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내새 - 치매행致梅行 · 89 아내새 - 치매행致梅行 · 89 洪 海 里 한평생 나는 아내의 새장이었다 아내는 조롱 속에서 평생을 노래했다 아니, 울었다 깃털은 윤기를 잃고 하나 둘 빠져나갔다 삭신은 늘 쑤시고 아파 울음꽃을 피운다 이제 새장도 낡아 삐그덕대는 사립이 그냥, 열린다 아내는 창공으로 날아갈 힘이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25
<시> 손공功 - 치매행致梅行 · 88 손공功 - 치매행致梅行 · 88 洪 海 里 춤을 추듯 서로 번갈아 가며 발이 발을 씻고 닦는 것을 두 손이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탁족濯足의 맛이야 달아났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 그게 아니올씨다 하는 표정이지만 허리를 굽히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 손이 하는 일이 많이 줄고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24
<시> 추억 속으로 - 치매행致梅行 · 87 추억 속으로 - 치매행致梅行 · 87 洪 海 里 벽에서 홀로 가고 있는 시계 소리에 잠이 먼 밤이 있었다. 그날 밤 밖에는 눈발이 끝없이 내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23
<시> 집사람 - 치매행致梅行 · 86 집사람 - 치매행致梅行 · 86 洪 海 里 집은 그런 것이었다 아픔이라고 또는 슬픔이라고 무슨 말을 할까 속으로나 삭이고 삭이면서 겉으로 슬쩍 금이나 하나 그었을 것이다 곡절이란 말이 다 품고 있겠는가 한이 많다고 뭐라 했겠는가 즐겁고 기쁘다고 춤을 추었겠는가 슬프고 외로웠던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23
<시> 네 몸이 신이다 - 치매행致梅行 · 85 네 몸이 신이다 - 치매행致梅行 · 85 洪 海 里 네 몸[身]이 신神이다 네 몸을 섬겨라 네 몸에 경배하라 생生이란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고 기고 걷고 뛰고 달리고 먹고 마시고 자고 싸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내고, 욕하고, 그리고…, 하다 보면, 환자 아닌 사람 없고 장애 없는 이 없는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23
<시> 새벽밥 -致梅行 84 새벽밥 - 치매행致梅行 · 84 洪 海 里 먼 길 떠나는 사람에게이듯이 아내는 새벽마다 새로 밥을 지었습니다 그렇게 나를 출근시키던 아내를 위하여 오늘은 내가 밥을 짓고 장을 끓입니다 된장을 풀고 양파, 버섯, 호박을 썰어넣고 파, 마늘, 고춧가루도 넣었습니다 두부도 넣고 보글보글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23
<시> 하루살이 -致梅行 83 하루살이 - 치매행致梅行 · 83 洪 海 里 하루살이에게는 하루가 천년이니 하루 살이가 얼마나 멀고 무거우랴 먹지도 못하고 똥도 싸지 않고 하루 종일 날기만 하다 알만 까고 죽는다 날개가 다 타서 더는 잉잉대며 날 수 없을 때 우주의 천년은 얼마나 짧은 것인가 하루에 천년, 천리를 가..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8
<시> 인생 -致梅行 82 인생 - 치매행致梅行 · 82 洪 海 里 짧아서 가늘고 긴 사람도 있고, 길어서 굵고 짧은 사람도 있네.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8
<시> 아침 풍경 -치매행 81 아침 풍경 -치매행致梅行 · 81 洪 海 里 왜 가야 되는데, 응? 몇 시에 가는데, 응? 아내는 묻고 또 묻길 몇 차례 9시면 차가 와 아내를 모셔갑니다 오후 5시 반이면 되모시고 옵니다 그 사이 시간이 내 것이 되었습니다 있는 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면서도 속이 아픕니다 까맣습니다 우두..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8
<시> 탓 - 치매경致梅行 80 탓 - 치매행致梅行 · 80 洪 海 里 난蘭 찾아다니느라 늘 집을 비웠으니 아내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난에게 남편 빼앗긴 주말과부의 가슴이 얼마나 시렸을까 친구들과 술 마시고 자정에야 돌아와 새벽이면 빠져나가고 밤이면 다시 취해 기어서 들어왔으니 술에 익사한 남편을 건사하는 아..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