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독종毒種 * 홍해리 시집『독종』, 130쪽, 도서출판 북인, 정가 8,000원. <自序> 만공滿空 눈을 버리면서 나는 세상을 보지 않기로 했다. 귀도 주면서 아무것도 듣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내 마음대로 다 버리니 텅 빈 내 마음이 가득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내 것이라고, 바보처럼 바보처럼 안고 .. 시집『독종毒種』2012 2012.11.12
<시집 표지> 독종 홍해리 시집 표지.pdf 위의 pdf를 클릭하면 시집 표지를 볼 수 있습니다. ******************************************** 독종毒種 洪 海 里 1 세상에서 제일의 맛은 독이다 물고기 가운데 맛이 가장 좋은 놈은 독이 있는 복어다 2 그러나 가장 무서운 독종은 인간이다 그들의 눈에 들지 마라 아름답다고 .. 시집『독종毒種』2012 2012.11.01
<시인의 말> 시의 길, 시인의 길 시의 길, 시인의 길 洪 海 里 나는 1941년 10월 8일 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 472번지에서 태어났다. 당시 남이면사무소에 근무하던 아버지가 이듬해 호적에 올렸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1942년 8월 18일생으로 되어 있다. 그때는 태어나서 얼마 살지 못하고 죽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사는 것.. 시집『독종毒種』2012 2012.09.13
<시> 만공滿空 * 2012. 8. 25. 도봉숲속마을 연수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우리시회원들의 풍경이다.(왼쪽에서 네 번째가 필자임) 만공滿空 洪 海 里 눈을 버리면서 나는 세상을 보지 않기로 했다. 귀도 주면서 아무것도 듣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내 마음대로 다 버리니 텅 빈 내 마음이 가득했다. 아.. 시집『독종毒種』2012 2012.08.27
<시> 폭포 폭포 洪 海 里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막무가내 내리쏟는 저 한고집 천년 적막의 고승이 내리치는 죽비다, 할喝!이다 하얗게 죽어 다시 사는 것을 한마디 말씀으로 보여 주기 위해 스님은 적막을 짓이겨 우뢰 폭탄을 만드셨다. - 시집『독종』(2012, 북인) 시집『독종毒種』2012 2012.08.14
<시> 교정校正/校訂 교정校正/校訂 洪 海 里 술래잡기는 악마의 놀이 술래는 슬픈 순례자 순례지마다 꾀꼬리가 울어 바짝 정신을 차려도 속수무책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소리치지 않아도 오자誤字 고년은 숨는데 귀신 도가 트고 이골이 났다 한치 앞에 있어도 찾을 수가 없다 술래가 된 나는 청맹과니 머리.. 시집『독종毒種』2012 2012.07.30
<시> 하동여정河東餘情 하동여정河東餘情 洪 海 里 보리누름 지나고 모내기 마치면 섬진강 끌고 노는 버들전어 떼 물위로 반짝, 반짝, 몸을 던지지 색시비 내리는 날 배를 띄우고 무람없는 악동들 물치마 열면 사내들의 몸에선 밤꽃이 솟네. - 시집『독종』(2012, 북인) * 짧고도 명명창창한 이 서경을 무엇으로 표.. 시집『독종毒種』2012 2012.06.21
<시> 금강구두 금강구두 - 林步調 洪 海 里 부처님 오신 날 마당의 풀을 뽑으면서 불경은 읽지 않고 불경스럽게도 삼겹살이나 굽자 할까 했는데 들어와 보니 전화가 여러 차례 와 쌓여 있었다 삼겹살보다 낫다는 오리고기로 점심을 하며 막걸리 한잔에 시간을 되돌리다 보니 우이동으로 이사한 후의 추억 몇 장을 그댁 사모님께서 펼치신다 강우원진이는 여학교 때 제자다 예쁘고 공부 잘하고 애교 많던 반장 소녀 그녀가 임보 시인의 장녀다 어느 날 퇴근하면서 신발장을 여니 찬바람이 일었다 녀석들이 장난을 친 것이었다 여기저기 뒤져 봐도 '날 찾아 봐라' 였다 어쩔 수 없이 슬리퍼를 끌고 돌아서는 꼴에 녀석들은 숨어서 낄낄대며 얼마나 신이 났을까 그게 선생을 좋아한다는 여학생들의 표현이었다 그러다 주동인 우원진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란다.. 시집『독종毒種』2012 2012.06.07
<시> 산책 산책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살아 있는 책이다발이 읽고눈으로 듣고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느릿느릿,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한 발 한 발. - 시집『독종』(2012, 북인) - 월간《우리詩》2012. 8월호 * 스크린도어 앞에서 이 시를 접할 때 나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시는 시가 갖춰야 할 쾌락적 기능과 교훈적 기능을 모두 갖췄다. '산책'이라는 말에서 '돈을 주고 산 책',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산 책'을 떠올리며 교묘한 언어유희를 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쾌락적 기능을 수행한 것이다. 아울러 산책을 '자연경'이라는 경전을 읽는 행위로 승화시키며 살아가며 '산책'뿐만 아니라 '책'.. 시집『독종毒種』2012 2012.06.01
<시> 무극장락無極長樂 무극장락無極長樂 洪 海 里 악을 써도 시는 써지지 않는다. 악이 악樂이 되어야 시가 선다. 날것인 말로 꽃도 달고 열매도 맺게 하라. 그물에 꽂힌 은빛 멸치의 몸부림으로 네 뜰에 꽃이 피거든 안부 전해 다오. 풀에 나무에 열매 달리거든 손 모아 절하거라. 마음 하나 늘 나뭇가지에 걸어.. 시집『독종毒種』2012 2012.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