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람의 힘 사람의 힘 섬에서 염소 풀어 방목을 하면 스스로 풀 뜯으며 흘레를 하여 파도소리조차 새까맣게 들리는 염소섬이 되어 버리지 몇 해 후면 한밑천 잡는다지만 그러나 어느 날엔가 염소들은 씻긴 듯이 사라져 버리고 파도자락만 쓸쓸히 섬기슭을 핥고 있지 사람들은 편리한 대로 적자생존이라 말들 하..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2005.12.04
<서문> 난초밭 일궈 놓고 난초밭 일궈 놓고 - 시집 『난초밭 일궈 놓고』 난초밭 일궈 놓고 지난 '92년에 펴낸 『은자의 북』에 이어 열 번째 시집 『난초밭 일궈 놓고』를 이번에도 80편의 작품으로 엮었다. 작품들은 지난 번의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과 별 차이가 없다. 작품의 배열도 호흡이 짧은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긴 작품..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2005.11.29
<시> 백초가 백병을 다스리듯 百草가 百病을 다스리듯 홍해리(洪海里) 백초가 백병을 다스리듯 백 편의 시를 항아리에 넣고 석달 열흘 달이고 달여 조청을 고으면 시도 백병을 다스리는 신약이 될 순 없을까 오늘은 백년 묵은 소나무 아래 자리잡고 푸른 하늘 흰 구름과 맑은 바람과 우이천 물소리를 한 곳에 모아 탕약을 달이노니 ..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2005.11.29
<시> 통도사 가는 길 통도사 가는 길 홍해리(洪海里) 통도사 가는 길은 달과 물과 바람의 길 달빛을 타고 가는 (달빛일렁그림자다리)* 물길 홀로 건너가는 (맑은물흐름다리)* 바람을 타고 가는 (춤추는바람다리)*를 건너 착한 사람 사는 나라를 찾아가는 길 이승의 티끌 모두 벗어 버리고 연꽃 속 부처마을 찾아가는 길 달 따..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2005.11.29
<시> 북한산 북한산 - 가을나라 홍해리(洪海里) 저것들도 바야흐로 대선정국이구나 옻나무 화살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 피나무 느릅나무 고로쇠 상수리 마침내 북한산 나라 안이 온통 난리구나 다람쥐 토끼들도 놀라서 눈이 동그랗고 뻐꾸기 꾀꼬리 다 돌아간 자리 산비둘기 동고비 입만 딱 벌렸구나 옻나무는 변..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2005.11.29
<시> 단풍을 보며 단풍을 보며 홍해리(洪海里)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는 북의 여인들 연지 찍고 곤지 찍고 금빛으로 타는 산등성이에 서서 소리소리 지르며 몸 버리고 있네 백두산에서 묘향산으로 금강에서 설악으로, 내장, 지리산 바람도 물이 들어 그리움으로 우는데 철새들은 남으로 남으로 날아오고 한로 상강 날 세..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2005.11.29
<시> 북한산 진달래 북한산 진달래 홍해리(洪海里) 계집애야 진달래야 산진달래야 연분홍 치마 저고리 흰 속옷으로 산자락 바람결에 흔들리느냐 꽃 따먹고 취한 사내 산사내를 진달래야 계집애야 어이할꺼나 진달래야 계집애야 산진달래야 네 옷은 어디 두고 맨몸뚱이로 네 맘은 어디 두고 빈 몸뚱이로 참..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2005.11.29
<시> 우이동화실 우이동화실 - 朴興淳 홍해리(洪海里) 겨울비 개인 오후 햇빛 밝을 때 고층빌딩 저녁놀 손끝에 탈 때 그의 가슴 깊은 곳 심연 속에는 무엇이 일고 있나 무엇이 타나 삶의 무늬 그리는 큰 붓 작은 붓 무너진 황토빛의 솔밭 사이로 골목마당 뛰놀던 바람 잠들 때 너른 우주 깊은 바다 가슴속에는 무엇이 끓..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2005.11.29
<시> 미아전철역 부근 미아전철역 부근 홍해리(洪海里) 눈먼 아내 어깰 잡고 꺼꾸로 꺼꾸로 끝없이 가고 있는 하얀 지팡이 이빠진 하모니카 소리 어깨 너머로 가라앉는 미아 전철역 부근 저무는 시간 하얗게 바랜 금속성 사이 드문드문 그녀의 손바닥에 촛불이 켜지고 딸랑, 바람이 펄럭인다 다른 꽃들은 저들끼리 무관심으..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2005.11.29
<시> 휴전선 휴전선 홍해리(洪海里) 누가 우리의 눈을 가리웠고 지금도 가리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너와 나 우리가 아닌가 바람은 바람대로 하늘에 구름꽃 피우고 물은 물대로 강으로 바다를 이루고 있는데 우리 마음이야 어디 하늘 땅 가려 서는가 단지 검은 안개가 망막을 덮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뿐 밤이요..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200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