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텅 빈 자유 -致梅行 79 텅 빈 자유 -치매행致梅行 · 79 洪 海 里 아내는 신문을 읽을 줄 모릅니다 텔레비전을 켜고 끄는 것도 못합니다 전화를 걸 줄도 모릅니다 컴퓨터는 더군다나 관심도 없습니다 돈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돈이 어디에 필요하겠습니까 은행이 무엇인지 모르니 은행에 갈 일도 없습니다 통장도..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8
<시> 아내는 부자 -致梅行 78 아내는 부자-치매행致梅行 · 78 洪 海 里 나는 평생 비운다면서도비우지 못하고 살았습니다버린다 버린다 하면서도버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다 내려놓자 하면서도 그러지 못했습니다버린다 비운다는 말 한마디 없이내려놓는다는 말도 없이아내는 다 버리고 비웠습니다다 내려놓고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부자가 되었습니다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평안합니다천하태평입니다먹는 것도 입는 것도 걱정이 없습니다집 걱정 자식 걱정도 없습니다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는 아내는천하제일의 부자입니다. * 사족 살면서 비우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우리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듣고 삽니다. 머리는 알고 있는데 도무지 실천이 어려운 비워내기는 결국 어떤 어려운 환경에 처하고서야 자의가 아닌 방법으로 실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경에서,..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8
<시> 무뜩 -致梅行 77 무뜩 - 치매행致梅行 · 77 洪 海 里 왔다 가는 일 말 한마디 없이 웃음 한 장으로 집 한 채 지었다 허물고 한 웃음으로 한순간 또 한 채 짓고 다시 허문다 왔다 사라지는 일 그렇다!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8
<시> 그곳을 찾아서 -致梅行 76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그곳을 찾아서 - 치매행致梅行 · 76 洪 海 里 오동이 속을 비워 소리를 품는, 새들이 뒤로 날고 화살이 어디에도 박히지 않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오래 산 사람이 점점 어려지는, 칼을 벼리지 않아도 날빛이 천년이나 빛나는, 깨끗한 육신이 서서 잠을 자..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5
<시> 입동立冬 -致梅行 75 입동立冬 - 치매행致梅行 · 75 洪 海 里 어느새 잦아든 풀벌레 소리 가지 끝 말간 까치밥 바람소리 서두는 귀가길 나뭇잎들 모두 입적하시고 홀로 치는 빗소리. * 제주한란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5
<시> 선언善言 - 致梅行 · 74 선언善言 - 치매행致梅行 · 74 洪 海 里 내 가는 길 방해 마라. 가고 싶은 대로 갈 뿐이다. 가는 것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다. 그냥 가는 것, 가는 것일 뿐!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5
<시> 잔인한 봄날 -致梅行 · 73 잔인한 봄날 - 치매행致梅行 · 73 洪 海 里 귀가 맑은 사람에게 봄은 거리의 열여섯 눈썹치마 팔랑이는 소리로 옵니다 산과 들 화사한 포연 속에서 새들은 집짓기에 분주하고 아지랑이가 떠메고 오는 저 가벼운 웃음소리들 펑펑 터지는 열락의 문들 이제는 눈이 밝은 사람들이 화궁花宮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2
<시> 꽃은 왜 지는가 -치매행致梅行 72 꽃은 왜 지는가 - 치매행致梅行 · 72 洪 海 里 소녀의 손가락에 나비 한 마리 내려앉았습니다 금빛 나비 여린 날개로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금세 나비는 날아가 버리고 꽃은 덧없이 져 버렸습니다 꽃처럼 지는 것이 어디 있는가 묻습니다 꽃은 지고 마는 것이 아닙니다 꽃이 왜 아름다운..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2
<시> 어른유치원 -致梅行 71 어른유치원 - 치매행致梅行 · 71 洪 海 里 오늘은 아내가 유치원에 가는 날입니다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던 때가 생각납니다 어린아일 물가에 내보내는 심정입니다 묻고 또 묻고 대답하고 또 대답하고 답답해서 환장할 것 같아 퉁명스럽게 답하고 소리 지르고 혼자 화가 나 식식거리다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2
<시> 블랙홀 -致梅行 70 블랙홀 - 치매행致梅行 · 70 洪 海 里 바람 불어, 환장할 놈의 분홍빛 봄바람 불어 뼈마디마다 꽃바람 들었습니다 달빛 같은 속살에 구멍 숭숭 뚫리고 뼈가 푸석푸석 바람소리 요란합니다 봄 내내 머리 허리 다리가 저리고 시리고 꽃잎에 입 한 번 못 맞추고 봄은 언뜻 지나 푸른 울음 걸..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2014.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