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우리詩》신작 소시집(2020. 11월호) / 洪海里 〈시작 노트〉 팔십 년을 달려 도착한 곳이 지금 여기 산수傘壽 마을! 이제는 뛰지도 말고 빠르게 걷지도 말자. 세월이 빠를수록 천천히 가자. 느릿느릿 느리게 살자. 좀 게으르면 어떤가 하는 생각으로 개으름쟁이가 되고 싶다. 그렇게 살면서 시도 그런 시를 쓰고 싶다. 미답 미지의 해리海里 마을에 가고 싶다. 자꾸 뒤를 돌아다보면서 사는 요즘 내 시도 나를 그렇게 이끌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빨리, 빨리!’ 하면서 바보같이 살아온 게 내 삶이었다. 시를 쓰고 발표하는 것도, 시집을 내는 일도 그렇지 않았던가! 이제는 배꼽털달팽이처럼 살면서 반딧불이 같은 시를 쓰자. 발광세포를 가진 개똥벌레는 어두워져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내게도 발광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