과 마주 앉아가난한 시인의 밥을 축낸다막걸리 반 잔 내 앞에 따라 놓고시인이 막걸리 병을 다 비울 때까지나는 야금야금 안주만 먹는다침묵하는 시인의 속내가 두려워이것저것 시답잖은 수다도 떤다시 같지 않은 시를 들고 가서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괜스레 시인의 머리를 어지럽힌다오늘만큼은 시름 모두 내리시고피곤한 몸으로 퇴근하시어죽음처럼 달콤한 잠 주무시고아침에 해 뜨면 눈 뜨시라고매화 방긋 벙글 때허허 웃으시라고. - 홍해리 시 「역설  - 致梅行 · 230」을..

詩化된 洪海里 2020.08.12

양 치는 시인 / 이동훈(시인)

양 치는 시인 이 동 훈 서울의 시수헌詩壽軒은 시를 오래 쓰겠다는 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곳인데 머물렀다 떠나는 사람 중에 홍해리 시인과 박흥순 화가는 살림을 낸 것도 아니면서 수십 년 동거하다시피 지내고 있다. 어느 해 우연찮게 그 집에 들렀다가 박흥순 화가의 그림 한 점*을 오래 보았다. 신작로 미루나무는 미루나무끼리 어깨를 잇고 양 떼는 저희들끼리 어깨맞춤하고 양치기는 양 한 마리라도 길 밖에 날까 봐 장대 잡고 뒤에서 따르는데 다들 저녁밥 짓는 마을로 걸음이 바삐 움직인다. 이웃 나라 천진에서 만났다는 양 떼 그림을 두고 이웃 동네 삼수에서 양치기로 지냈다는 백석 시인을 생각한 것은 이즈음의 일이다. 문단에 한 개의 포탄처럼 내린 백석이 정주, 서울, 도쿄, 통영, 함흥, 만주, 평양 다니며 종당엔..

詩化된 洪海里 2020.07.15

시 쓰는 남자들끼리

시 쓰는 남자들끼리李 生 珍 결국 노상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홍해리 시인과 나는 띠동갑이다해리는 자칭 독사라 했고나는 자칭 꽃뱀이라 했다그런데 어느 날 서로 껴안고 길바닥에서 울었다그럴 사정이 있었다아내 때문인데그의 아내는 지금 몇 년째 치매로 앓고 있고나의 아내는 한두 해 앓다 갔다그것 때문에 운 게 아니다세상모르고행복이 뭔지 모르고아내가 뭔지 모르고섬으로 섬으로 돌아다니며해리 시인은 난초를 보고나는 고독에 취해 섬으로 섬으로 떠돌다 아내를 잃은 것 같아가다 말고 울어버린 것이다둘이 껴안고 울다가술집으로 들어가 막걸리를 권하며 흐느낀 것이다말년에 무슨 날벼락이냐고하지만 따뜻해지면 한 열흘쯤 섬으로 떠돌며섬 타령이나 하자 했다 늦은 겨울밤 헤어지지 않고 손을 흔드는독사와 꽃뱀독사는 77이고꽃뱀은 89..

詩化된 洪海里 2019.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