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403

편한 세상

편한 세상 홍 해 리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것이 다 네 덕이었구나 하는 걸 이제사 깨닫다니, 세상 어지럽고 흔들린 것이 다 내 탓이었음을 이제서야 알아채니, 미안하구나, 참으로 한심하구나 바보는 바보로 살아야 하느니, 바보가 현인이 되겠는가 바보는 그냥 바보로 살고 현인은 현인으로 살면 되느니! 한때는 시를 깎고 또 깎고 벗기고 또 벗기려 들었다. 이제 나이 들고 보니 내가 쓰는 시가 덤덤하고 담담하고 막막하고 먹먹하기 그지없다. 맛도 없고 멋도 없다. 그저 두루뭉술하다. 나이 탓인가 하고 내가 내게 묻곤 한다. 이 「편한 세상」도 그렇다. 시는 가장 인간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언어로 쌓은 탑이다. 편하게 살다 가자! - 포켓프레스신문 2023. 08. 23. 전선용의 그림에 부쳐 洪海里(시인) 전선용은 ..

입으로 쌓는 탑

입으로 쌓는 탑 洪 海 里  말이란 입이 짓는 영혼의 집이요시는 입으로 쌓는 탑이다눈으로 말하고 손으로도 말하지만시는 입으로 낭독하고 암송하라 '세상이 다 시다'라고시맛만 다시다 말면사별한 사내의 여자요이혼한 여자의 사내 같은 시밖에 되지 않는다 며느리발톱 같은 시는 쓰지 마라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다내가 천 편의 시를 쓰면 천 편으로 남을까만 편을 쓰면 그렇게 남을까 하늘에는 해 하나, 달 하나뿐이구나산 시는 죽은 시에게 안부를 하지 않는다자발없는 짓거리나 하려거든시여, 우리 헤어지자.  * 시작 노트 기생 지친것 같은 시나 선생 지친것 같은 글은 쓰지 말자 하면서도퇴물이라도 기생 얼굴을 그리려 들고 무식해도 선생 노릇을 하려 드는걸 어쩔 수 없으니 나도 속물시인임에 틀림없다. 이제부터라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