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매 앞에 서서 설중매 앞에 서서 洪 海 里 1 수억 광년을 잠자던 별들이 싸늘한 영혼으로 터뜨리는 하얀 불꽃이다 2 싸락눈 같은 창백한 속삭임 새벽 4시의 無明 3 별똥별의 추락 화사한, 화사한 마침표 4 天上의 紋樣 가지마다 淸淸白白 淸虛로다 5 청천벽력 같은 투명한 불꽃 앞에 그냥 죄스럽다 마냥 부끄럽다. (시집..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낙화 낙화 洪 海 里 이제 가야 한다 할 때 편안히 갈 수 있을까 모두 놓아두고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갈 수 있을까 쉬엄쉬엄 쉼표만 찍다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맺은 매듭 모두 풀고 얽히고 설킨 끈마저 끊어버리고 하얀 손수건 흔들면서 홀연히 떠날 수 있을까 눈에 밟히는 것들 모두어 가슴에 묻..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산수유山茱萸 산수유山茱萸 洪 海 里 금계랍 먹은 하늘 노랗게 무너져내리는 온 세상의 잠 비틀비틀 흔들리는 노오란 세상 허기진 춘삼월 한낮의 꿈. (시집『투명한 슬픔』1996)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山茶花 山茶花 洪 海 里 바다로 간 사내들 길 닦아 주려 넋이라도 저승 가 편히 쉬도록 오동도 떼과부들 꽃등을 밝혀 바다 향해 소리치다 목이 터졌네.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素心 素心 洪 海 里 청산가리 먹고 죽은 젊은 과부가 소복을 차려 입고 친정엘 간다 이슬길 밟고 가다 사낼 후릴까 분단장 곱게 하고 바람을 탄다. (시집『투명한 슬픔』1996)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白梅 白梅 洪 海 里 얼마나 먼길을 달려왔을까 겨우내 꽃잎 한 장 가슴에 품고 꿈꾸며 쓰러지며 달려왔을까 눈빛 고운 그 사람 등을 밝히려. (시집『투명한 슬픔』1996)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장미꽃 장미꽃 洪 海 里 햇빛도 네게 오면 궁핍한 아우성 처음으로 얼굴 붉힌 알몸의 비상 끝내 너는 싸늘한 불꽃의 해일인가 빨갛게 목을 뽑는 서녘 하늘 저녁놀. (시집『은자의 북』1992)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매화 피면 매화 피면 洪 海 里 매화 피면 찬 하늘에 피리소리 가슴속에 절을 짓고 달빛을 맞네 달빛 젖어 흔들리는 빛나는 소멸 피리구멍마다 맨살의 무지개 피네. (시집『은자의 북』1992)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꽃 지는 사월에 꽃 지는 사월에 洪 海 里 목련꽃 그늘 아래 술상 펼치니 가지마다 눈빛 고운 촛불 밝히고 신부들이 떼로떼로 날아오르네 날개옷 하늘하늘 흐느적이며 가물가물 가물가물 사라져 가네 억장 무너지는 가슴벼랑에 어쩌자고 벌들은 온종일 잉잉대고 술맛도 소태맛 꽃잎만 지네. - 시집『은자.. 『꽃香 詩香』(미간) 2009.02.03
밤꽃이 피면 밤꽃이 피면 洪 海 里 동네방네 홀어미들 독수공방에 오늘 저녁엔 보름달이 떠오르네 실실이 속옷 벗어 천지 가득 던져 놓고 인수봉 타고 올라 하늘 위에 뜨네. 차라리 싸늘하게 피어오르는 저 뜨거움 달뜬 심장 천둥이 쳐 눈앞이 캄캄하네 떼과부들 피미쳐 오늘밤엔 파산을 하고 집도 절.. 『꽃香 詩香』(미간) 2009.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