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1303

꽃 洪 海 里 이승의 꽃봉오린 하느님의 시한폭탄 때가 되면 절로 터져 세상 밝히고 눈뜬 이들의 먼 눈을 다시 띄워서 저승까지 길 비추는 이승의 등불. - 시집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민성사, 1980) 시와 그림 洪 海 里 내가 쓴 졸시 「꽃」을 읽고 그려낸 異山의 그림은 우주가 한 송이 꽃이 되어 너도 꽃이라는 듯, 꽃이 되라는 듯 화폭 가득 폭,폭,폭, 터지고 있다.

우이동 전설 - 임보 · 홍해리 /《시와 사람》2021. 여름호.

우이동 전설 - 임보 · 홍해리 시인 전 선 용 ​ ​ 석란石蘭의 우아함을 입으로 말하는 건 경솔이다 ​자태의 물아일체,​ 뒷모습이 선비 같아서 구름은 인수봉에 신선으로 앉았다 백운대가 땅에 엎드려 경배할 때 화산華山, 은산隱山* 강렬強烈하지만 감렬​甘烈한 말씀이 꽃으로 만개했다 반세기 계절을 병풍으로 접었다 펴고 삼족오三足烏 울어 ​유명幽冥을 달리한 유명有名이 도선사 불경처럼 수런댄다 삼각산아, ​ 그렇다고 덧없다 하지 말자 솔밭 송홧가루 흘림체로 흘러 무위가 될지라도 무아의 경지가 이름에 없고 돌부리에 있는 것을, 길 아닌 곳에 우뚝 선 꽃대가 바람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견고한 무릎이 삼족오 발톱 같기 때문이다 해를 숭배하고 주신酒神을 섬기는 사유가 선물이라서 ​ 비가 술같이 내리는 날 주거니 ..

어떤 기다림

뜰 안의 진기한 나무 한 그루, 잎 푸르고 꽃들은 만발하였네. 가지 당겨 그 꽃 꺾어 그리운 이에게 보내려는데 꽃향기 옷자락에 넘쳐나지만 길 멀어 그곳으로 보낼 수 없네. 이 꽃이 뭐 그리 소중하랴만 오랜 이별 마음으로 느낄 순 있으리. 庭中有奇樹, 綠葉發華滋. 정중유기수, 녹엽발화자 攀條折其榮, 將以遺所思. 반조절기영, 장이유소사 馨香盈懷袖, 路遠莫致之. 형향영회수, 노원막치지 此物何足貴, 但感別經時. 차물하족귀, 단감별경시 ―‘뜰 안의 진기한 나무(庭中有奇樹)’(한대 무명씨) 연모의 정을 담은 연애시로 읽어도 괜찮을 법한데 이 시는 주로 먼 길 떠난 남편을 그리는 망부가(望夫歌)로 해석해 왔다. 기약 없는 이별, 집안에 갇힌 아내는 학수고대 낭군을 기다리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