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 치매행致梅行 · 187 洪 海 里 어쩌다 실수로 아내의 치매약을 먹었습니다 그날 밤 꿈속에서 하염없이 거리를 헤맸습니다 집으로 가는 방향을 찾지 못하고 걸어다니는 일도 차를 타는 것도 다 잊은 상태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허우적허우적거리다 때로는 허공을 날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길을 잃고 헤맨 아내 그 뒤를 쫓아다녔는지도 모릅니다 여덟 시간 미아가 되었던 아내의 긴 세월을 하룻밤 꿈으로 대신했나 봅니다 아내의 치매약으로 다른 한세상을 구경한 내가 약도 없는 치매환자가 되어 환한 대낮에 길을 잃고 허청댑니다 한세월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나 한술 더 떠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맵니다 집은 어디 있는가? * 시를 읽으면서 영화 한 편, 그림 한 편이 연상되었다. 영화는 ‘집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