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137

월간《우리詩》신작 소시집(2020. 11월호) / 洪海里

월간《우리詩》신작 소시집(2020. 11월호) / 洪海里 〈시작 노트〉 팔십 년을 달려 도착한 곳이 지금 여기 산수傘壽 마을! 이제는 뛰지도 말고 빠르게 걷지도 말자. 세월이 빠를수록 천천히 가자. 느릿느릿 느리게 살자. 좀 게으르면 어떤가 하는 생각으로 개으름쟁이가 되고 싶다. 그렇게 살면서 시도 그런 시를 쓰고 싶다. 미답 미지의 해리海里 마을에 가고 싶다. 자꾸 뒤를 돌아다보면서 사는 요즘 내 시도 나를 그렇게 이끌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빨리, 빨리!’ 하면서 바보같이 살아온 게 내 삶이었다. 시를 쓰고 발표하는 것도, 시집을 내는 일도 그렇지 않았던가! 이제는 배꼽털달팽이처럼 살면서 반딧불이 같은 시를 쓰자. 발광세포를 가진 개똥벌레는 어두워져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내게도 발광기를 ..

어머니 / 아버지 詩篇

어머니 / 아버지 시편 어머니는 바다입니다. 나를 열 달 동안 둥둥 띄워서 길러준 바다입니다.어머니는 대지입니다. 논과 밭이 펼쳐진 들판입니다. 나의 피와 살과 뼈를 길러준 흙입니다.어머니는 하늘입니다. 나를 바른 사람으로 살도록 보살펴 주는 하늘입니다.어머니는 자연입니다. 한 포기 풀이요, 한 그루 나무요, 나의 정신인 산이요, 나의 사랑인 물입니다.어머니는 내 영혼의 꽃이요, 내 육신의 밥이요, 나의 모든 것입니다. - 隱山.  시간을 찾아서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 472번지신사년 오월 초엿새 23시 05분(2001년 6월 26일 밤 11시 5분)스물세 해 기다리던 아버지 곁으로어머니가 가셨습니다들숨 날숨 가르면서저승이 바로 뒷산인데떠날 시간을 찾아네 아들 네 딸 앞에 모아놓고며느리 사위 옆에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