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마 세 끼 늙마 세 끼 洪 海 里 아침엔 깨죽깨죽 깨지락깨지락! 점심은 후루룩후루룩 후룩후룩! 저녁에는 벌컥벌컥 꿀꺽꿀꺽! 망할 놈의 밥 그게 뭐라고, 날마다 세 번씩이나 괴롭히다니, 날!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03.05
장끼, 날다 장끼, 날다 洪 海 里 초경보다 은밀히 온다, 봄은 정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지 또 얼마나 아픈지 겨우내 죽은 듯 엎드렸던 수꿩 "꾸엉, 꿩, 꿩, 꿩!" 목을 틔워 산자락을 물고 까투리 찾아 봄바람 타고 푸드득 솟구쳐 오른다 꿩밥도 서둘러 꽃대를 세우니 꺼병이들 금세 몰려들것다. * 꿩밥 : 섬지방에서는 춘란을 꿩밥이라 부르고 있음. 이른봄에 춘란의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꿩이 꽃을 쪼아먹음.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03.02
새싹은 힘이 세다 새싹은 힘이 세다 洪 海 里 콩 한 알 싹이 트면 슬그머니 지구를 들어올린다. ****************************** * 시는, 시인은 늘 그 자리에 있어 변함이 없어도 새로움을 주는 바위요, 흘러가면서 늘 새로워지는 물이어야 한다. - 隱山.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02.15
시인의 노을 시인의 노을 시인의 노을 洪 海 里 아침이든저녁이든혼자 사는 집에서 바라보는 타오르는번쩍이는새빨개진후끈 달아오른이글이글거리는 저 한 생의 단대목 같은발갛게 빛나는시인의 눈물.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02.05
취생몽사醉生夢死 취생몽사醉生夢死 洪 海 里 한세상 흐리멍덩 산다 한들 이보다 멋진 삶이 어디 있으랴! 산으로 가든 하늘로 가든 이보다 좋은 길이 또 있으랴!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01.30
물메기탕 물메기탕 洪 海 里 내 팔자 이리 필 줄 뉘 알았으랴! 술 마신 새벽 쓰린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나는, 재수없다 텀벙텀벙 버려지던 물텀벙이였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01.30
고독사 고독사 洪 海 里 가는 거야 간다는 말도 없이 어디로 가는지 언제 가는지도 알지 못하고 해가 지는지 달이 뜨는지도 모른 채 꽃이 지듯이 그냥 가는 거야 별이 지듯 혼자서 가는 거야!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01.25
사람의 시간 사람의 시간 洪 海 里 세상에 태어나 사는 일 가로 지나 세로 지나 참나는 찰나일 뿐 어디서 나를 찾을 것인지 청사초롱 불 밝히고 죽을 둥 살 둥 참척해 봐도 참다못해 울음을 터뜨리는데 나이 들어 한 끼 때우듯 그러다 가고 마는 한평생 이런 들 저런 들 누가 뭐란들 그게 뭐라고, "다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나대로 살았다!" 참따랗게 써놓고 떠날 수 있으면, "아, 잘 살았다, 잘살았다!" 하는 것이지 뭐 또 있겠는가!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3.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