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토란土卵 캐다 토란土卵 캐다 洪 海 里 흙이 알을 낳았다 칠흑의 꿈이 끈적끈적하다 토란에서는 어머니 냄새가 난다 젖무덤 같은 흙을 파 헤치고 어머니를 만나는 시월막사리. (2006) * 이 꽃은 마당에 심은 열두 포기 가운데 다섯 포기가 2010. 9. 15.에 피운 스무 송이의 꽃 가운데 일부입니다. 토란꽃의 꽃말은 '행운'입..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9.19
<시> 여주 -눈물보석 여주 - 눈물보석 洪 海 里 슬픔의 결정체인 눈물은 단단한 순수의 보석 새로운 생명을 위해 독배는 깨지기 마련 파랗던 여주 열매 노랗게 익으면 스스로 몸을 찢어 빨간 내일을 내보인다. * 여주(balsam pear) / http://cafe.daum.net/hanurinews에서 옮김.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9.10
<시> 9월이 오면 9월이 오면 洪 海 里 빈손 맨발 어지러운 거리에서 흔들리는 헛된 날 추락하는 동백꽃노을 따라 이슥토록 무너져 내리는 몸 벗은 영혼 흐르는 눈물로나 씻어보나 육자염불하는 나뭇이파리들 마지막 옷 벗어버리고 빛나는 알몸으로 푸른 빛 사위어가는 뒷산이 더욱 가까워지니 이제 천년..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9.01
<시> 귀뚜라미 귀뚜라미 洪 海 里 어둠 속에서 칠흑 절벽 위에서 세상을 향해 먹통 천지를 향해 눈떠라 귀 뚫어라 귀뚜라미 운다 귀뚤귀뚤 귀뚜르 귀뚜라미 운다. (2005. 8. 15.)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8.17
<시> 산음山陰 산음山陰 洪 海 里 너의 첫정 같았다 너를 만나자마자, 너는 나를 감싸안았다 물소리가 하얗게 들렸다 귀도 환해졌다 산그늘은 산 그늘이라서 나슬나슬했다 한낮의 고요가 바위처럼 앉아 있었다 폭주하는 빛이 나뭇잎 사이사이로 화살처럼 쏟아졌다 팔월의 산음山陰이 아늑했다 ..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8.17
<시> 바다 바다 洪 海 里 절벽을 빨래판 삼아 바다를 후려치는 바람 하얗게 질려 물꽃을 피우면서 죽는 바다 죽으면서 다시 팔팔하게 살아나는 파도여 나도 죽기 위해 그곳 절벽으로 가고 싶다.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7.30
<시> 닭갈비에는 갈비가 있는가 닭갈비에는 갈비가 있는가 洪 海 里 고추냉이는 고추신랑과 냉이신부가 한 몸이 되었듯이 간장은 온장과 놀고 된장은 물장을 만나 제 맛이 나듯 국화빵에는 국화꽃이 피어야 하고 칼국수에는 칼날이 번쩍여야 한다 총각김치는 총각만 먹는 김치가 아니라 처녀가 덥썩 물고 우적우적 씹..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7.27
<시> 귀향 귀향 洪 海 里 매화나무에 학이 날아오는 날 나는 가리라 학의 등에 올라앉아 서편 하늘로 날아가리라 천년을 한가로이 그곳에서 떠돌다 매화나무 시드는 날 다시 돌아오리라 나는. * 학이 매화나무에 날아오겠는가. 소나무라면 몰라도 어찌 매화에 학이란 말인가. 그러나 송나라 시인 林..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7.27
<시> 한잔술 · 立春 한잔술 · 立春 洪 海 里 새싹을 끌어올리는 잔잔한 햇살의 울력, 침묵의 계절은 가고 말씀으로 빚은 유정한 소식 없어도 기막힌 일 아닌가 아른아른 아지랑이 서로 홀려 살아 있는 것들 떠나고 돌아오고, 한잔술에 기운을 돋우고 나면 폭군의 광기와 집착도 별것 아냐 뜻대로 되는 게 없..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201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