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지다 목련꽃, 지다 洪海里 목련아파트 101동 1001호 창 밖만 바라보던 눈먼 소녀 목련꽃 하얗게 피었다 이울던 저녁 달빛을 타고 뛰어내렸습니다 면사포를 쓰고 결혼식을 기다리던 신부 소리 소문 없이 져 버렸습니다 하염없는 봄날은 자꾸 저물고 길 위에서 꿈꾸기 위하여 무작정 뛰어내렸다고 소문만, 하냥..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호호好好 호호好好 洪 海 里 도화 도화, 좋아, 좋아! 저 연분홍 누각 속에는 벌써, 물큰한 엉덩이 눈이 반쯤 감겼다 가슴츠레하다 이 환한 봄날 대낮 무작정 낙하하는 첫날밤 신부의 속옷 낙화, 낙화, 나무 아랜 사내들이 술잔 위로 눈이 풀리고 잔과 잔 사이 사뿐사뿐 내려앉는 속수무책의 저 입술들 드디어 잔 ..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복사꽃 그늘에서 복사꽃 그늘에서 洪海里 돌아서서 새실새실 웃기만 하던 계집애 여린 봄날을 후리러 언제 집을 뛰쳐나왔는지 바람도 그물에 와 걸리고 마는 대낮 연분홍 맨몸으로 팔락이고 있네. 신산한 적막강산 어지러운 꿈자리 노곤히 잠드는 꿈속에 길이 있다고 심란한 사내 달려가는 허공으로 언뜻 봄날은 지고..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洪 海 里 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저 혼자 깨어나고 저 혼자 잠이 들어 천리 밖 작은 목숨 하나 숨을 놓고 떠나가나 매화 꽃잎 하나 소리없이 지고 어디선가 바람이 인다. (시집『愛蘭』1998)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개불알란 개불알란 洪 海 里 비워둔 자리마다 소리없이 홀로 울고 있는 북 삽상한 산마루 바람소리에 홀로 거풍擧風*하고 있는 너. * 거풍擧風 : 산상에 누워 국부를 꺼내 바람을 쐬는 옛사람들의 피서법의 일종. (시집『愛蘭』1998)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난초꽃 피면 난초꽃 피면 洪 海 里 봄이 오면 난초꽃 피고 그대 얼굴을 열면 옷깃에 찬 추위가 별것이랴 남녘에서 제비 떼 날아와 잘한다, 잘한다! 우지지는데 뿌리까지 흔들어 종소리 울리는 그대 가슴에 꽃이 피리야 보랏빛 종소리로 울리리야 이것 봐, 이것 봐라! 하며 고갤 쳐드는 저 여린 꽃대궁 어이하리야 그..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夏蘭開花 夏蘭開花 洪 海 里 진통의 밤이 지난, 새벽 문 열자 찰랑찰랑하던, 향기 드디어 넘쳐나네 먼먼 우주에서, 오는 그대의 입김 불립문자不立文字로 피어나네 외로운 넋으로 목을 뽑듯, 올리는 뽀얀 살빛의 염화미소拈華微笑이네 찬란한 비상을, 꿈구는 마음으로, 그리는 가슴에 화두話頭, 하나 이 아름다..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마지막 꽃잎 마지막 꽃잎 洪 海 里 서쪽으로 쓸리는 쓸쓸한 꽃잎 허기진 저 새가 물고 가네 무주공산 가득 차는 풀피리 소리 자꾸만 울고 싶어 가선이 젖어 물소리 바이없이 잦아드는데 마지막 눈물에 젖은 꽃잎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나 막무가내 막무가내 바람이 차네. (시집『愛蘭』1998)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霜降에도 난은 피어 霜降에도 난은 피어 洪 海 里 찬 서리 지천으로 내려 쌓여도 온 산천 불이 붙어 눈을 데이네 타는 가슴 목마름을 어이하리야 불끈 새벽 이 하늘을 어이하리야 불끈 새벽 이 하늘을 어이하리야. (시집『愛蘭』1998)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몸꽃은 꽃무덤에서만 핀다 몸꽃은 꽃무덤에서만 핀다 洪 海 里 여학교에는 계절이 없다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봄이다, 꽃피는 봄 춘삼월 연분홍 진달래 어릿어릿 비린내 어질머리 주근깨 박박 4월 철쭉 백목련 심장 위에 떨어진 자목련 한 잎 수수꽃다리에서 흑장미까지 하얀부처대가리꽃에 똑 떨어진 진홍의 장미꽃잎 하나 메.. 『꽃香 詩香』(미간) 2009.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