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68

<시> 단소 산조

단소산조短簫散調 洪 海 里 바닷가 청대밭의 천년 파도야 굵은 숫대들을 싸고 울었더니라 말없이 여왕처럼 솟은 암대 한 그루 萬古靑靑 푸르름으로 서서 기다리면서 대통 속에 靑山流水를 기르고 있었더니라. 마침내 임자 만나 님의 손길로 뒤에 하나 앞에 네 개 指孔을 파니 한 자 네 치 몸 속에서 솟구치는 恨 입김따라 손길따라 목이 취해서 한 마당 千年風流 뿜어 나오다. 가슴으로 흔은히 흐르는 영롱한 가락 지그시 감은 눈길 귀기 서릴 때 지공 짚은 손끝마다 신명이 지펴 떨리는 가락으로 펼치는 저 비단길 살로 아닌 뼈로 우는 저 머언 소리. 자지러지듯 흐느끼듯 절절이 울어 장송을 감싸 안는 흰 구름장 위 황토빛 맨발 청상 서룬 하늘빛 울먹일 듯 울먹일 듯 이승 저승을 녹아나는 애간장아 열두 간장아. - 시집 『난초..

<시> 고무신은 추억을 싣고 아직도 가고 있다

고무신은 추억을 싣고 아직도 가고 있다 홍해리(洪海里) 1 지상의 이 바다 인생이란 화물을 적재하고 아무리 무거워도 가라앉지 않는 한 쌍의 거룻배 이물칸 고물칸 물이 가득 차 올라도 침몰하지 않는 배였다. 2 비오는 날이면 나무잎새들은 엉덩이를 까고 초록빛으로 밝게 웃고 있었지만 밤마다 미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