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98

아득하다 - 치매행致梅行 · 413

아득하다 - 치매행致梅行 · 413 洪 海 里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릴 수 있다면 그러나 그것은 세상이 아닐지니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고 들리는 것도 듣지 못 하는 게 우리 사는 지금 여기 세상일지니 다 보고 다 듣는다면 그립고 아련한 것 없지 않으랴 아련하다는 것 그건 멀어서 별이다 아득하다, 사랑! * 감상 그런 날이 올지도 몰라. 멀리 있어도 보이고 들리는 그런 날 있을지 몰라. 아무 데서나 보이고 들리는 사이로 사는 날에는 내가 아니고 당신도 아닐 텐데, 그때 우리는 누구일까. 영 이별인 그날 우리는 이별인 줄도 모르고 이 세상 아닌 줄도 모르겠지. 당신을 다 보지 못하고 당신을 다 듣지 못하는 게 이 세상이라면 이대로 좋아. 당신 표정 애써 읽다가 당신 마음 한..

노인전문요양원 - 치매행致梅行 · 412

노인전문요양원 - 치매행致梅行 · 412 洪 海 里 고려장이라는 말, 감옥 또는 수용소라는 말 왜 자꾸 이 말이 떠오르는 것인가 이제 요양원으로 보내자 생각하고 나서 돌아서면 그게 아니고 며칠 생각하다 보면 또 그게 아니니 우이동천牛耳洞天으로 갈 것인가 동천을 찾아가 볼 것인가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그런 곳이 있긴 있을 것인가. * "숨 멈춰야 해방되는 곳, 기자가 뛰어든 요양원은 '감옥'이었다" 기자가 한 달 동안 요양보호사로 일했지만 ‘돌봄’을 제공하진 않았다. 그저 딱 필요한 만큼의 ‘처치’만 이뤄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떻게 잘 돌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식사 시간 10분 전, 똑같은 앞치마를 둘러매고 반쯤 올린 침대에 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밥을 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