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138

월간《우리詩》신작 소시집(2020. 11월호) / 洪海里

월간《우리詩》신작 소시집(2020. 11월호) / 洪海里 〈시작 노트〉 팔십 년을 달려 도착한 곳이 지금 여기 산수傘壽 마을! 이제는 뛰지도 말고 빠르게 걷지도 말자. 세월이 빠를수록 천천히 가자. 느릿느릿 느리게 살자. 좀 게으르면 어떤가 하는 생각으로 개으름쟁이가 되고 싶다. 그렇게 살면서 시도 그런 시를 쓰고 싶다. 미답 미지의 해리海里 마을에 가고 싶다. 자꾸 뒤를 돌아다보면서 사는 요즘 내 시도 나를 그렇게 이끌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빨리, 빨리!’ 하면서 바보같이 살아온 게 내 삶이었다. 시를 쓰고 발표하는 것도, 시집을 내는 일도 그렇지 않았던가! 이제는 배꼽털달팽이처럼 살면서 반딧불이 같은 시를 쓰자. 발광세포를 가진 개똥벌레는 어두워져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내게도 발광기를 ..

짧은 생각/ 배신/ 외 4편

짧은 생각  홍 해 리그리움은 꼬리가 길어늘 허기지고 목이 마르니다 사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야!실처럼 금처럼 실금실금기우는 햇살 같이나우리는 하릴없이 서성이며가슴에 울컥울컥 불이나 토할 것이냐우도 바닷가 갯쑥부쟁이겨우내 바다를 울리는 연한 보랏빛이나갑도 절벽의 푸른 난을 기르는맑은 바람의 눈물빛 울음이거나파랑도의 파란 하늘을 밝히는파도의 연연한 이랑이랑아난의 하얀 향을 뿜어 올리는고운 흙의 따순 가슴을 보아라흔들릴 적마다 별이 뜨지 않느냐그리움아, 하얀 그리움아,눈이 먼 사람에겐 멀지 않은,그리움은 허공에 반짝이는 섬이거니간다 간다 휘적휘적 그 섬 찾아서.  봄병 도지다  洪 海 里봄은 스스로 솟아올라 튀어오르고꽃들은 단호하게 천지를 밝히는데한잔술로 속을 달구고 불을 질러도어째서 세상은 대책 없이 쓸쓸..

어머니 / 아버지 詩篇

어머니 / 아버지 시편 어머니는 바다입니다. 나를 열 달 동안 둥둥 띄워서 길러준 바다입니다.어머니는 대지입니다. 논과 밭이 펼쳐진 들판입니다. 나의 피와 살과 뼈를 길러준 흙입니다.어머니는 하늘입니다. 나를 바른 사람으로 살도록 보살펴 주는 하늘입니다.어머니는 자연입니다. 한 포기 풀이요, 한 그루 나무요, 나의 정신인 산이요, 나의 사랑인 물입니다.어머니는 내 영혼의 꽃이요, 내 육신의 밥이요, 나의 모든 것입니다. - 隱山.  시간을 찾아서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 472번지신사년 오월 초엿새 23시 05분(2001년 6월 26일 밤 11시 5분)스물세 해 기다리던 아버지 곁으로어머니가 가셨습니다들숨 날숨 가르면서저승이 바로 뒷산인데떠날 시간을 찾아네 아들 네 딸 앞에 모아놓고며느리 사위 옆에 두고..

산수유 시 3편

산수유-잎잎은 마주나기하며 달걀형이고 긴 점첨두이며 넓은 예형으로 길이와 폭이 각 4 ~ 12cm × 2.5 ~ 6cm로, 표면은 녹색이며 복모가 약간 있고 뒷면은 연한 녹색 또는 흰빛이 돌며 맥 겨드랑이에 갈색 밀모가 있다.-열매열매는 장과로 긴 타원형이며 길이 1.5 ~ 2cm로 광택이 있고, 종자는 타원형으로 8월에 성숙한다. -꽃암수한꽃으로 3 ~ 4월 잎보다 먼저 개화하고 노란색이며 지름이 4 ~ 5mm이고, 우상모양꽃차례에 20 ~ 30개의 꽃이 달린다. 총포조각은 4개이고 노란색이며 길이 6 ~ 8mm로, 타원형 예두이고, 꽃대 길이는 6 ~ 10mm이며, 꽃받침조각은 4개로 꽃받침통에 털이 있고, 꽃잎은 피침상 삼각형이며 길이 2mm이다. -줄기높이 7m이며 나무껍질은 벗겨지고 연한 갈색이..

「거울」 시 3편

거울 1 洪 海 里 어둠이 짙을수록 더욱 똑똑히 보이는내 영혼의 뼈와 살의 무늬들전신이 맑아오는 칠흑의 세계어디서 새벽녘 두레박 소리 들리고어둠이 물러가는 그림자 보인다.-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거울 2  가을은 그렇게 큰 거울을하늘 높이 달아 놓고 나를 부른다.언제 내 가슴에 그렇게 크고맑은 거울이 비친 적이 있었던가사랑도 시들해 새들은머언 숲 속으로 날아가고양지바른 무덤가에풀잎도 금빛으로 타는 때면그대 눈 속에선물 흐르는 소리만 곱게 들리고달빛에 취한 한 움큼의 꽃향기나뭇이파리 하나 흔들쟎으며나의 가슴만 허물고 있다.문득 나를 압도하는 가을 하늘이내가 나를 보지 못하고내가 나를 듣지 못할 때나의 꿈 속까지 헤매면서나의 잠을 쫓고 있다.-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거울 3들에 나서..