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98

초아흐레 달 - 치매행致梅行 · 395

초아흐레 달 - 치매행致梅行 · 395 洪 海 里 기해己亥 삼월 초아흐레 그믐달도 아닌데 초저녁 마당에 나가 올려다보는 달 두 눈에 원망이 그렁그렁하다 울음이 눈물이 두 눈에 얼굴에 크렁크렁하다 아무것도 아닌 여자 그냥 여자인 여자 혼자 울고 있었다 차마 따라 울지 못했다 형이하학적인 슬픔인가 평생 혼자 살 듯했으니 외로운 걸 알 리가 있겠는가 한때는 타오르는 아궁이였고 차오르는 샘물이었지.

치매 - 치매행致梅行 · 391

치매 - 치매행致梅行 · 391 洪 海 里 이별은 연습을 해도 여전히 아프다 장애물 경주를 하듯 아내는 치매 계단을 껑충껑충 건너뛰었다 "네가 치매를 알아?" "네 아내가, 네 남편이, 네 어머니가, 네 아버지가 너를 몰라본다면!" 의지가지없는 낙엽처럼 조붓한 방에 홀로 누워만 있는 아내 문을 박차고 막무가내 나가려들 때는 얼마나 막막했던가 울어서 될 일 하나 없는데 왜 날마다 속울음을 울어야 하나 연습을 하는 이별도 여전히 아프다. * 감상 날린 생각 한 줌만큼 몸은 가벼워진다. 가벼워진 몸이 중심을 잃고 허둥대면 누군가 달래 앉힌다. 그중에도 수많은 생각이 날아가고 그가 짓는 웃음의 기억도 희미해진다. 점점 고요 … 고요해지면 속울음도 감출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이별하는 것 … 그 생각만으로 슬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