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목련꽃 피고지고 목련꽃 피고지고 洪 海 里 슬픔이 절절 흐르는 눈물로 켠 저 찰나의 등 가장 순수한 성녀 같더니 다투어 옷을 찢느라 왁자지껄 금세 질척하니 추락한 천사의 시체. * 목련은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 제주에는 벌써 목련이 피었다는 소식이다. 백목련은 피어 있는 순간은 정말 성스럽기까지 하다.. 『꽃香 詩香』(미간) 2011.03.21
<시> 일지매一枝梅 일지매一枝梅 洪 海 里 몇 해 동안 매화 가지에 세들어 살던 미라붕어 챙그랑 챙강 울 때마다 한겨울에도 매화 피니 내 일이란 내일 아닌 오늘 욜랑욜랑 노는 일. * 매화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꽃香 詩香』(미간) 2011.03.17
<시> 영춘화迎春花 영춘화迎春花 洪 海 里 날 사랑하느냐 물어도, 너는 겨우내 묵묵부답이었지요. 봄이 오면, 애잎으로 수줍게 말하겠지요. 꽃을 피워도 향은 없으니 색으로 답하겠지요. * 迎春花 : 꽃말은 '사모하는 마음!' (http://blog.daum.net/jib17) 『꽃香 詩香』(미간) 2011.01.28
<시> 꽃이 지고 나서야 꽃이 지고 나서야 洪 海 里 하루에도 열두 번씩 너를 보고 싶었다 마음만 마음만 하다 눈멀고 귀먹고 마음이란 것 참으로 아무것도 아니구나 꽃 지고 나서야 열매를 맺다니 꽃이 피면 뭣 하나 꽃 지면 뭘 해? - 시집『비밀』(2010) 『꽃香 詩香』(미간) 2010.10.17
<시> 백목련 날다 백목련 날다 洪 海 里 영혼이 맑으면 날 수 있다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린 소녀 땅 위에 사뿐 앉았습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얼굴이 흰 소녀는 수많은 꽃등을 들고 여학교 화단가에 서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목련나무는 서늘한 불길에 싸여 환하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 시집『.. 『꽃香 詩香』(미간) 2010.10.17
안개꽃 안개꽃 洪 海 里 사람들 앞에서는 주인공은커녕 배경밖에 되지 못하고 장미 고년 상 받을 때 박수나 치는 들러리일 뿐이지만 무리 지어 서면 은하수로 반짝이는 나도 한 송이 별이 된다. - 『황금감옥』(2008, 우리글) 『꽃香 詩香』(미간) 2009.02.05
달맞이꽃 달맞이꽃 모자 벗어 전봇대에 걸어 놓고 고꾸라져 곯아떨어지던, 때로는 막차에 올라 신발 벗고 나이 든 손님마다 큰절을 하던, 어김없이 대문 앞에 흥건히 오줌을 쏘던 시퍼런 사내, 밤마다 기다리던 사람 죽어서도 못 미더워 애기 업고 길가에 나와 서 있는 노오란 달빛! (『황금감옥』2008) 『꽃香 詩香』(미간) 2009.02.05
박태기꽃 터지다 박태기꽃 터지다 누가 태기라도 쳤는가 가지마다 펑펑펑 박 터지는 소리 와글와글 바글바글 우르르우르르 모여드는 시뻘건 눈들 조팝나무도 하얀 수수꽃다리도 휘청거리는 봄날 "뻥이야!" "펑!" 먼 산에 이는 이내. (『황금감옥』2008) 『꽃香 詩香』(미간) 2009.02.05
제주한란 제주한란 洪 海 里 기다려도 기다려도 발자국 소리 오지 않더니 가을 들어 가장 맑은 날 밤을 골라 첫서리 내리자 드디어 네가 날개를 펴 암향을 천지사방으로 흘리며 아름다운 덫을 놓고 있다 연보라빛 깊은 화옥花獄을 쌓아 골짜기마다 처음으로 길이 트이고 마을이 화안하다 못해 향그.. 『꽃香 詩香』(미간) 2009.02.05
등꽃 아래 한나절 등꽃 아래 한나절 숭어리숭어리 꽃숭어리 숭얼숭얼 늘어진, 환한 꽃그늘 속으로 바람 따라 날아들어 그리운 고향에 닿으면 흐드러진 잠으로 빠져들리 깔깔대며 미친 듯 홀라당 벗고 발광發光하며 춤추는 천사들의 청루靑樓에서 빚두루마기가 된 한나절 '너는 내 시의 고족高足, 아니 사부師傅' 하자 '.. 『꽃香 詩香』(미간) 200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