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404

장끼, 날다

장끼, 날다 洪 海 里 초경보다 은밀히 온다, 봄은 정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지 또 얼마나 아픈지 겨우내 죽은 듯 엎드렸던 수꿩 "꾸엉, 꿩, 꿩, 꿩!" 목을 틔워 산자락을 물고 까투리 찾아 봄바람 타고 푸드득 솟구쳐 오른다 꿩밥도 서둘러 꽃대를 세우니 꺼병이들 금세 몰려들것다. * 꿩밥 : 섬지방에서는 춘란을 꿩밥이라 부르고 있음. 이른봄에 춘란의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꿩이 꽃을 쪼아먹음.

사람의 시간

사람의 시간 洪 海 里 세상에 태어나 사는 일 가로 지나 세로 지나 참나는 찰나일 뿐 어디서 나를 찾을 것인지 청사초롱 불 밝히고 죽을 둥 살 둥 참척해 봐도 참다못해 울음을 터뜨리는데 나이 들어 한 끼 때우듯 그러다 가고 마는 한평생 이런 들 저런 들 누가 뭐란들 그게 뭐라고, "다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나대로 살았다!" 참따랗게 써놓고 떠날 수 있으면, "아, 잘 살았다, 잘살았다!" 하는 것이지 뭐 또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