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꽃 洪 海 里 이승의 꽃봉오린 하느님의 시한폭탄 때가 되면 절로 터져 세상 밝히고 눈뜬 이들의 먼 눈을 다시 띄워서 저승까지 길 비추는 이승의 등불. - 시집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민성사, 1980) 시와 그림 洪 海 里 내가 쓴 졸시 「꽃」을 읽고 그려낸 異山의 그림은 우주가 한 송이 꽃이 되어 너도 꽃이라는 듯, 꽃이 되라는 듯 화폭 가득 폭,폭,폭, 터지고 있다. 시화 및 영상詩 2021.06.27
우이동 전설 - 임보 · 홍해리 /《시와 사람》2021. 여름호. 우이동 전설 - 임보 · 홍해리 시인 전 선 용 석란石蘭의 우아함을 입으로 말하는 건 경솔이다 자태의 물아일체, 뒷모습이 선비 같아서 구름은 인수봉에 신선으로 앉았다 백운대가 땅에 엎드려 경배할 때 화산華山, 은산隱山* 강렬強烈하지만 감렬甘烈한 말씀이 꽃으로 만개했다 반세기 계절을 병풍으로 접었다 펴고 삼족오三足烏 울어 유명幽冥을 달리한 유명有名이 도선사 불경처럼 수런댄다 삼각산아, 그렇다고 덧없다 하지 말자 솔밭 송홧가루 흘림체로 흘러 무위가 될지라도 무아의 경지가 이름에 없고 돌부리에 있는 것을, 길 아닌 곳에 우뚝 선 꽃대가 바람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견고한 무릎이 삼족오 발톱 같기 때문이다 해를 숭배하고 주신酒神을 섬기는 사유가 선물이라서 비가 술같이 내리는 날 주거니 .. 시화 및 영상詩 2021.06.05
마시는 밥 - 막걸리 마시는 밥 - 막걸리 洪 海 里 막걸리는 밥이다 논두렁 밭두렁에 앉아 하늘 보며 마시던 밥이다 물밥! 사랑으로 마시고 눈물로 안주하는 한숨으로 마시고 절망으로 입을 닦던 막걸리는 밥이다 마시는 밥! - 홍해리 시집『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https://youtu.be/3pimn85TN-U 막걸리 한잔 - 강진 * http://story.kakao.com./157165에서 옮김. 시화 및 영상詩 2021.03.21
어떤 기다림 뜰 안의 진기한 나무 한 그루, 잎 푸르고 꽃들은 만발하였네. 가지 당겨 그 꽃 꺾어 그리운 이에게 보내려는데 꽃향기 옷자락에 넘쳐나지만 길 멀어 그곳으로 보낼 수 없네. 이 꽃이 뭐 그리 소중하랴만 오랜 이별 마음으로 느낄 순 있으리. 庭中有奇樹, 綠葉發華滋. 정중유기수, 녹엽발화자 攀條折其榮, 將以遺所思. 반조절기영, 장이유소사 馨香盈懷袖, 路遠莫致之. 형향영회수, 노원막치지 此物何足貴, 但感別經時. 차물하족귀, 단감별경시 ―‘뜰 안의 진기한 나무(庭中有奇樹)’(한대 무명씨) 연모의 정을 담은 연애시로 읽어도 괜찮을 법한데 이 시는 주로 먼 길 떠난 남편을 그리는 망부가(望夫歌)로 해석해 왔다. 기약 없는 이별, 집안에 갇힌 아내는 학수고대 낭군을 기다리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정원.. 시화 및 영상詩 2020.11.15
죽순시학竹筍詩學 죽순시학竹筍詩學 洪 海 里 죽순은 겨우내 제 몸속에 탑을 짓는다 아무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물탑이다 봄도 늦은 다음 푸른 비가 내려야 대나무는 드디어 한 층씩 올려 탑을 이룬다 때맞게 꾀꼬리가 뒷산에 와 아침부터 허공중에 금빛 노래를 풀면 대나무는 칸칸마다 질 때도 필 때처럼 .. 시화 및 영상詩 2020.05.10
산책 / 마르크 샤갈 * 마르크 샤갈, 「산책」1917~18. 산책 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책이다 발이 읽고 눈으로 듣고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 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 한 발 .. 시화 및 영상詩 2020.05.05
명자꽃 / 전선용(시인) 명자꽃 洪 海 里 꿈은 별이 된다고 한다 너에게 가는 길은 별과 별 사이 꿈꾸는 길 오늘 밤엔 별이 뜨지 않는다 별이 뜬들 또 뭘 하겠는가 사랑이란 지상에 별 하나 다는 일이라고 별것 아닌 듯이 늘 해가 뜨고 달이 뜨던 환한 얼굴의 명자 고년 말은 했지만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었지 밤.. 시화 및 영상詩 2020.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